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단순 폭행' 아닌 '진료 방해' 신고...강력 대응"
보건복지부 "10월 말 응급실 폭행 매뉴얼 발표"
응급실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당한 의료인이 경찰에 처벌해 달라는 요구사항을 직접 전달해야 한다는 현직 경찰의 현실적인 조언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형량 하한제 적용 등을 통해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약속했다.
7월 전북익산 응급실 의료인 폭행 사건 이후 '응급실 폭력 방지'와 '안전한 진료 문화 정착'을 위한 의료계의 지속적인 요구에 대해 국민은 물론 국회·정부·법원·검찰·경찰 등이 공감하며 적극 대응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응급의학회가 '중간점검'에 나섰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9일 추계학술대회에서 소비자단체·정부·경찰·의료계 관계자를 초청, 응급실 폭력 방지 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 의료인들이 정확한 방법으로 신고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경찰 측의 현실적인 조언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우상욱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 경정은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의료인들 역시 피해자로서의 권리와 정확한 요구사항을 경찰에 알릴 필요가 있다"며 "경찰이 정확히 피해자와 가해자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격리해 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즉각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내용에 따라 적용 법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팁을 제공하며, 의료인들도 피해자로서의 권익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순 폭행' 아닌 '진료 방해'라고 경찰에 신고해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바로 적용될 수 있다"며 "대부분 의료진이 바쁘다는 이유로 피해 보호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례가 많다. 의료진들도 피해자 보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우상욱 경정은 경찰법 및 경찰관 직무집행법 내용 중 경찰관 임무의 범죄피해자 보호 내용이 개정·추가된 점을 언급했다.
우 경정은 "물리적·정신적 트라우마 관리 등 실질적이며 다양한 시책들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면서 "의사들 또한 다른 피해자와 같이 보호 혜택을 적극적으로 받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당방위'와 '현행범' 신고에 관한 조언도 이어졌다.
우 경정은 "폭행 발생 시, 3인 이상이 가해자를 제압하고, 경찰을 기다리면 '정당방위'가 되며 '현행범'으로 경찰이 체포할 수 있다"면서 "상황이 종료된 후 경찰이 출동하면 '현행범'이 아니므로 가해자가 불응 시, 강제연행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무기 소지 등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피해자가 직접 현행범을 제압한 뒤 경찰에 넘겨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응급실 폭행은 지난 7월 발생한 전북 익산 응급실 의료인 폭행 사건을 본지가 특종보도하면서 이슈화됐다.
응급의학회는 경찰에 ▲폭력 발생 초기 적극적 대응 ▲출동 시 반드시 가해자 격리 ▲폭력적인 환자 진료 시 의료진 보호 요청 및 퇴거 협조 ▲특수경비업무 대상 지역에 응급실 포함 ▲진료 현장에서 조서 작성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 ▲구체적인 지침 마련 ▲경찰 차원의 대국민 홍보 등 그간 경찰 측에 요청한 사항들에 대한 요구와 질의를 이어갔다.
우 경정은 "익산 사건 이후 9월까지 기록을 보면(응급실 폭행 사례) 25중에 11건이 구속됐다. 구속사례가 다른 사건보다 많은 경우에 해당된다"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뉴얼 제작과 대국민 홍보 요구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 볼 문제라고 했다.
"따로 매뉴얼을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익산 사건 이후 강경 대응 및 지시사항을 5∼6차례에 걸쳐 전국에 내렸다. 추석 때는 특히 응급실 이용환자가 늘 것을 판단, 특히 엄중한 대응을 지시했다"며 "현재 현장 매뉴얼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응급실 폭행 관련 독립 매뉴얼을 만드는 것에 관해선 현장판단 부분 없이 너무 얽매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경찰 차원의 대국민 홍보 또한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우 경정은 "사회문제가 되기 전 응급실 폭행을 다르게 조치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건(익산 의료인 폭행) 이후 의료계와 간담회를 하고, 신속 출동, 적극 대응, 엄정 보호 등을 지시하는 등 강경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도 응급실 폭력 방지를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재찬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형량 하한제 적용 ▲대국민 응급실 문화 개선 영상 제작 ▲보안요원 확충·재정 지원 고려 ▲응급실 디자인 개선 고려 ▲현장대응지침 매뉴얼 제작 등 적극적인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버스 운전자 폭행에 대해 '3년 이상'으로 법적 하한제를 적용한 뒤 폭행 사건이 거의 없어졌다"고 밝힌 박재찬 응급의료과장은 "(의료인 폭행 행위를)해선 안 된다는 견제가 필요하다. 예방의 목적에서 하한제 도입 필요성에 공감한다. 도입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보안요원 확충·재정지원에 대해 대상과 규모, 어떤 종류의 기금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언급한 박재찬 과장은 "응급실 폭행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시간을 오래 끌지 않겠다"고 밝혔다.
응급실에 안내 전담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재찬 과장은 "응급실에서 순서가 밀리는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극한의 상황에서 폭행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면서 "응급실에 안내 전담인력을 두어야 한다. 상황 안내. 프로세스 안내 등 전반에 대한 정보제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0월 말 응급실 폭행과 관련한 매뉴얼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박 과장은 "현장에서 대응매뉴얼을 구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매뉴얼이라고 하는 게 지나치게 세밀하면 그 외의 부분은 소홀히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너무 느슨해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가 된다. 경찰청-의료계-정부가 계속해서 보완해 나갈 부분"이라고 말했다.
주취자 폭행의 심각성에 무게를 둔 박 과장은 "주취자 응급센터 운영병원에는 기관 평가 시 가점할 것"이라며 "전국 11개가 운영 중이다. 확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어 추가검토가 필요하나 의료기관 평가에서는 가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홍은석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응급의료 시스템 전반에 대한 변혁을 제고하고, 별도 응급실 폭행방지 매뉴얼 제작 및 지속 점검·관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홍은석 이사장은 "응급의료체계 등 응급의료시스템이 바뀔 필요가 있다. 나 같아도 아파서 응급실에 갔는데 2시간 이상 마냥 기다리라고 하면 폭발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국민이 더 편리하게 양질의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해야 한다. 1, 2, 3차 병원과 지역센터, 권역 응급의료센터 시스템에 대한 재고와 함께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상하지 못한 폭력도 있지만 원인·사인이 있는 경우가 상당 부분 있다. 위험을 미리 캐치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한 보건복지부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홍 이사장은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될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기둥을 먼저 세우고 나머지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다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