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상담·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 발표...내용 구체화
보건의료기본법 등 추진근거 언급...사실상 사업 '강행' 의지 밝혀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 정부가 코로나19 방역대책의 하나로 전화 상담과 처방 허용을 골자로 하는 '원격진료'를 강행하기로 했다.
여기에 '대리처방'까지 더해, 당장 돌아오는 월요일인 2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원격진료 시행방안 등을 구체화 한 '전화상담·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을 공개했다.
내용은 이렇다.
2월 24일부터 별도 종료시까지, 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화 상담과 처방을 허용한다.
참여대상은 전화상담·처방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으로 정했다. 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이라면 규모와 종별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전화·상담처방 비용은 '진찰료의 100%'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다만 환자본인부담금의 수납은 의료기관과 환자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했다.
본인확인과 진료내용 기록 등은 기존 대면진료 절차를 준용하라고만 언급했다.
처방전 발급과 의약품 수령방식도 구체화했다.
처방전의 경우 진료한 환자의 전화번호를 포함해 팩스나 이메일을 등으로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에 처방전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발급하도록 했다.
의약품은 처방전을 발급받은 약국에서 환자에 유선이나 서면의 방식으로 복약지도를 실시한 후 조제·교부하게 했다. 의약품 수령방식은 따로 정하지 않은 채, 환자와 약사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했다.
정부, 보건의료기본법 등 추진근거 언급...사실상 '강행' 의지
정부는 이날 발표자료를 통해 ▲보건의료기본법 제39조 및 제44조 ▲의료법 제59조제1항 ▲감염병예방법 제4조 등을 사업추진 근거로 언급했다.
해당 법률은 '국민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질병 중에서 국가가 특별히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질병의 경우, 복지부 장관이 이를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사실상 사업 강행 근거와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는 의료계의 반발에 대한 답변으로 읽힌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전화상담·처방 허용 계획이 발표된 21일 즉각 성명을 내어 정부에 유감을 표하며, 즉각적인 계획의 철회와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의협은 "전화상담과 처방은 법률검토, 책임소재, 진료의 범위와 의사 재량권, 조제방식과 보험청구 등 미리 검토, 상의해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정부는 이에 대한 어떤 협의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마치 당장 전화상담과 처방이 가능한 것처럼 발표해 국민과 의료현장에 엄청난 혼란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당장 환자들은 전화로 처방을 요구하고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어찌 대응해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밝힌 의협은 "실무 준비가 되지도 않았는데 합의한 적도 없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정작 그 당사자는 언론보도를 통해 듣게 되는 이런 삼류행정을, 국가적 비상사태에서도 그대로 반복할 것인냐"고 강력 비판했다.
정부, 원격진료 더해 '대리처방'도 한시적 허용
그러나 정부는 "국민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대리처방'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취약계층이 감염병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가격리자·만성질환자·노약자·고위험군 환자 등의 경우 의사의 의료적 판단을 바탕으로 대리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시행시점은 원격진료와 동일하게 2월 24일부터 별도 종료시까지, 비용은 진찰료의 50%로 정했다.
대리처방이 허용되는 조건도 정해 공개했다.
같은 질환에 대해 계속 진료를 받아오면서, 오랜 기간 같은 처방이 이루어지는 경우로서, 의료인이 해당 환자 및 의약품 처방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