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부 통증 호소 환자에 CT검사 강권...'폐렴'→'코로나 확진'
확진 소식에도 환자 먼저 챙겨...14일간 자가격리 '외로운 싸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일선 의료현장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행 방역지침에 맞춰 선별진료소 우선 안내를 시행하고 있지만, 언제 의심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올 지 알 수 없는 일.
개원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만에 하나'의 가능성에 늘상 대비하고 있다. '45번 확진자'를 처음 진료한 조창식 원장(닥터조제통외과의원)도 그랬다.
복통 호소 환자, 꼼꼼히 챙겨보니 '코로나19'
17일 오후 대구 중구에 위치한 닥터조제통외과의원, 한 중년 여성이 상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간단한 문진에서 환자가 호소한 증상은 내원 3일 전부터 발생했다는 '명치를 쏘는 느낌'과 '어깨 결림'.
발열이나 기침,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은 없었고, 최근 해외 여행을 다녀오거나 코로나19 확진자를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
조 원장은 일단 허혈성 흉통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심전도 검사 등을 시행했지만 이렇다 할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무언가 가볍지 않은 병증이 있다'는 의심에 환자에게 CT검사를 강력하게 권했다. 인근 영상의학과에서 실시한 검사 결과, 폐렴이 확인됐다.
18일 검사 결과를 전해들은 조 원장은 코로나19 가능성을 확신하고 환자에게 즉시 전원을 권했다. 대구의료원으로 간 환자는 1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 '45번째' 코로나19 확진자다.
해당 환자는 후에 방역당국 역학조사에서 대구 1호 환자인 '31번 확진자'와 같은 교회를 다닌 것으로 확인됐으나, 내원 당시에는 이런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지역사회에서 계속 활동을 할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조 원장은 19일 [의협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행력이나 접촉력, 호흡기 증상도 없었지만 심상치 않다는 '촉'이 왔다"며 "명확하게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20년 임상의사로서의 경험이 작동한 것 아닌가 싶다. 결과적으로 환자를 조기에 발견, 치료할 수 있게 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확진자 발생 후에도 '환자 먼저'...남은 건 14일 자가격리
해당 환자의 확진 소식을 전해들은 조 원장은 즉각 진료를 중단하고, 관할 대구 중구 보건소에 연락해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또 해당 환자가 다녀간 17일과 18일 내원한 다른 환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같은 설명을 한 뒤, 일단 자가격리할 것을 권유했다.
이후 직원들과 함께 보건소로 이동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돌아온 뒤, 의원에 남아 보건소의 방역소독 과정 등을 지켜봤다.
상황을 접수한 보건소는 즉각 접촉자인 조 원장과 직원을 검사하고 기관 방역에 나섰지만, 손실 및 피해보상과 관련된 기관 폐쇄명령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건소는 기관폐쇄 대신 조 원장에게 14일의 자발적 격리를 권고했다. 그러나 '홀개의(홀로 개원한 의원·개원의 1인 의원)'인 조 원장에게 14일의 자가격리는 곧 14일 기관 폐쇄를 의미한다.
조 원장은 "환자를 조기에 잘 찾아내 치료받을 수 있게 하고, 혹시 있을 지역사회 추가 확산 가능성을 막은 것은 후회없이 잘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사건 발생 이후 보인 보건당국의 미온적 대응엔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혼자 일하는 개원의의 입장에서 14일간의 자가격리는 곧 휴업을 의미하며, 그 손실 또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다"고 호소한 조 원장은 "감염병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일선 의사들이 안심하고 적극적으로 환자 발굴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