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호 변호사, 주장..."회의 종료 후, 약사회 반대표 합산 '화상연고' 결과 뒤집어"
경실련, 감사 청구·고발 등 강력 대응 예고...복지부 "회의 지원상 문제 있었다면 죄송"
8일 열렸던 안전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 회의 결과가 부적절하게 번복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공식 절차에 의해 위원 투표로 결정된 '화상연고 편의점 판매 허용' 결정이 보건복지부의 재표결 유도로 '편의점 판매 불허'로 바뀌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회의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표로 참석한 신현호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울)는 8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통화에서, 보건복지부가 대한약사회와 교감을 토대로 회의 결과를 (약사회에 유리한 쪽으로) 유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 변호사와 경실련 측 주장에 따르면 이날 회의 논의 안건은 지사제, 제산제, 화상연고, 항히스타민제 등 4개 효능군 일반의약품의 편의점 판매 허용 여부였다.
지정심의위원들은 논의 끝에 표결로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표결에 위원 6명만 참여했다.
총 10명의 위원 중 1명의 위원은 애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또 다른 1명의 위원은 개인 사정으로 표결 전에 회의장을 떠났다. 표결에 의한 결정에 반대하던 약사회와 약학계 대표 위원 2명은 회의장을 떠났다.
6명의 위원은 4개 안건에 대해 각각 표결했다. 표결 결과 지사제·제산제 편의점 판매 허용 안건은 찬성 6 대 반대 0으로, 화상연고 안건은 찬성 4 대 반대 2로 결정됐다. 항히스타민제는 반대표가 많아 부결됐다. 그리고 공식 회의는 종결됐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신 변호사 주장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회의 절차에 맞지 않게 첫 표결에 불참했던 약사회, 약학계 대표 위원의 반대표 2표를 화상연고 투표 결과해 합산해 찬성 4 대 반대 4로 결과를 바꿨다.
위원회 투표 관련 규정은 위원 과반수 참석에 참석자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 의결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지사제·제산제 투표 결과에 약사회와 약학계 대표 위원 반대표 2표를 합산해도 결과를 바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화상연고 투표 결과는 반대 2표 합산으로 결과가 찬반 동수로 부결 조건이 됐다.
신 변호사 등 일부 위원들은 뒤늦은 반대표 합산에 의한 결정 번복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회의장을 떠났지만, 화상연고 편의점 판매 허용 부결 결정을 바뀌지 않았다.
신 변호사는 "회의가 공식적으로 종료된 후 보건복지부 측이 약사회와 약학계 대표의 반대표를 합산한 결과로 화상연고 관련 결과를 바꿔버렸다. 일부 위원들이 합산 결과에 따른 결정 번복에 항의하며 회의장을 떠났지만 보건복지부는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약사회 등 약계와 사전에 교감을 해 판을 짰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면서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예지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이번 회의와 관련 보건복지부에 대한 감사 청구, 업무방해죄 고발 등 여러 가지 대응책을 경실련 내부에서 고민하고 있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런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 측은 회의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회의 운영 지원만 하는 입장이어서 회의 과정에 대해 언급하기 곤란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회의 운영 지원 상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약사회 등과의 사전교감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회의 지원 업무에 있어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면 상당히 죄송하다. 다음 회의부터 이런 문제를 보완해서 운영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약사회와 짜고 회의 판을 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미리 판을 짤 수도 없고, 그럴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위원으로 참여하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