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홍역 환자 중 증상 있는 37명 중 36명 "2회 예방 접종 안 해"
소청과의사회, 감염관리 기본 수칙·예방 접종 중요성 '강조'
홍역 유행이 예방 접종 기피 현상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1일 '홍역 국내 유행에 관한 제언'을 통해 "세계 보건기구가 현재 개발도상국 및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 홍역이 유행하는 것은 예방 접종 기피 현상 때문이라고 보고했다"며 "우리나라 홍역 환자 중 증상이 있는 37명 중 36명이 접종을 시행하지 않았거나, 불완전 접종, 접종력을 모르는 경우로, 세계 보건 기구 보고와 일맥상통한다"고 짚었다.
1950∼60년대 우리나라의 홍역의 유병률은 매우 높았다. 홍역으로 인한 사망률 또한 높았다. 홍역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홍역 발생률은 많이 줄었다. 2000∼2001년 대유행, 일제 예방 접종 이후 2006년 홍역 퇴치를 선언했다. 2010, 2011, 2014, 2018년에 산발적으로 홍역이 발생했다.
소청과의사회는 "국내외적으로 홍역이 완전히 퇴치되지 않는 이유는 불완전한 예방접종 때문"이라며 불완전한 예방접종의 원인이 근거 없는 '백신 혐오'에 있다고 지적했다.
"1998년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논문이 발표된 이후 백신 혐오가 시작됐다. 2011년에 이 연구가 조작으로 밝혀졌다"며 "이를 빌미로 일부 전문가를 자처한 사람들이 백신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안아키 사태'"라고 설명했다.
'안아키 사태'는 영유아들이 필수적으로 맞아야 할 예방접종을 '약품에 찌든 약한 아이들'로 폄하·방해하는 등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 사건이다. 수두파티·화상 부위를 40도 온수에 담그기·아토피 환자에 로션을 삼가고 햇볕을 쬐는 등의 비과학적 치료법을 권장하기도 하면서 '아동 학대' 논란이 됐다.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양육, 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를 하는 경우 아동학대에 해당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예방접종이나 진료를 거부하는 일부 부모들의 행위는 접종을 받지 않은 아동의 건강은 물론, 그 아동과 접촉하는 다른 아동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예방접종 거부 시, 처벌하는 내용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소청과의사회는 홍역 환자 발생 이후, 일부 언론들의 선정적인 보도가 국민들의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일부 언론들의 선정적인 보도 때문에 사회적인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향후 감염병 발생이 있을 때 언론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보도를 해야 한다"며 "방역 당국 역시 언론 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에 대한 전문가 차원의 대책 수립을 제도화하고, '병원명 공개' 등으로 인한 피해 양산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사회는 "홍역 유행에 따른 보건소의 대처는 담당자들의 미숙함으로 인해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감염병 유행 시 전문가들이 방역대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참가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하여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스 유행 당시 환자가 진료받았던 병원 공개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이번 역시 정치인이 홍역 환자를 진료한 병원 이름을 공개함으로써 문제가 됐다"며 "지역사회에 유행하는 감염병의 발생할 때는 비전문가들이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회는 "제대로 예방 접종을 시행하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았으면 건강하게 자랐을 아이들이 큰 병을 앓거나 후유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 이 사회의 전문가 집단으로서 회의를 느끼고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며 "다시 한번 감염관리의 기본 수칙, 예방 접종의 중요성, 질병 의심 시 정부와 의료인, 국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돌아오는 설 명절에 홍역, 독감 등의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의 미래인 소아·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의료 현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