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한의약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하게 해 달라" 제안
의료계 전문가 "한의약 작용기전 모른채 사용 하면 환자 위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국내 확진 환자가 늘면서 치료 방법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가 한의약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제안하자 의료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의협은 29일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과 치료에 한의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의협은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의학적 치료에 한의학적 치료를 병행하면 효과가 더 좋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의협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의료계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한의약 치료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엄중식 교수(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는 한의약 치료를 경계하면서 오히려 환자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엄 교수는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한의협이 한의약 치료를 병행할 것을 제안했지만, 정부에서 제안서를 채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국가적 재난 상황에 한의약 치료를 제안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종 감염병은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심사숙고해 치료해야 하고, 분자 단위에서 작용기전이 알려진 약제를 정확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치료해야 하는데, 어떤 성분이 있는지도 모르는 한의약을 환자에게 쓸 수는 없다"라고 꼬집었다.
엄 교수는 "한의협은 한의약을 통해 치료하겠다고 제안하기 전에 어떤 한약재가 어떤 결과를 주는지에 대해 먼저 제시해야 한다"라며 "정부가 메르스 때 한의협의 제안을 채택하지 않은 이유를 먼저 생각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대응은 매우 신중해야 하는데, 검증되지 않은 한의약을 환자에게 사용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의약이 그렇게 대단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면, 지금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와 사망환자가 줄지 않고 왜 급증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중국에서는 '중의(中醫) 치료'가 포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 진료방안'을 발표하고, 매뉴얼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00여명의 중의사들이 후베이성 종합병원에서 한약 치료를 시작했고, 1월 28일에는 중의사가 포함된 의료진 6000명을 후베이성에 대거 투입한 상황도 언급했다.
사스 창궐 시 중의약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한 광동성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적은 사망률을 기록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자료도 인용했다.
한의협은 지난 2015년 6월 11일 '메르스 환자 한의약 치료 병행 제안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한의협은 대정부 제안서를 통해 한의 대학병원 교수들로 이뤄진 한의 의료진을 메르스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에 배치,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과 논의해 한약을 투여하는 병행치료를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는 한의협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