자궁내 태아 사망 사건으로 금고형을 선고받은 산부인과의사가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피고 개인 뿐 아니라 산부인과 및 의료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판결이어서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사건이었던 만큼 대한의사협회와 산부인과의사회는 판결 직후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발표했다.
2014년 11월 발생한 이 사건은 지난해 인천지법이 해당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금고 8개월을 선고하면서 의료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1심 재판부는 의사가 1시간 30분간 태아 심박 수 검사를 하지 않고 방치한 과실로 태아가 사망했다고 판단한 것인데 온갖 어려움 속에서 산모와 태아건강을 위해 분만현장을 지켜온 산부인과의사들에게 날벼락과 다름없었다.
자궁내 태아사망은 분만 중 언제든지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은 불행한 일인데 그 책임이 의사에게 전적으로 돌아간다면 분만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탄식이 높아졌다. 산부인과계 뿐 아니라 부산·전남·대전 등 지역 의사회와 비뇨기과·흉부외과 등 전문과 의사회, 한국여자의사회 등의 반발이 잇달았고, 분노한 의사들은 급기야 거리로 나섰다.
지난해 4월'전국 산부인과 의사 긴급 궐기대회'에는 1000여명이 모여 법원 판결을 규탄했다. 이후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5025장의 탄원서를, 대한의사협회는 8035장의 탄원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고 대응 TF를 가동하는등 잘못된 결과를 바로잡기 위한 다각적 행동에 나섰다.
이려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10일 항소심 재판부가 태아의 사망과 의사의 의료행위 간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드시 짚어야 할 일이 남았다. 1심 판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한국의료분쟁조정원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다.
과실이 있다고 한 감정서 내용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도 불만이지만 의료사고 분쟁을 소송이 아닌 조정·중재하는 대체적 분쟁해결기관이 민사적 과실 판단여부가 아닌 형사사건에 쓰일 감정 행위를 하는 것이 맞냐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아가 분만 사고 등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가 배상토록 하는 의료사고특례법의 제정에 국회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