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당국, 코로나19 세정지원책...종소세·지방세 납부마감 늦추기로
의협 "늦게 낼 뿐 세부담 그대로"...'9개월 유예' 메르스 때보다 후퇴
정부가 코로나19 세정지원책으로 올해 종합소득세와 개인지방소득세 납부기한을 8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현금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개인사업자의 세부담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나,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의료기관들은 "세금 탕감과 같은 획기적인 지원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종합 및 지방소득세 납부 3개월 유예...신고는 그대로-납부는 8월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비상경제회의를 갖고 "모든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5월 예정된 종합소득세와 개인지방소득세 납부기한을 국세청 및 전 지방자치단체 직권으로 3개월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현금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개인사업자들의 세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전국 700만명 가량이 개인사업자가, 총 12조 4000억원 규모의 세금납부를 유예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올해 종합소득세 및 지방소득세 납부기한이 8월 31일로 조정된다. 원래대로라면 6월 1일까지 소득세를 신고·납부해야 하지만, 올해는 납부기한이 3개월 미뤄지는 것이다.
세금 납부를 유예하는 것이지 감면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업자들은 3개월 뒤인 8월 31일까지 반드시 그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
신고기한도 기존과 동일하므로, 소득세 신고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진행해야 한다.
소득세 신고기한은 기존과 동일한 5월 31일. 올해는 5월 31일 공휴일이기 때문에 일반사업자는 6월 1일까지, 성실신고대상자는 6월 30일까지 신고를 마쳐야 한다.
다만 ▲대구 및 경북 청도·경산·봉화 등 특별재난지역 ▲확진환자 발생·경유 등 코로나19 직접 피해 사업장 등에 대해서는 신고유예도 가능하다.
의사협회 "납부유예 조치 실효성 없어...세금 탕감 대책 내놔야"
의료계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이 지난 메르스 때보다도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단시간 내에 해결될 성질의 것도 아닌 만큼 세금 감면과 면제 등 보다 적극적인 지원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변형규 대한의사협회 의료기관경영지원TF 팀장(의협 보험이사)은 "납부유예는 말 그대로 세금을 조금 늦게 내는 것일 뿐, 지원책이 될 수는 없다"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의료기관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자 한다면 세금을 탕감하는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라리 확진자가 나와 기관을 폐쇄하고 손실보상을 받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힌 변 보험이사는 "피해 규모와 정도 모두 메르스 그 이상이지만, 정부의 지원책은 메르스 때보다도 못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은 특혜가 아닌 방역준비라고도 강조했다.
변 보험이사는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이 아직 진화되지 않은 만큼 그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해서는 안된다"며 "의료기관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혹시 모를 감염병 2차 유행에 대비하는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방역대책이라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종합소득세 등 세금 납부유예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적용 대상이 메르스 피해 병·의원 등으로 제한적이긴 했지만, 유예기간은 최대 9개월로 지금보다 길었다.
개원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방문 환자가 하루 100명이었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30명에도 못 미친다"며 "종소세 납부 유예 조치로 당장 목돈을 빚지는 일은 피했지만, 3개월 뒤라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