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난임사업 사용 한약재, 임산부·태아 건강 '위협'

한방난임사업 사용 한약재, 임산부·태아 건강 '위협'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6.1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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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난임 한약재 유·조산 위험 '목단피'...식약처도 임부 금기
바른의료연구소, 전남도 의회 한방난임 지원 조례안 철회 촉구

태아 기관형성 기간에 한약재에 노출된 생쥐산모에서의 태아흡수(제공=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태아 기관형성 기간에 한약재에 노출된 생쥐산모에서의 태아 흡수(제공=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인삼: 쥐의 배아에서 선천성기형의 발생이 관찰됐다. WHO는 태아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임신 및 수유기에는 인삼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고, 특히 임신 제1주기에는 더욱 그렇다고 권고했다.

감초: 조산 위험을 증가시킨다. 감초를 복용한 임산부로부터 태어난 어린이들에게 인지수행 능력 저하 및 주의력 결핍 등의 정신과적 문제 등이 나타난다는 것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핀란드 역학연구에서 확인됐다.

백출: 임신 중 투여한 생쥐와 토끼에서 ▲태아성장지표 감소 ▲착상 후 손실률 증가 ▲산전·산후 사망률 증가 ▲선천성 근골격계 이상 발생 ▲태아흡수 ▲태아수종 ▲짧은 귀 기형 등의 생식독성이 관찰됐다.

목단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산부가 목단피를 복용할 경우 유산·조산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목단피를 함유한 모든 한약제제들을 임부 복용 금기로 설정하고 사용상 주의사항에 표시하도록 하였다.

한방난임사업에 사용하는 한약(조경종옥탕, 육린주, 온경탕, 배란착상방) 가운데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한약재가 들어 있어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방난임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 시행하는 사업임에도 임산부와 태아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방난임사업에 사용하는 한약재들이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약재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전라남도 의회가 한방난임사업에 대한 시술비 지원을 명문화한 조례 제정을 추진, 지역의사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바의연은 "한방난임사업의 '효과 없음'은 통계로 확인됐다. 이는 산모·태아에 오히려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며 "전라남도 의회가 추진 중인 조례 및 지자체 한방난임사업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라남도의회 보건복지환경위원회는 최근 '한의 난임치료 시술비 지원 사업' 추진을 포함한 모자보건 조례안을 심의·의결했다.

차영수 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은 '의학적·한의학적 난임치료를 위한 시술비 지원 사업 시행'에 대한 지원 등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조례안은 오는 18일 열릴 도의회 본회의에 상정, 최종 의결 여부가 정해질 예정이다.

바의연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임신 성공률이 난임여성의 자연 임신율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은 13.5%, 10.5%, 11.8%였다.

지자체한방난임사업과 의학적 보조생식술간 1주기당 임신성공률 비교(제공=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지자체한방난임사업과 의학적 보조생식술간 1주기당 임신성공률 비교(제공=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바의연은 "지자체 한방난임사업 임신성공률은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이 없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라며 "난임 여성의 자연임신율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은 한방난임치료가 정상적인 자연임신조차도 저해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한방치료가 난임 여성을 자연임신에 적합한 최적의 신체 상태로 만들어 자연임신율을 높인다면서 치료종결 후 3∼4개월간 보조생식술을 금지시키고 있다"면서 "난임 여성의 난소예비능은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감소된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보조생식술을 금지시키는 것은 오히려 난임 여성이 한시라도 급히 보조생식술을 받을 기회를 제한해 임신예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경희대학교가 1997년 8월부터 2000년 7월까지 수행한 '한약이 임신 중 태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살펴보면, 3년 동안 실험한 총 31종의 한약 중 무려 27종(▲숙지황 ▲행인 ▲백출 ▲백작약 ▲적복령 ▲진피 ▲목단피 ▲도인 ▲갈근 ▲인삼 ▲목향 ▲안태음 ▲지각 ▲교애궁귀탕 ▲아교 ▲보중익기탕 ▲안태금출탕 ▲사물탕 ▲궁소산 ▲애엽 ▲천궁 ▲사인 ▲반하 ▲당귀 ▲천남성 ▲소엽 ▲계피)에서 세균주를 이용한 유전자 돌연변이원성 실험에서 양성으로 나왔다.

이 중, ▲숙지황 ▲당귀 ▲갈근 ▲안태움 ▲애엽 등에는 세포독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포유류 배양세포를 이용한 염색체 이상 실험의 경우, ▲행인 ▲천궁 ▲안태금출탕 ▲의이인 ▲갈근에서 양성으로 나왔다. ▲사물탕 ▲백출 ▲사인 ▲소엽 ▲백복령 ▲반하 ▲당귀 ▲백작약 ▲숙지황 ▲목단피 ▲천남성 ▲진피 ▲안태음 ▲궁소산 ▲소엽 ▲애엽 등의 한약재에서 의양성이 나왔다. 한약이 생쥐의 생식능력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태아의 출산체중 감소, 임신태아 수의 감소, 태아의 염색체 이상(백출) 등이 관찰됐다.

임신 중 한약복용의 위험성은 홍콩중문대학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홍콩중문대학 연구팀은 중국에서 절박유산에 흔히 처방하는 한약재 20종(▲백출 ▲토사자 ▲속단 ▲아교주 ▲상기생 ▲감초 ▲황기 ▲백작약 ▲당귀 ▲황금 ▲두충 ▲숙지황 ▲지황 ▲생지황 ▲산약 ▲사인 ▲천궁 ▲애엽 ▲진피 ▲사삼)의 안전성을 생쥐를 이용해 실험했다.

실험 결과, 임신 초기에 노출된 경우 산모의 산전 및 산후 사망의 관찰, 산모의 체중증가 및 배아 성장, 산후 체중증가 등의 유의한 감소, 태아흡수 및 근골격계 기형 역시 유의하게 증가했다.

바의연은 "한방난임치료는 난임 여성의 난임극복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난임 여성의 난임극복을 더욱 어렵게 하는 한방난임치료에 시술비를 지원하도록 규정한 조례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시행 중인 한방난임사업 자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의연은 "전라남도가 제대로 난임을 극복해 내기 위해서는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한 치료법에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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