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간호사가 약 배부·배달까지?…'원격의료 시범사업' 현황

방문간호사가 약 배부·배달까지?…'원격의료 시범사업' 현황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8.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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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협, 공보의 대상 '원격의료 시범사업 전수조사' 결과 발표
30여 개 시군 진행…원격진료 대상 환자 수, 한 달 평균 40명∼200명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월 충청남도 홍성군 구항 보건지소와 공주 교도소 등 취약지 원격의료 현장을 방문, 현황을 점검했다. ⓒ의협신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월 충청남도 홍성군 구항 보건지소와 공주 교도소 등 취약지 원격의료 현장을 방문, 현황을 점검했다. ⓒ의협신문

현재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지역 대부분에서 비의료인을 사업에 참여시키고 있으며, 방문간호사가 약 배부·배달까지 진행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 관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7월 31일부터 8월 20일까지 전 공중보건의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등에 속한 30여 개 시군에서 해당 사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 확대 조짐까지 보이는 상황이 확인됐다. 원격진료 대상 환자 수는 한 달 평균 40명, 많게는 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역별 편차는 있었지만 이미 많은 수의 환자들이 원격진료를 받고 있었다.

현재 시행 중인 원격진료 시범사업의 형태는 공중보건의사가 원격지 의사로서 원격진료에 참여하고, 보건진료소 공무원 혹은 방문 간호사 등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현지 인력으로 참여하는 형태가 대다수였다. 의학 상담은 대부분 원격지 의사에 의해 이뤄지고 있었다. 절반 정도의 지역에서는 진단과 처방 및 방문간호사를 통한 약 배부·배달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들은 "처방 후 증상의 악화와 합병증의 포착이 어렵다", "원격진료 시 혈압과 BST 측정, 가벼운 문진만 가능하기 때문에 효용성이 높지 않다", "대면 진료에 비해 순응도가 떨어지고, 제대로 된 투약이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이 불가능해 진료 시에 항상 불안감이 발생한다", "만에 하나 의료사고가 발생할 시 책임소재 등이 항상 무서울 수밖에 없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의협신문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의협신문

대공협은 먼저, 의사 외 의료인이 원격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것에 대해 우려했다.

대공협은 "현 의료법에서 의사-의사 간에 이뤄지는 원격협진이 명백하게 허용된 것과는 다르게, 원격진료의 현지 인력으로 간호사, 조산사와 같은 의사 외 의료인을 포함할 것인지에 대하여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이 외에도 방문간호사 대리처방, 처방 약 전달 역시 의료법 및 약사법에 모두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개정 공포된 의료법에 따르면, 대리처방 관련 처벌이 강화되고, 더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섣불리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라면서 "법적으로 잘 규정되지 않은 시범사업 진행과 관련해, 반드시 관계 단체 및 실제 사업을 집행하는 인력과 긴밀하게 사전에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분쟁 및 책임소재 등 조율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부담도 토로했다.

대공협은 "이번 시범사업은 의료계 및 해당 지역의사회와 전혀 상의 된 바 없다. 공중보건의사는 임기제 공무원이다. 병역의무를 이행 중이라는 특수한 신분으로, 시범사업에 의문점을 갖고 있더라도 의견을 피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다수 공중보건의사는 원격진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채, 근무지에 원격진료기가 설치되고 나서야 지자체 소속 공무원의 의무를 근거로 해당 사업에 대해 참여할 것을 강요당했다"고 한탄했다.

이어 "공중보건의사는 사업 진행 도중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굉장히 취약할 수 있다. 분쟁에 관한 책임 문제 등 사전조율이나 협의 없이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공중보건의사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사업 집행 당국은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규정하거나 진료의 책임은 응당 공중보건의사가 져야 할 몫이라 답하는 경우도 있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대공협은 "원격진료 시행 시, 의료취약자와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좀 더 나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주장은 신중히 평가돼야 한다"며 "국내에서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원격진료를 통해 국민건강 및 진료의 질이 향상했다는 기본적인 연구는 없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에서 2016년 발표한 결과는 엄밀한 증거에 입각한 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 그 수준이 충분히 높지 않다"면서 "많은 재정이 투입되고 국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보건사업은 근거 입장에서 평가된 이후 확대·도입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대공협은 "실제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는 많은 공중보건의사는 환자로부터 적절한 검사 없이 약물 처방을 요구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약물을 조절하려 해도 순응도가 좋지 않아 힘든 경우가 많다"며 "대면 진료를 통해서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는 원격진료에서 더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급격한 원격의료 사업 추진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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