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환자 소중한 생명 지켜주세요"...하루 새 1만 2720명 동참
보건복지부, 의협·학회와 대책 논의...여당 "의료계와 협의해 대응책 마련"
진료 중 30대 환자가 휘두른 칼에 수차례 찔려 정신과 의사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봇물이 터지듯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5시 45분쯤 진료 중이던 서울 종로구 모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 A씨가 휘두른 칼에 수 차례 찔려 오후 7시 30분쯤 사망했다.
환자 A씨는 '양극성 정동장애(Bipolar affective disorder)'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진료 중 A씨가 진료실 출입문을 잠그자 위협을 느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피신했지만 A씨는 복도까지 쫓아가 수차례 칼을 휘둘러 정신과 교수를 사망케 했다.
해당 사건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청와대 국민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환자 폭행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원이 여러 개 게재됐다.
청원 중 가장 먼저 게재된 '강북 삼성병원 의료진 사망 사건에 관련한 의료 안정성을 위한 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483805?fbclid=IwAR37dJBGfYCZCHzO5wIhpdzLyDfjNTdYyGovn1Bg5uKRFpPmEzuoNNifOJI)'에는 1일(오늘) 오후 1시 45분 현재 1만 2720명이 동참했다.
해당 청원인은 환자 칼부림에 사망한 정신건강의과 교수의 애도를 표하면서, 의료현장에 종사하는 의사를 포함한 다양한 직종의 보건의료인과 그들이 돌보는 환자의 안전 확보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청원인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나라 의료에 있어서 의료인들이 수많은 위협에 시달려온 것은 사실이다. 의사가 응급실에서 폭행당한 사건은 2018년 너무나도 많이 벌어져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고, 마침내는 한 의사가 이런 힘든 환경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고 탄식했다.
이어 "병원에는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다양한 의료 관련 직종이 종사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수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병마와 치열하게 싸우기도 하는 공간이다. 이런 병원에서 환자의 치료에 성심을 다하려는 의사를 폭행하고 위협하고 살인하는 것은 안타까운 한 의사의 목숨을 잃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의 목숨을 위협에 빠뜨리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디 간절하게 청원한다. 병원에 종사하는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분들, 의업 종사자분들 및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분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병원에서의 폭력과 폭행 행위 및 범죄 행위에 대해서 강력히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의사, 간호사, 의업 종사자분들, 환자분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를 구비해 주길 비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사건 발생 인지 직후 담당 공무원을 사건 발생 병원에 파견해 사건정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당일인 어제 담담 과장을 사건 발생 병원에 보내 병원 관계자와 면담을 하는 등 사건 상황을 파악했다. (숨진 의사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오늘 또는 내일 진행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 관계 국과 과 관계자들이 오늘 오후 3시 대한신경정신과의학회 관계자들과 만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해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관련) 응급의료법 개정을 이뤄낸 것처럼, 이번 사건 대책에 대해서도 의협과 긴밀하게 협의해 의료인 보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을 통해 사건 소식을 접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여러 통로를 통해 사건 정황을 파악 중인데,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잔혹한 사건이다. 최근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이번 사건은 응급의료 상황이 아닌 일반 외래진료에서 발생한 사건이어서 해당 개정안 적용에 대해 확신하기 힘들다"면서 "다만 향후 의료계와 협의해 (응급의료상황이 아닌 일반 진료 상황에서의 의료인 폭행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가해자가 조울증을 앓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률적으로 심신미약에 해당할 수 있는데) 앞서 국회를 통과한 응급의료법은 주취자 폭행에 대한 처벌 감경만을 명시한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주취자가 아닌)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일이다. 그 때문에 보건복지부도 지금으로선 명확한 입장을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