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된 해외 '대마 추출물' 의약품 한정...환자도 절차 거쳐야
시민단체 '대마 합법화'에도 '공급 절차 간소화' 국민청원
'대마 합법화'라는 말만 들으면, 연초처럼 피우는 '기호용 대마'를 떠올리기 쉽다. 국내에서는 대마=마약이라는 인식이 깊이 자리잡은 탓이다. 하지만 이번에 '합법화' 문턱을 넘은 것은 해외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받은 '대마 추출물 의약품' 일부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용 대마 합법화법(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시행 시, 해외 판매 중인 사티벡스 등 대마 성분 의약품이나 최근 미국에서 허가된 희귀 뇌전증 치료제 의약품(에피디오렉스) 등을 자가 치료용으로 수입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대마에서 추출한 대마 오일은 뇌전증이나 자폐증, 치매 등 뇌 질환과 신경 질환에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해당 질환자 및 가족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7년 대마가 뇌전증과 자폐증, 치매 등 일부 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올해 대마 추출물로 제조된 신약을 승인했다.
FDA는 6월 25일 GW파마가 개발한 드라벳·레녹스가스토 증후군(소아 환자에게 발생하는 희귀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오렉스(Epidiolex)'를 승인했다.
하지만 FDA는 해당 승인이 대마초 자체나 CBD 물질 자체에 대한 판매가 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스콧 고틀리브 FDA 위원장은 "에피디오렉스 승인과 대마초 승인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며 "특정 용도를 위한 특정 CBD 약물을 승인한 것이다. CBD 물질 자체에 대한 판매가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국내 '의료용 대마 합법화법' 역시 시행되더라도 해외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지 않은 식품, 대마오일, 대마 추출물 등은 자가 치료용으로 수입·사용 금지가 유지된다.
의료용이라 해도 환자가 바로 '대마 의약품'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마 성분 의약품을 받기 위해서는 환자가 의사 진료 소견서를 받아, 식약처에 수입·사용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식약처는 다시 환자에게 승인서를 발급한다.
환자가 해당 승인서를 다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제출하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해외에서 허가된 대마 성분 의약품을 수입해 환자에게 공급하게 된다.
의료용 목적 대마 의약품 복용을 위해 환자가 4단계 이상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에서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음에도 25일부터 '의료용 대마 오일 구입의 절차·간소화' 요구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강성석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 대표는 "48년 만에 다시 의료적 사용이 가능해진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병원에서 처방 후 약을 바로 받을 수 없는 반쪽짜리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대마 오일처럼 비슷한 절차로 받을 수 있는 다른 약은 받는 데까지 2개월이 걸린다고 알고 있다"며 "시작이 반이라고는 생각한다. 그래도 제한적 허용이라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강성석 대표는 "국내 뇌전증 환자는 50만 명에 달한다. 한정된 인력으로 운영되는 단일 센터를 통해 공급되는 물량의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최소 수개월이 예상되는 수령까지 환자가 감내해야 할 고통, 구축되지 않은 관리시스템 등 넘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