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건보료 동결 넘어 인하 요구...건보재정 위기?

가입자, 건보료 동결 넘어 인하 요구...건보재정 위기?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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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수가협상 끝내고도 건강보험료 인상률 결정 못해
코로나19로 재정 지출↑수입↓...보장성 강화 추진 '걸림돌'

2020년도 수가협상을 평균인상률 1.99%라는 낮은 수치에 마쳤음에도 보건복지부가 내년도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건보재정 지출은 늘었는데, 일부 가입자단체에서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와 건보료 인상 부담 어려움을 호소하며, 건보료 동결 또는 인하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건보재정 지출 증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지속해서 추진하기 위해서는 3%대 건보료 인상을 원하고 있지만, 가입자단체의 요구를 묵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면초가 상태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유형별 수가인상률을 평균 1.99%로 결정했다. 내년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 인상률은 2.4%로 최종 확정됐으며, 이에 따라 내년 의원급 초진료는 올해보다 390원 오른 1만 6530원, 재진료는 280원 오른 1만 1820원이다.

수가협상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가입자단체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부담을 이유로 수가인상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 결과 의원급과 병협급, 치과계 등이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하는 사태를 맞았다. 의료계의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한 방역 및 관리비용 증가와 환자 감소 등에 대한 보상 요구는 묵살됐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건보료 인상률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A 건정심 위원은 "일부 가입자단체에서 건보료 인상 동결을 요구하고 있고, 특정 가입자단체는 건보료 인하 요구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보 보장성 강화 대책을 지속해야 하는 보건복지부가 난처한 상황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시행하면서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지난 10년 평균 인상률(3.2%) 선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건강보험료는 2018년 2.04%, 2019년 3.49%, 2020년 3.2% 인상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2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건보재정 관리에) 돌발변수가 생겼다.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얼마나 건보료를 인상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건정심에서) 올해 유형별 수가인상과 관련 건보료 인상 논의가 있었지만, (인상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가입자단체 중 하나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건강보험 부담 대국민 인식조사'를 통해 건보료 동결과 보장성 계획의 재검토를 주장했다.

한국경총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국민 절반 이상이 건보료 동결 또는 인하를 원했다. 건보 보장성 강화를 위해 정부가 밝힌 '매년 3%대 건보료 인상'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단 2.6%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기획재정부는 보건복지부에 빠른 건보료 인상률 결정을 재촉하고 있어, 보건복지부의 고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수가협상 당시 가입자단체들은 건보료 인상에 따른 추가소요재정(밴드)을 국고로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피해를 고려해 내년도 수가인상에 따른 재원을 건보재정이 아닌 국가 예산에서 지원해 달라는 것. 그러나 재정 당국은 국고 지원을 망설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보료 동결 또는 인하 여부, 추가소요예산에 대한 국고지원 여부가 건보료 인상을 둘러싼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만일 정부가 건보료 동결 또는 인하를 결정하고, 재정 당국이 국고지원을 회피할 경우 건보재정 안정성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약 17조원의 건보재정 적립금이 있는 상태지만,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로 지출이 늘었고, 향후 얼마나 더 지출이 늘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건보 보장성 강화 계획까지 추진하면 건보재정이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지금보다 더 장기화할 경우 정부가 건보 보장성 강화 계획 추진을 연기 또는 축소, 나아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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