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법 위반 사실 수사결과 통보…요양급여비 지급보류 요건 충족" 판단
헌재, 지급 보류 위헌 여부 심리 중…결과 따라 유사 재판 상당한 영향 줄 듯
경찰의 수사 결과(의료법 위반 및 사기 혐의)를 통보받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 결정을 한 것에 대해 해당 의료법인이 지급보류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건보공단의 지급보류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요양급여비용의 지급 보류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고가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한 요양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의료기관 개설)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했다는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통보가 존재하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 적용의 전제가 되는 요건사실을 충족했다고 보고 건보공단의 처분 사유를 인정했다.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산권,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위배돼 위헌이라는 원고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의 무죄판결이 확정되거나 불기소처분(혐의없음 또는 죄가안됨 처분에 한정)으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경우 지급 보류된 요양급여비용에 지급 보류된 기간 동안의 이자를 가산해 해당 요양기관에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처분의 상대방은 법원의 무죄판결이나 불기소처분이 없더라도, 피고를 상대로 항고소송을 제기해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 여부를 다퉈 지급보류 처분의 취소를 구할 방법이 있다.
무죄판결이 나면 이자를 가산해 지급하도록 하는 법률 조항이 있고, 항고 소송을 통해 지급보류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A의료법인은 2007년 5월 대전에서 설립된 법인으로 B병원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2018년 8월 대전서부경찰서장으로부터 A의료법인의 대표자인 C, 그리고 이 사건 병원의 공동운영자인 D, 그리고 A의료법인에 대한 '의료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피의사건에 대해 수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C는 병원 대표이사로서 병원의 운영자금 관리 등 총괄적인 업무에 종사하며 실질적으로 병원을 운영했고, D는 C의 고등학교 동창이고 B병원 설립에 자금을 일부 출연하고 병원을 공동으로 운영했다.
C, D는 의료기관을 개설해 의료인이 아님에도 봉직의사를 고용해 2007년 5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신장투석환자 등을 상대로 영리 목적으로 총진료비 296억원 상당의 진료를 행하는 등 의료행위를 업으로 했다.
이런 내용의 수사 결과를 통보받은 건보공단은 2018년 8월 A의료법인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 통보'를 했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기관임을 확인할 때까지 향후 청구하는 요양급여비용에 대해 지급 보류를 하겠다는 것.
원고 측은 1심 재판(서울행정법원)에서 "C는 병원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자금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 입장에서 처리한 사람이 아니므로, 이 사건 병원을 이른바 '사무장병원'이라고 볼 수 없어,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의 문제가 없으므로, 지급보류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지급보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수사기관이 수사 결과 통보라는 형식으로 건보공단에 해당 요양기관의 의료법 제33조 제2항의 위반 사실을 알린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 적용의 전제가 되는 요건사실에 부합하고 ▲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는 향후 법원의 판결 등에 따라 그 시비가 밝혀지는 것으로서 해당 수사기관이 수사를 종료하는 시점의 잠정적 판단임을 그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점 ▲수사기관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의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광범위한 수사 권한(강제수사권한 포함)이 부여돼 있으나 건보공단은 이런 수사 권한까지 부여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통보가 존재하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 적용의 전제가 되는 요건사실은 충족돼 처분 사유는 인정된다며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 측은 1심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14일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서울고등법원은 1심판결에 더해 원고 측(A의료법인, C, D)이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2019년 2월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 등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C를 징역 3년, D를 징역 2년 6개월, A의료법인을 벌금 1000만원에 각 처하는 판결이 선고된 사실이 인정되고, 그 항소심인 대전고등법원 사건에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추가로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형사판결의 내용에 비춰보면 이 사건에서 대전서부경찰서장이 건보공단에 통보한 수사 결과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이거나 위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단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 의해 요양기관의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건보공단이 잠정적인 조치로서 지급보류 처분을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므로, 건보공단이 수사 결과 통보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처분을 내린 것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한편, 이와 유사한 사안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고등법원이 지난해 7월 3일 법원에서 확정판결이 아닌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서 사무장병원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요양급여비용의 지급 보류)에 대해 위헌 심판을 제청한 것.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문제가 되는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는데, 다른 법원에서 수사 결과 통보에 따른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 결정을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유사한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관련 법률 조항>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요양급여비용의 지급 보류)
① 제47조제3항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한 요양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 또는 약사법 제20조 제1항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
③ 법원의 무죄 판결이 확정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제1항에 따른 요양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 또는 약사법 제20조 제1항을 위반한 혐의가 입증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공단은 지급 보류된 요양급여비용에 지급 보류된 기간 동안의 이자를 가산해 해당 요양기관에 지급해야 한다.
의료법 제33조(개설 등)
②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이 경우 의사는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 또는 의원을, 치과의사는 치과병원 또는 치과의원을, 한의사는 한방병원·요양병원 또는 한의원을, 조산사는 조산원만을 개설할 수 있다.
1.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2.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3.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하 '의료법인'이라 한다)
4.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5.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방의료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에 따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