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센터'더러 '개발센터' 하라고?…"본래 목적 충실해야"

'지원센터'더러 '개발센터' 하라고?…"본래 목적 충실해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9.10.1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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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자립화' 요구 신약개발 위축...지속적인 지원 필요
대구경북첨복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 성과·전망·문제 진단

정부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운영중인 신약개발지원센터의 자립화에 방점을 찍은 데 대해 센터 본연의 목적인 '지원'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정애 영남대 약대 교수(병태생리학)는 17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대구일보 주관으로 열린 메디시티 상생포럼에서 '신약개발지원센터 지원 사례' 발표를 통해 "정부가 요구하는 재단 및 센터 자립화에 매몰되다 보면 결국 신약개발 지원이라는 설립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기초 연구와 임상 연구 사이의 단절을 막고 신약개발 과정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계곡'을 넘기 위해 만든 것이 첨단의료복합단지"라면서 "신약개발지원센터는 단절된 연구를 잇기 위해 유효물질 연구·선도물질 창출·선도물질 최적화·후보물질 도출·연구용 비임상 등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약개발지원센터는 신규 화합물 발굴과 검증을 시작으로 동물실험을 통해 각 질환에 대한 생체 내 약효·약물학적 특성을 갖는 신규 화합물을 도출하고, 동물대상 독성·약효 확증 합성 공정개발 등 신약개발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을 지원하고 있으며, 평가와 최적화를 거쳐 임상 전단계까지 연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새로운 물질의 '평가와 최적화'는 가장 중요한 과정.

신약개발지원센터는 "평가만 단순히 지원해도 연구물질의 효능 테스트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특허와 실용화의 물꼬를 트게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영남약대의 경우 다양한 연구 성과를 거두었지만 기업으로 특허를 이전하거나 평가를 직접 수행하기가 어렵다보니 개발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같은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신약개발지원센터가 큰 도움이 됐다"고 밝힌 김 교수는 "유도체 등 약학조성물 2건의 특허 기술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신약개발지원센터의 지원으로 대사안정성·인체 안전성·약동학 등 다양한 평가를 진행해 지난해 3월 모 제약사로 기술이전이 성사됐다. 해당 기술은 현재 100개 국가에 특허출원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애 영남약대 교수는 '신약개발지원센터 지원 사례' 발제를 통해
김정애 영남약대 교수는 '신약개발지원센터 지원 사례' 발제를 통해 "신약개발지원센터에 대한 과도한 자립화 요구는 신약개발 과정의 '단절 극복' 목적보다 생존을 위한 과제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대구경북첨복재단 자립화에는 부정적인 시선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의 신약개발지원센터에 대해 자립화를 요구하면 '단절 극복' 보다는 생존을 위한 과제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자립화를 근간으로 발전방안을 재촉하면 '지원센터'가 아닌 '개발센터'로 본연의 목적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 예산 운용시 '평가와 최적화'를 맡아야 함에도 자립화에 매몰되다보면 유효물질을 만드는 데 치중하게 된다. 자연히 기존 업무 예산이 다른 곳으로 빠질 수도 있다"고 밝힌 김 교수는 "자립화 역시 기술화된 제품을 공유하고 기술이전을 통해 수익을 나누는 등 신약개발 지원이라는 목적 사업을 통해 확충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세계적으로 신약 개발을 위한 기업의 움직임과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원을 줄이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지원을 이어갈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업계와 학계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면서 "학계의 연구가 신약개발이라는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신약개발지원센터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제에 이어 입주 기업의 의료기기 분야 편중 현상, 심각한 우수 인력 유출 등 현재 첨복재단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연구자에 대한 기초물질 시험 비용 할인, 신약개발 중점 사업화 등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첨복재단 관계자는 "230억원의 우수인력 유치 기금이 조성돼 있다"며 "올해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성과에 따라 우수 연구자를 영입하기 위한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승호 대구광역시 경제부시장이 17일 대구경북첨복단지 연구개발특구에서 열린 작은음악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승호 대구광역시 경제부시장이 17일 대구경북첨복단지 연구개발특구에서 열린 작은음악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앞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야외 무대에서 연구개발특구 입주기업을 위한 작은음악회가 열렸다.

이승호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실리콘밸리가 처음부터 지금의 명성을 얻지 못했다. 젊은 인재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하면서 지금의 실리콘밸리가 됐다"며 "연구개발특구도 젊은 인재들이 모이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연구단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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