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부천지원, 한의사에게 금고 10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
"알레르기 검사 생략·쇼크로 인한 사망 가능성 설명하지 않아"
환자에게 봉침을 놓다가 환자에게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게 한 A한의사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쇼크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환자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제품안내서에 나와 있는 팔뚝 알레르기 사전 검사 절차를 생략했다는 이유다.
인천지법 부천지원(형사1단독)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한의사에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한의사는 앞서 열린 민사(손해배상) 소송에서 4억 7148만 원을 유가족 측에 배상하라는 판결에 이어, 형사재판에서도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은 2019년 5월 발생했다. 사망한 환자는 경기도 부천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은 뒤 아나필락시스를 일으켰다.
A한의사는 환자의 상태가 더 심각해지자 같은 층에서 개원 중인 가정의학과 B전문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B의사는 곧바로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인근 대형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A한의사는 재판 과정에서 "환자에게 봉침 시술의 원리와 약침 종류 등을 모두 설명했고, 사전 알레르기 검사도 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환자에 대한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업무상 과실도 인정된다고 봤다.
정찬우 판사는 "피고인은 수차례 봉침 시술을 한 결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적 없다는 경험에 따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쇼크로 인한 사망 가능성까지 피해자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며 "임신을 하려고 매사에 조심하던 피해자가 그런 위험성을 알았다면 시술을 승낙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피고인은 팔뚝에 사전 피부 검사를 해야 한다는 제품안내서와 달리 곧바로 피해자의 허리에 봉침 시술을 했다"면서"알레르기 검사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 판사는 피고인이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피고인이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 봉침 시술을 했을 뿐이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해당 사건은 A한의사뿐 아니라 도움을 주려 한 B의사에게까지 민사 소송을 진행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을 샀다.
선의의 목적으로 응급처치를 도운 의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라는 것.
특히,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는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규정, 이른바 선한 사마리아인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면책 규정에는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의 취지는 무상조력 행위에 대한 면책 규정을 두어 사람들이 각종 구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데 있다.
민사 사건을 맡은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2부(노태헌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9일 A한의사에게 유가족 3명에게 총 4억 7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B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