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칼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망
응급수술 참여한 동료 의사 증언…진료실 폭력 추방 계기

"환자에게 칼에 찔려 응급실에 들어올 땐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2019년 1월 1일 고 임세원 교수의 비보를 전하는 기사를 가장 먼저 쓸 줄은 몰랐다.
고 임세원 교수 응급수술에 참여했던 강북삼성병원 A교수의 단독 인터뷰(강북삼성병원 의사 응급수술 맡은 동료 의사 "참혹하다고 밖에")가 2019년 독자에게 주목받은 [의협신문] 기사에 뽑혔다.
당시 상황을 가장 정확하고, 생생하게 보도하면서도 진료실 폭력을 예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 독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 같다.
새해를 맞이하는 들뜬 마음을 뒤로하고 1월 1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고 임세원 교수가 무슨 연유로 자신이 진료하던 환자에게 피습을 당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병원 측에 연락했지만 '불통'.
그러던 중 수술을 받았으면 수술실에 들어간 의사가 있을 거란 생각에 평소 알고 지내던 A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전 10시경 간신히 A교수와 전화가 가능했다.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기자는 "사건이 일어난 후 곧바로 수술은 한 거죠? 경황이 없으시겠지만, 당시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A교수로부터 돌아온 답은 "환자에게 칼에 찔려 응급실에 들어올 땐 이미 심정지 상태였어요. 손을 쓸 수 있는 게 전혀 없었어 이기자"라는 말이었다.
동료 의사의 응급수술을 맡았던 A교수의 증언을 바탕으로 2019년 첫 기사를 송고했다. 기사를 송고한 다음에는 한동안 마음이 아팠다.
고 임세원 교수의 사망 사건으로 의료계는 침통해 했고, 추모행사를 열었다. 의협은 안전한 진료실 환경을 조성해 제2, 제3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며 국민 여론에 호소했다. 국회의원과 정부 부처를 찾아다니며 법 개정 작업도 추진했다. 정신건강의학계는 물론 학회와 개원가는 물론 병원계도 힘을 모았다.
국회에서 진료실 안전을 위한 의료법 개정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2019년 4월 5일 고 임세원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환자와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해 도망가지 않고 멈춰서 가해자의 주의를 끈 고 임세원 교수를 의사자로 지정하는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2020년 1월 1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오늘. 기자는 1년 전과 같은 비보를 첫 기사로 쓰고 싶지 않다. 진료실 안전, 그리고 의사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에 국회·정부·의료계가 더 노력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