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OECD 평균 45%' 보고서...근거 부족에도 재사용
외국 실거래가 아닌 인터넷 검색 가격으로 비교
외국 대비 국내 보험약가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14년 'OECD 평균의 45%'로 상징되는 보고서를 발표한 다국적제약사 측이 업데이트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다국적제약사의 한국지사 모임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최근 데이터를 적용한 외국과의 약가비교 연구를 마치고 11월 보고서 공개를 예고했다.
앞서 이의경 성균관대 교수는 KRPIA의 용역으로 2014년 '우리나라와 OECD 국가의 약가수준 비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국내 신약 약가가 OECD 평균의 45%에 불과하며 구매력평가지표(PPP)를 적용하더라도 60% 수준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과 비교해 국내 약가가 현저히 낮아 ▲다국적제약사 국내 진입 기피로 환자 접근성 저하 ▲신약 가치 하락으로 연구개발 동력 상실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그간 'OECD 평균의 45%'는 KRPIA와 개별 다국적제약사가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객관적 자료를 표방하며 사용됐다. 실제로 지난해 KRPIA 연간보고서에도 해당 내용이 적시돼 있다.
문제는 해당 연구자료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외국에서 유통되는 의약품 가격을 인터넷검색과 공개된 약가책자에만 의존한 공시약가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약이 전국민 건강보험 하에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로 결정되는 우리와 달리, 외국의 경우 할인제도·비밀계약·이중가격제 등으로 약가가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부는 비밀유지 조항에 의해 실제로 거래되는 약가를 공개하지 않는다.
실거래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의경 교수의 논문 기준은 다소 의아하다. 외국의 표시가격에서 일괄적으로 10%, 20%, 30%를 인하해 계산한 것. 각국의 제도에 따라 인하율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일괄적인 인하율을 적용해 외국 약가를 산출할 수 있을까.
이의경 교수도 보고서에서 "실질적인 가격 수준에 대한 정보가 없어 업계 전문가 자문을 통해 일괄적으로 10∼30%의 인하폭을 적용함으로 인해 오차가 존재할 수 있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후 KRPIA와 다국적제약사의 'OECD 평균의 45%' 주장에는 이 같은 한계점이 빠져있다. 실제로 KRPIA가 2016년 발간한 '제약산업발전과 환자접근성 향상을 위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에는 2014년 연구를 그대로 인용하면서도 한계점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
반대편에 서 있는 정부 측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획득한 공시가격에서 자체적인 할인율을 일괄 적용한 외국 약가와의 비교가 타당성이 없다는 반박을 이어왔다.
최근 한 간담회에서 정부 측 관계자는 "OECD 평균의 45%에 대한 언급은 이제 그만해줬으면 한다. 근거가 부족한 연구 보고서가 외교적 마찰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국감에서도 해당 보고서는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2017년 고려대 최상원 교수의 연구에는 제외국과 국내 약가수준 비교는 위험분담 및 리베이트제도 보편화 등으로 실제가격 확인이 불가해 비교자체가 의미없다는 결론 내렸다"며 "KRPIA의 'OECD 평균의 45%' 주장 객관화는 환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증인으로 출석한 아비 벤쇼산 KRPIA 회장은 "현재 진행중인 연구에는 한계점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11월 보고서 공개를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가 공개된다면 약가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보고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객관적인 약가 비교를 위해서는 외국의 실거래가 자료가 필요하지만, 연구진이 이를 수집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 2014년 보고서를 발표했던 이의경 교수가 또다시 진행한 연구인 점도 결과가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가능케 한다. 11월에 발표될 보고서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