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실손보험 청구대행 드라이브...의료계 '반발'

정부여당, 실손보험 청구대행 드라이브...의료계 '반발'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10.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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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가입자 편익 향상을 위한 청구간소화 찬성" 입장 표명
의료계 "민간보험사 이익 위해 공기관·의료기관 총 동원? 어불성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보험연구원과 공동으로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인슈어테크와 실손의료보험 청구간호화'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보험연구원과 공동으로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인슈어테크와 실손의료보험 청구간호화'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정부와 여당이 실손보험 청구대행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의료계는 "사적기업인 민간보험사의 편익을 위해 공기관의 공적자산과 전 의료기관을 동원하겠다는 얘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보험연구원과 공동으로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인슈어테크와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환자의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의료기관이 환자 진료내역 등을 전산으로 직접 보내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의료기관에 실손보험 청구대행 업무를 맡기자는 것이 골자.

해당 법안은 현재 소관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되어 있는 상태. 조만간 국회 차원에서 본격적인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국회의 법안 심의를 앞두고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와 보험업계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손보험 가입자인 국민이 청구불편으로 인해 보험금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이를 의료기관이 대행케 해 불편을 해소하자는 주장이다.

발제를 맡은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보험은 보험금이 소액인 경우가 많고, 청구가 다량으로 발생함에도, 피보험자의 서면청구를 기본으로 해 피보험자, 요양기관, 보험회사 모두가 금전적·시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요양기관 및 보험회사의 행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조속히 청구간소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청구 대행 방안으로 요양기관이 온라인으로 증빙서류를 보험회사에 직접 전송하되, 중간에 요양기관의 전산망을 통합해 연결하는 보험중계센터를 둘 것을 제안했다.

요양기관이 직접 각 보험사로 서류를 보내는 것은 번거로우니, 중간에 보험중계센터를 두어 요양기관이 여기에 필요한 서류를 보내면, 보험중계센터가 요양기관이 받은 서류를 각 보험사로 보내주는 역할을 하게 하자는 그림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나왔다. 보험중계센터를 만들어 운영할 경우 각 요양기관과 보험중계센터를 연결하는 별도의 전산망을 새로 만들기 어려우니, 이미 연결되어 있는 심평원과 각 요양기관간 전산망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보험연구원
실손보험 청구제도 개선안(보험연구원)

그간 신중한 입장을 보인 정부는 청구 간소화 방안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며 힘을 보탰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은 "보건복지부는 가입자 편익 향상을 위한 청구간소화에 찬성한다"며 "다만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참여를 강제화한다는 점에서 의료계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환 금융위원회 보험과장 또한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비용을 초래하는 현 청구방식의 개선을 위해 보건당국과 금융당국이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준엄한 질책이라 생각하며, 정책 당국으로서 보험의 신뢰도 제고와 소비자 편익 향상을 위해 정책 추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전재수 의원도 법 개정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전재수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법안소위를 열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반발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청구간소화를 통해 보험사는 사업비 감소, 보험료율 조정, 보험가입 갱신 시 필요한 정보 수집 등 적잖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실손보험 가입자의 편익 제고를 명분으로 하고 있으나, 청구간소화에 따른 편익은 대부분 실손보험사의 몫"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대형병원에서 운영중인 키오스크와 같이, 보험사 스스로 환자와 가입자의 편의를 위한 시스템을 정비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서 이사는 "하지만 민간기업인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전 의료기관에 청구대행을 강제화하고, 건강보험 재정으로 운영하는 심평원의 공공자산을 (민간보험사를 위해)활용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얘기"라고 비판했다.

사진 왼쪽부터 고형우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의협신문
사진 왼쪽부터 고형우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의협신문

일부 쟁점을 두고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치고 받는 상황도 연출됐다.

고형우 의료보장관리과장이 정부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현재로서도 환자의 요구가 있다면 민간보험사로 진료기록부 사본을 전송해야 한다"거나, "심평원에 중계 기능을 부여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논란이 됐다. 

고 과장은 "(현재로서도)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진료기록 사본을 요청하면서, 환자 본인이 제3자에게 전자적 형태로 전달해 달라고 하면 해 줘야 한다. 이는 의무사항이다. 지금도 의료기관이 제3자인 보험사에 개인의 진료기록 사본을 쏴줄 수 있다"면서 "심평원을 경유하는 문제는 시스템적으로 가능하나, 의료계에서 심사 등을 우려해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심평원이 심사를 하지 않고 중계만 하면 논란이 줄어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발언에 대해 서인석 병협 보험이사는 "진료기록부 사본 제3자 전송의 적법성 등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청구 간소화 중계기관으로 심평원을 직접 언급한 것을 두고도, 보건복지부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서 이사는 "관련 법령에 따르면 개인이 위임을 했더라도 의료기관이 법인에 개인의 진료기록을 직접 전송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으로 안다. 팩트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2017년 열렸던 유사한 내용의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는 심평원을 중계지로 삼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입장을 바뀐 것이냐"고 말했다.

이에 고 과장은 "청구편의를 위한 중계기관이 필요하다는 데 정부도 동의하며, 그 중계기관을 제한적 범위 내에서 심평원이 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이를 꼭 심평원이 해야 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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