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본 "요양병원에 감염관리 행정명령, 위반시 손배청구 등 검토"
醫 "악전고투 중인 의료인 희생·헌신 무시...전형적인 책임전가" 반발
보건당국이 코로나19 방역대책의 하나로 요양병원에 감염관리 강화를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이를 위반해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는 감염발생 의료기관에 구상권 청구 운운하는 것은,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19 방역과 치료를 위해 악전고투 중인 의료계의 희생과 헌신을 외면한 채, 오로지 책임만을 추궁하겠다는 태도라며 강한 분노를 표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0일 브리핑을 열고 요양병원 감염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다.
요양병원 집단감염 예방을 위해 ▲방역관리자 지정 ▲외부인 출입제한 ▲종사자(간병인)에 대한 발열 등 증상여부 확인 및 기록 ▲유증상자 즉각 업무 배제 ▲종사자 마스크 착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겠다는 내용이다.
중대본은 특히 "행정명령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이 명령을 위반해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해당 기관에 대한 손실보상 및 재정적 지원을 제한하고, 추가방역 조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환란을 겪은 대구시에서도 유사한 발언이 나왔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9일 브리핑에서 "시설 및 병원 관리소홀로 대규모 감염병 확산이 확인될 경우 책임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의료계는 공분하고 있다.
박홍준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 부본부장(의협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대구시장이 감염관리를 못한 의료기관에 대해 공공연히 책임을 묻겠다고 발언한데 대해, 깊은 분노와 배신감을 감출 수 없다"며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노력 덕분에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또 다시 모든 책임을 의료계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부본부장은 "(의료기관의 노력에도 불구) 병원 내 감염이 불가항력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럼에도 법적조치 운운하며 의료기관의 책임을 묻겠다는 태도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한요양병원협회도 "전형적인 책임전가이자 행정편의적 대책"이라며 정부의 발표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조정하기 이전부터 감염관리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정부가 요양병원들의 지원요청은 외면한 채 책임추궁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협회는 2월 초 전국 요양병원에 지속적으로 공문을 발송해 면회 금지와 병원 임직원 외부활동 자제 등의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정부에 수술용 마스크 지원과 방역활동 비용 지원 등을 요구해왔으나 정부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손덕현 요양병원협회장은 정부 발표 직후 가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싸움을 하고 있는 요양병원들을 격려해 주지는 못할망정 마치 집단발생의 주범처럼 몰아가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손 회장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요양병원들이 효과적으로 코로나19 방역을 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필요한 지원을 해 달라”면서 “전국의 요양병원도 입원환자들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