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회장 작심 발언 "조정자 역할 기대했는데...배신감"
보건복지부 "협의체 열어 의견 조율" 의사결정 해 넘길 듯
첩약 급여화를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대한한약사회는 4일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장외집회를 열고 첩약 급여의 문제를 공론화한데 이어 "(첩약 급여 논의과정에서) 정부가 한의사 편만 들고 있다"는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한약사회는 정부가 첩약 급여화를 위해 구성·운영 중인 '한약 급여화 협의체' 참여단체다. 첩약 급여 논의과정이 공정치 않다는 문제제기가 협의체 내부 단체의 입에서 터져나온 셈이다.
정부는 연내 협의체 회의를 열어 직역간 의견조율에 나선다는 방침. 이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첩약 급여 시범사업 방안을 확정하겠다던 계획도 미뤄질 전망이다.
한약사회장 "정부, 한의사 편만 들고 있다...배신감 느껴"
김광모 한약사회장은 4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정부가 한의사 편만 들고 있다"며 "처음부터 왜 협의체를 만들었는지, 왜 협의를 해보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한약사회는 이날 오전 정부 세종청사 앞 도로에서 첩약급여 규탄 장외집회를 열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 이날 집회에는 한약사와 한약학과 대학생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만나 ▲한약 안전성·유효성 확보방안 마련 ▲한약제제분업 등을 첩약 급여화 선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첩약 급여화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광모 회장의 '한의사 편들기' 발언은 정부 관계자 면담 직후 나왔다.
김 회장은 "한약(첩약) 급여화 필요성에 공감해 그간 협의체 논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왔으나, 논의 후반에 들어 정부가 한의사협회의 편만 들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에 우리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장외집회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한약사회가 처음부터 첩약 급여화에 반대입장을 냈던 것은 아니다.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합리적인 조정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가는 모양이 달랐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 회장은 "논의를 통해 서로 양보해 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한의협은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시범사업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정부는 이런 한의협의 편을 들고 있다"며 "한약사들은 이런 정부의 태도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협의체 운영 자체가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대표적인 것이 한약 안전성·유효성 검증에 대한 정보 공개.
김 회장은 한약 안정성·유효성 검증과 관련한 정보가 적어도 협의체 내부에서는 공유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물어도 (정부 측에서) 알려주지를 않는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물어본 것 같은데 뚜렷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안 알려주는 것인지 정말 진행이 안되는 건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정부 "협의체 열어 논의 재개...연내 건정심 상정 어려울 듯"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정부도 숨고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달 건정심에서 첩약 급여 시범사업 방안을 확정하겠다던 계획도 미뤄질 전망이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이달 중 협의체 회의를 열어 의견조율을 재개할 방침"이라며 "당초 이달 건정심 상정을 목표로 했으나 여러 일정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으로 넘어가게 될 것 같다"고 했다.
한약사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 정책관은 "한약의 안전성·유효성 문제는 꼼꼼한 성분표시와 약재 관리 등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한약제제분업의 경우, 당장 제제분업을 하면 첩약을 조제할 곳이 많지 않게 돼 국민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 국민편의 측면에서 바로 검토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한약사들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모든 것을 다 만들어 놓고 하자, 아니면 안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한의약의 발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밝힌 이 정책관은 "일단 첩약 급여화로 물꼬를 튼 뒤 그 안에서 한약사와 한의사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하면서 발전해 나갈지 함께 고민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