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유효성 입증하지 않은 '첩약 급여화' "이해할 수 없어"

안전성·유효성 입증하지 않은 '첩약 급여화' "이해할 수 없어"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1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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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협 "대동여지도를 내비게이션에 적용하는 시범사업" 비판
(직)산부인과의사회 "의사 진찰료 3배 결정 과정, 공개하라"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보건복지부가 9일 공개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계획'에서 첩약 한 제(10일분)당 수가 14∼16만 원 수준이 제안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입증없이 진행하는 시범사업에, 심지어 의과 기본 진찰료의 3배에 달하는 수가를 책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수가 책정과 관련, 의과 기본진찰료와 유사한 개념인 '변증·방제료 3만 9000원'을 포함해 첩약 조제와 탕전, 약제비 등을 감안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15일 성명을 통해 "국민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체실험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후 (보험급여를)적용해야 할 '약'을, 반대로 환자에게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안전성·유효성을 모니터링하며 평가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상식을 벗어났다는 판단이다.

대개협은 "약이라는 것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3상의 대규모 연구를 통해 용량과 용법까지 결정돼야, 신약으로 인정을 받는다"며 "그중에서도 임상에서의 특별한 문제가 없어야만 건강보험 적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혈압약으로 알려진 발사르탄 제재, 위장약 라니티딘, 당뇨의 기본 약제인 메트포르민 제제도 발암추정 물질인 NMDA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어 수십 년 처방된 약들이 건강보험 적용이 취소되고 있다"며 "정부가 시범사업을 하려는 첩약들의 약리작용 과정, 동시 복용하면 안 되는 것들, 부작용을 현재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약들처럼 제시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의사의 진찰 행위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방사선학적 검사나 그 외 임상병리학적 검사 등 필요한 상황에 대한 분석과 조합을 요하는 행위"라면서 "현대적 의료기기의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한방에서 진료와 비슷한 개념에 대한 어떤 과정이 있기에 의사들의 3배가 넘는 수가를 책정한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대개협은 "대동여지도가 뛰어난 우리의 문화유산이지만 이를 내비게이션에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국민 세금으로 하겠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현재의 신약 인정과 같은 검증없이 첩약 시범사업을 논하는 것은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국민을 마루타로 삼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한탄했다.

같은 날인 15일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역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계획 폐지하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첩약 급여화 질환 중 '월경통'이 포함되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직접 우려 목소리를 낸 것.

시범사업에서 포함된 월경통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생길 수 있는 만큼, 여성 건강의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기질적인 원인이 있는 경우, 적절한 초기 치료를 해야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난임 등의 합병증도 대처할 수 있다. 일시적인 치료로 완치될 수 없는 것으로, 환자의 상황에 따라 정확한 진단 하에 의학적인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러한 질환적 특성을 가진 월경통을 효과와 안전성이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은 한약 첩약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여성 건강의 전문가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약 첩약 급여화가 시행된다면, 의과 기본진찰료 역시 인상되는 것이 타당하며 의약분업의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현재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약에 대해서는 당연히 의약분업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의학적 필요성으로 한약 첩약을 급여화한다면 반드시 의약분업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이에 우리 의사회는 한약 첩약 급여화는 안전성과 유효성, 치료의 효과를 국민을 대상으로 실험할 수 없으므로 시범사업의 중단을 요구한다. 만약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한 후에 시행하더라도 의약분업의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의사의 진찰료를 첩약 시범사업에서 책정한 정도로 인상하는 것 역시 우선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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