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후속, 정부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로 기준 재규정
법 개정 가이드 넘어선 '꼼수 확대' 논란...중재원 "큰 폭 변화 없을 것"
의료사고 조정절차 자동개시 범위가 기존 장애 1등급에서 3등급 수준까지 확대된다.
장애등급 폐지에 따른 후속조치로 관련 법령에 정한 의료사고 조정절차 자동개시 범위가 기존 '장애 1등급'에서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로 변경됐기 때문.
사업을 맡고 있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큰 폭의 사업량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법 개정 당시의 논쟁과 장기적인 파급력을 고려할 때 '꼼수 확대'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를 열어 의료사고 조정절차 자동개시 범위를 '장애 1등급'에서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로 변경하는 내용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의결했다.
이는 개정 장애인복지법에 의거, 올 7월을 기해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는데 따른 조치다.
법령에 의해 그 목록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던 '장애 1등급'과 달리, 개정 시행령에서는 조정절차 자동개시 범위가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로 다소 모호하게 정의되면서, 실제 적용범위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의료사고 조정의 실무를 맡고 있는 중재원 측은 자동개시 범위가 사실상 현행 법령에 의한 '장애 3등급'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 수혜자의 범위가 큰 폭으로 넓어지는 셈.
일례로 현재에는 지체장애 기준 두 팔이나 두 다리를 잃은 경우나 이를 완전히 움직일 수 없을 때에 장애 1등급에 해당돼 의료사고 조정절차 자동개시 대상이 됐으나, 앞으로는 편측 상실이나 마비,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경우인 현행 장애 2·3등급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조정 자동개시가 가능해진다.
중재원 측은 "신청자가 장애 2∼3등급에 해당하는 조정절차 불개시 사건의 수가 2016년 46건, 2017년 48건, 2018년 38건에 그치고 있다"며 "(장애 3등급까지) 자동개시 대상이 확대돼도 신청건수 대비 큰 폭의 사업량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료계가 체감하는 부담감은 다르다. 제도 시행에 따른 영향력이 다발적이고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 자동개시 제도 도입 이후 분쟁상담과 조정신청 건수 자체가 모두 큰 폭으로 늘어났다. 자동개시 직전인 2016년 1907건에 그쳤던 의료분쟁 조정신청 건수는 제도 시행이 본격화된 2017년 2420건, 2018년 2926건으로 늘었고 올해도 5월말 현재 1226건, 연내 3000건 돌파가 예상된다.
자동개시 건수 또한 해를 거듭할 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7년 383건에 그쳤던 자동개시 건수는 2018년 591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도 5월 현재 222건을 기록 중이다.
이런 이유로 자동개시 범위 산정에 관한 사항은 제도 도입 당시에도 큰 쟁점이 된 바 있다. 자동개시 범위가 지나치게 좁을 경우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나, 반대로 그 폭을 넓게 둘 경우 조정신청의 남발과 이로 인한 진료위축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최초 발의 법안은 모든 의료분쟁에 대해 조정절차 자동개시가 가능하도록 규정했지만, 국회는 치열한 논의과정을 거쳐 자동개시가 가능한 의료사고의 범위를 현재 기준인 사망 또는 1개월 이상 의식불명·장애 1등급으로 확정했다.
한편, 중재원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시작된 자동개시 사건 1196건 가운데 의료기관 배상결정이 이뤄진 사건은 전체의 절반(49.7%)인 595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현재까지 배상금액이 확정된 사건은 579건. 배상금액별로는 ▲1000만원 이상 2천만원 미만이 168건(29.2%)로 가장 많았으며 ▲500만원 미만 135건(23.4%) ▲5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 114건(19.8%) ▲20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이 63건(10.9%) ▲5000만원 이상이 38건(6.6%) ▲3000만원 이상 4000만원 미만 21건(3.6%)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