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침' 치명적 전신 면역반응·사망 사고까지 유발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시간 지체 말고 구급차 불러야"
치명적인 전신 면역반응을 비롯해 수많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위험천만한 한의원에서의 '봉침' 시술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과학단체의 성명이 나왔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은 16일 성명을 통해 "봉침이 안전하고 효과가 검증됐다는 대한한의사협회의 주장이야 말로 전문학술정보에 접근이 어려운 대중들을 향한 여론호도와 선동"이라며 "한의사들이 의료인으로서 양심을 가지고 있다면 위험을 감수할 만한 대단한 효능을 입증하기 전까지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봉침 사용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의연은 최근 한의원에서 봉침 시술을 받은 환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봉침으로 인한 치명적인 부작용이 드물지 않다는 사실은 언론뿐만 아니라 한의사들이 발표한 논문들을 통해서도 익히 알고 있는 예견된 사고"라면서 한의학계가 발표한 봉침의 안전성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먼저 김태훈 경희대 한의대 교수팀은 2015년 발표한 봉침의 안전성 평가를 통해 봉침이 생리식염수를 주사한 대조군에 비해 부작용이 3.61배나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또 아나필락시스 같은 치명적인 전신 부작용도 여러 문헌들에서 보고됐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김 교수팀은 기존에 발표된 연구들의 질이 낮아 봉침의 부작용 발생 빈도는 계산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동웅 원광대 한의대 교수팀도 2015년 기존에 봉침 치료를 계속 받아오던 환자들에게서 봉침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 사례 2건을 국내학술지에 발표했다.
과의연은 "한의대 교수들까지도 봉침이 위험하다는 사실과 치명적인 부작용을 사전에 예측하고 차단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국내외에 논문으로 발표하는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험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면서 "그럼에도 한의협은 8월 1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봉침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 제기에 대해 의사들의 '여론호도와 선동'이라는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과의연은 대규모 임상시험이나 메타분석 연구를 통해 봉침의 효능을 입증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짚었다.
과의연은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봉침의 효능은 엄밀하게 설계한 대규모 임상시험 또는 질 높은 임상시험들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를 통해 입증된 적이 없음에도 한의협은 봉독의 효능이 수많은 학술논문을 통해 증명됐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밝힌 뒤 "동물실험을 비롯해 가치가 매우 낮은 논문들을 '증명'이라고 믿는다면, 경희대 한의대에서 북소리가 아나필락시스를 억제할 수 있다고 논문을 통해 '증명'했으므로 한의원에 북을 비치시키도록 권고하는 편이 온당하다"고 지적했다.
한의협이 '아피톡신주'라는 봉독 성분의 주사제가 국내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됐다는 사실을 들어 의사들이 효과를 인정한 것처럼 주장한 데 대해서도 "국내 의약품 승인 임상시험에서는 대조군의 약물을 적정 사용량의 절반 이하의 수준으로 사용하는 등 결함이 있었고, 더 엄밀한 설계의 미국 FDA 임상시험은 2016년 12월 끝났으나 결과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한의사들의 응급의약품 요구에 대해서도 "봉침으로 목숨을 위태롭게 만들고 다시 살려낸다 하더라도 일부 환자들은 뇌신경이 손상돼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며 "병 주고 약도 주겠다고 해서 봉침 사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과의연은 "전문의약품 몇 가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봉침으로 인한 치명적인 부작용을 한의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한의사들도 모를 리 없을 것"이라며 "한의협의 응급의약품 요구는 봉침의 위험성과 의료윤리 문제에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비열한 수작"이라고 꼬집었다.
"한의원 봉침 시술 환자 사망 사고 당시 환자를 살리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응급의약품이 없어서가 아니라 한의사가 급박한 상황임을 인식하지 못해 시간을 지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과의연은 "신속히 구급차를 불러 환자를 이송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