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연구소 '검증되지 않은 한방 난임 사업' 비판
"난임 여성의 자연임신율과 큰 차이 없어…희망 고문일 뿐"
한방난임사업은 제대로된 시술의 기회를 박탈하고, 절박한 난임부부들에 희망고문을 자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다시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11일 과학적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한방난임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카드뉴스('검증되지 않은 한방난임사업 이대로 괜찮은가?')를 게재했다.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율 문헌 분석 ▲한방난임시술 효과 관련 국내·외 문헌 분석을 통해 통계학·의학적 관점에서 해당 사업의 유효성을 평가했다.
부산광역시는 2014년 난임 여성을 대상으로 한방 난임 치료비 지원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부산시 한의사회는 2015년 '한방난임사업 임신율'을 보고했다.
임신율은 21.5∼27.6%. 국외 문헌에서 밝힌 '원인불명 난임 여성'의 자연임신율인 20∼27%와 상당히 유사한 수치다(국외 참고문헌: Custers IM et al(2017)·Bensdorp Ah et al(2017)·van Eekelen F et al(2017)).
부산시 외 28개 지자체로 대상을 확대하면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율은 10.5%. 자연임신율보다도 절반 이상 낮은 수치를 보였다.
정책연구소는 "한방난임 치료를 했을 때와 자연상태로 두었을 때의 임신율이 거의 동일하다는 것은 한방난임 치료의 무용성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국내·외 문헌을 모두 분석해봤지만 '한방난임시술'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결과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한방난인사업에서 임신 가능성이 낮은 여성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한의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시행되며 ▲치료기간 및 결과 확인 시점 명시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자체 사업은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만큼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한방난임사업'을 즉각 중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강태경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실제 난임사업에 참여하는 분들이 더 과학적이고, 효과성이 입증된 선택을 할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국민들은 정부가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자체로 객관성을 확보한 것으로 여기기 쉽다. 이는 정부가 자연임신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방난임사업을 통해 희망고문을 자처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더이상 온정주의에 휩싸여 '한방살리기'에 급급해선 안된다. 오히려 국민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태경 연구조정실장은 "통계적·과학적 결과가 이미 나온 상황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나가는 것이 전문가의 자세이자 국민을 생각하는 자세"라며 "앞으로도 연구소 차원에서 통계자료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한방난임사업 중단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한방난임사업의 중단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 과학적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오히려 임신 중 한약복용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성원 바른의료연구소장은 8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저출산 극복을 위한 난임치료의 올바른 방향 정책토론회'에서 안전성·효과성 관련 한방남임사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에서 사용하는 한약 중 생식 및 발달독성이 있는 한약재들이 많이 포함된 점을 들며 임신 확인 소요기간을 고려했을 때 임신 중 해당 한약 복용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방난임사업 임신율이 인공수정 임신율의 11분의 1에 불과한 점도 지적했다. 인공수정 시술의 임신율 기준인 1주기를 대입하면 2017년도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율은 1주기당 1.25%로 인공수정 임신율의 11의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의 지속적인 사업 중단 요구에도 한방난임사업은 전국 28개 광역·시군구 지자체에서 시행되는 등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의계는 더 나아가 한방난임치료 건보 급여화와 국가 지원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 뉴스('검증되지 않은 한방난임사업 이대로 괜찮은가?')는 의료정책연구소 홈페이지 및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