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어린이병원 김승기 교수팀, "미토콘드리아 비정상이 원인"
정확한 원인을 몰랐던 모야모야병이 미토콘드리아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서울대어린이병원 김승기 교수팀(서울의대 묵인희·삼성의료원 최정원)은 모야모야병 환아의 혈관내피전구세포 미토콘드리아는 모양이 비정상적이고 산소소비 기능이 매우 떨어지며 활성산소 발생이 증가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모야모야병 환아와 정상인 각각 5명의 말초혈액을 채혈해 혈관내피전구세포를 분리 배양한 후 미토콘드리아를 비교 분석했다.
혈관내피전구세포는 혈관 형성에 관여하는데 이 세포의 기능 이상이 모야모야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왔다.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체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생성하는 세포 내 소기관이다. 활성산소는 몸에 들어간 산소가 산화 과정에 이용되면서 여러 대사과정에서 만들어져 생체조직을 공격하고 세포를 손상시키는 산화력이 강한 산소를 말한다.
또 연구팀은 모야모야병 환자의 혈관내피전구세포에 항산화물질을 투약한 결과, 미토콘드리아 형태가 정상화되고 산소소비도 증가하며 혈관 생성 능력도 높아져 세포 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김승기 서울의대 교수(소아신경외과)는 "이번 연구는 모야모야병 발병 원인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이라며 "모야모야병에서 활성산소와 이에 대응하는 항산화 물질의 역할이 중요함을 밝혀 향후 모야모야병의 약제 개발의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에 기반한 모야모야병 진단 방법'이라는 진단 도구를 개발해 국내 특허를 등록했다. 이 도구로 쉽게 모야모야병 진단이 가능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지난해 1월 단일기관으로는 세계 최초로 모야모야병 어린이 수술 1000례를 넘어섰다.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이유 없이 머릿속 동맥 끝부분인 전대뇌동맥과 중대뇌동맥 부분에 협착이나 폐색으로 혈관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모야모야'는 일본말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가는 모양'이란 뜻이다.
일본의 경우 매년 약 200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세계적으로는 일본 다음으로 한국과 중국에 환자가 많고 동남아시아와 서양에서는 환자가 드물다.
10세 이하 소아에서 발병이 가장 많고, 30대 중반 성인에게도 많이 발견된다. 소아에서는 뇌허혈이, 성인에서는 뇌출혈이 흔하다. 현재까지 모야모야병의 진행을 막는 내과적 치료는 없다. 수술이 유일한 방법이다. 적절한 시기에 진단과 수술을 받는 경우 80% 이상에서 추가적인 신경학적 증상이나 결손 없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 지정 희귀질환 중개연구센터인 소아청소년 뇌신경계 희귀질환 집중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진행된 김 교수팀의 연구는 모야모야병에서 미토콘드리아 특성을 밝힌 세계 최초 연구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최근 유명 국제 신경외과 학회지인 <신경외과학(Journal of Neurosurger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