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등 환수 처분 '타당'판결 계속…"꼭 출근해야만 하나요"

CT 등 환수 처분 '타당'판결 계속…"꼭 출근해야만 하나요"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1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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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학과 전문의 '주 1회 출근 안 했다'…3억 8천여만 원 환수처분
재판부, 복지부 운영지침 '법규성無'·출근여부로 근무 판정 불가 등은 인정

ⓒ의협신문
ⓒ의협신문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주 1회 이상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수의료장비 관련 요양급여비용을 전액 환수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이 '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는 9월 19일 충남 천안시에 있는 W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환수 결정처분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 1심에 이어 다시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건보공단은 2016년 9월 26일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주 1회 이상 출근하지 않아, 규정된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W병원에 지급한 자기 공명 영상 촬영장치(MRI)와 관련된 요양급여비용 1억 5700여 만원과 전산화 단층 촬영장치(CT) 관련 요양급여비용 2억 2700여 만원 등 총 3억 8400여만 원을 환수처분했다. 건보공단은 2011년 4월 1일부터 2012년 11월 30일까지 약 1년 7개월 동안 특수의료장비와 관련해 W병원이 청구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했다.

의료법 제38조 제1항에서 특수의료장비를 설치·운영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설치 인정기준에 맞게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3조 제1항 [별표 1]에서는 운용인력기준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 비전속 1명 이상을 두도록 했다.

시행규칙에 '비전속'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보건복지부는 내부지침(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운영지침)에서 비전속을 '최소 주 1회 이상 근무'로 규정하고 있다.

W병원 측은 "의료법 및 특수의료장비 규칙에서 비전속 의미를 정의하지 않았고, 의료기관에 비정기적으로나마 직접 출근해야 할 의무에 관해 전혀 규정하지 않아 의무 이행을 병원에 기대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면서 "비전속을 최소 주 1회 이상 근무해야 한다고 규정한 운영지침은 법규성이 없다"고 항변했다.

특수의료장비 규칙 제3조 제2항 제1호는 특수의료장비의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의 총괄 및 감독, 영상화질 평가 및 임상 영상 판독 등의 업무를 규정하고 있으만 직접 의료기관에 출근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W병원은 "'비전속' 근무에 대한 판단은 출근 유무보다 법에서 규정한 업무를 수행했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W병원의 방사선사와의 전화·이메일 등을 통해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의 총괄 및 감독, 영상화질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환자에게 CT촬영 및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임상 영상 판독 등의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등 인적·물적 비용을 지출했다"고 밝힌 W병원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전액 환수처분은 너무 가혹하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의 운영지침이 법규성이 없다는 점과 해당 의료기관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비전속으로 근무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비전속' 인정 여부에 관한 서울고등법원 판례(2015누33983)는 "특수의료장비 규칙에서 요구하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주 1회 등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해당 병원에서 근무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해당 의료기관과 일정한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를 총괄하거나 감독하고, 영상화질을 평가하며 임상영상을 판독할 필요는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W병원에 출근을 하지 않아 품질관리 업무를 충분히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줬다"며 건보공단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특수의료장비나 그 설치 환경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 ▲방사선사에 대한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의 총괄 및 감독, 영상화질의 평가 등을 실효적으로 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W병원에 출근하지 않았으므로 특수의료장비의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의 총괄 및 감독, 영상화질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미루어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건보공단의 환수처분 근거에 대해서도 "의료법 제38조 제1항에 따른 특수의료장비 규칙 제3조 [별표 1]에 대한 위반을 처분 근거로 하고 있다"며 처분이 타당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병원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은 건보공단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 등에 대해 그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부당이득 환수처분은 부당하게 급여비용이 지급된 경우 이를 전부 원상회복시키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한편, 의료계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방문과 관련한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며 연이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의료계는 "환자에게 실제 CT나 MRI 등 검사를 시행하고, 의료행위를 제공했음에도 허위로 청구한 경우에나 적용해야 할 요양급여비 전액 환수처분은 너무나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의료취약지 의료기관들의 경우 비전속 전문의 방문 규정을 지키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총 3500여 명 가운데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60%(2100명)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대부분이 대도시 종합병원에 근무하거나 개원하고 있어 취약지 병원이나 의원급에서 영상의학과 전속 전문의나 비전속 전문의를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한 의료기관에서는 CT나 MRI 등 특수의료장비 설치를 위해 '비전속'으로 전문의와 계약·운영을 하고 있다. 문제는 접근성 문제로 비전속 전문의가 주 1회 이상 방문하기 어려워 이른바 '걸면 걸리는' 상황이라는 것.

대한의사협회 16개 광역시도회장단은 3일 "CT 검사 등 요양급여에 대한 과도한 환수처분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광역시도회장단은 "대부분의 중소 의료기관이 원격 판독을 하는 상황에서 아날로그 시대의 산물인 방문 판독 규제를 존치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디지털 시대에 맞게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역시도회장단은 "건보공단은 본연의 가입자 관리 업무에 충실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면서 "공급자인 의료기관을 파멸로 몰아가는 CT, MRI 요양급여 사후 환수 행정처분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비상식적인 행정처분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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