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날 미래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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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1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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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린(고려의대 KU-Magic 연구원장·대한수면의학회 학술위원장·유한재단 이사)
김린(고려의대 KU-Magic 연구원장·대한수면의학회 학술위원장·유한재단 이사)

필자가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을 당시인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병원의 업무는 몸으로 때우는 일이 많아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가 공급자 중심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년을 맞이하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그때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사회 전반의 환경뿐 아니라 의료 환경도 정말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 새삼 놀라게 된다.

그 동안의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면, 국민의 관심이 단순한 질병의 치료에서 건강유지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었고 따라서 질환의 치료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제공의 연속성이 중요하게 됐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의료 공급자 간의 협조와 통합적 의료의 제공 그리고 지속적인 의료의 질 향상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또한 비용-효과적인 의료를 제공해야하고 내부 조직 관리뿐 아니라 외부 환경 관리라는 측면으로 행정 업무가 확장됐다.  질환 중심에서 개인 맞춤형 진단 및 치료로, 치료 중심에서 예방·진단·치료·관리로 영역이 확장되고, 병원 중심에서 홈케어 등 진료공간의 확장이 일어나게 됐다.

결국 신경 쓰고 살펴야할 곳은 많아지고 경쟁이 심화되는 소비자 중심의 의료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실제로 주변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러한 변화에 피로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의사들이 많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주위에서 4차 산업시대가 열렸다고들 한다. 4차 산업의 정의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필자는 4차 산업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인공지능(AI)과 초연결(hyperconnectivity)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초연결은 캐나다 사회학자인 아나벨 퀴안-하세(Anabel Quan-Hasse)와 베리 웰만(Barry Wellman)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조직과 사회에서 이메일·메신저·휴대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인간과 인간의 상호 소통이 다차원적으로 확장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정의했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시대는 초연결사회로서 인간 대 인간은 물론, 기기나 사물과 같은 무생물 개체끼리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상호유기적인 소통이 가능해져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와 혁신의 창출이 이뤄지는 사회를 의미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초연결사회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즉 인간의 사고, 소비형태 등 사회경제적으로 이미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앞으로 더욱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초연결성에 기반을 둔 플랫폼 기술의 발전으로 제조·유통·교육 등 다양한 분야가 의료생태계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향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지능적이고 혁신적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 후 10년이 경과하는 현 시점에서, 이미 우리는 스마트폰 없이 살기 어렵게 됐듯이 사회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다음 세대의 주역은 연결성이 강화된 C세대(Connected Generation)가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C세대에 대한 정의는 아직 명확히 정해진 바 없으나, 단순히 연령을 기준으로 한 구분이 아니며 기술을 편안하게 느끼는 밀레니엄 세대와 인터넷 등장 이후 태어난 i세대를 포함하고 끊임없이 연결성을 요구하는 기술 주도 세대라는 것이다.

구글에 따르면 이들은 표현에 적극적이며, 다양한 디지털기기를 통해 서로 다른 콘텐츠를 융합해 스스로 콘텐츠를 창조하고(Creation), 이를 선별해 재구성한 후(Curation),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으로 연결·공유하고(Connection), 이것을 공동체와 소통(Community)하면서 자아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한다.

필자는 경험·공유·소통과 같은 이러한 특성 외에도 다음 세대는 디지털 시대의 무감동과 엄격성을 보완할 수 있는 요소로 감성을 강조하고 인간 본질에 대한 통찰력과 존경을 더욱 주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향후 10∼30년을 주도할 이들은 이미 중요한 소비자 영역으로 떠오르고 기업들은 이들의 소비행태에 따라 플랫폼 기반 생태계 구축,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소비특성의 이해, 소비자를 유도할 수 있는 스토리 구성, 신속한 서비스 체계 확립, 감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건강과 웰빙을 추구하는 경영전략 등을 통해 대처하고 있다.

의료계의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앞으로 다가올 사회의 변화에 의외로 무심한 경우가 많다. 먼 훗날 얘기를 왜하냐고 핀잔을 주는 경우도 있다. 순간순간 시간의 흐름이 느린 것처럼 느껴지지만 지나고 보면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빠른 것이 세월이다. 1차, 2차, 3차 산업의 시작과 끝이 언제인지 이견이 있지만 각각의 주기는 매우 빠르게 짧아지고 있다. 지금 4차 산업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5차 산업시대를 이야기 할지 모른다.

향후 의료 생태계는 정보통신 모바일기술,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 병원 등이 융합된 형태로 나타나고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술융복합 가속화에 힘입어 개인맞춤형, 일상관리형 의료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의사들은 대표적인 전문직으로 그 사회를 선도하는 지도자 집단이다. 의료계는 저수가로 인한 의료 왜곡 등 불합리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존하는 문제에 집중하면서도, 국민건강 수호의 최일선에 있는 전문가집단 답게 다음 세대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갈 미래 의료체제와 의학교육의 모습에 관한 논의도 병행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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