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전공의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호소문 발표
"정부 발표 의사 증원 대책, 하책 중에서도 하책"
"취약지역과 비인기필수분야의 의사인력이 부족한 까닭은, 국가적인 의사 양성과정이 오직 의사를 도구처럼 활용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이런 모순을 오히려 강화하고 고착시키는 하책 가운데 하책입니다."
전공의 총파업에 부쳐, 대한의사협회가 국민들에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부탁했다.
진료현장에 있어야 의사들이 왜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었는지, 집단이기주의라는 편견 속에 가려진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호소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대국민 호소문을 내어 이 같이 강조했다.
의협은 이날 거리로 나선 전공의들은 의료 생태계의 약자이자, 현 의료제도의 가장 큰 희생양이라고 돌아봤다. '전공의=의사=기득권'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사안을 짚어봐 달라는 당부다.
의협은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교육과 수련을 받는 전공의는 병원과 상급자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위치에 있으며 불합리한 일이 있더라도 참을 수밖에 없는 철저한 '을'의 위치에 있다"며 "의사 2∼3명이 해야 할 일을 전공의 1명이 해내는 믿기 힘든 환경이 수십년간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전공의들이 살인적 격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쉬운 해법인 의사 인력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를 생각해 달라고도 했다.
의협은 "혹자는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긴 이유를 의사 수의 부족에서 찾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는 병원이 충분한 의사 인력을 고용하지 않거나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병원은 의사들의 젊은 한때를 마치 일회용 건전지 마냥 '연료'로 삼아 생존해왔고, 정부는 이런 모순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묵인하고 방조하면서 복마전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의료의 장점인 이른바 '가성비'의 열매만을 취해온 최대의 수혜자였다"고 지적한 의협은 "오늘 젊은 의사들이 분개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내놓은 '의대정원 증원' 계획은 이런 의료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의협은 "취약지역과 비인기필수분야의 의사인력이 부족한 까닭은 국가적인 의사 양성과정이 오직 의사를 도구처럼 활용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필수 분야에 걸맞은 지원과 대우를 하기보다, 그저 일회용 건전지로 잠시 활용하기 위한 얄팍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수십년간 이어져온 모순을 개선하기 보다는 오히려 강화하고 고착화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의 파업이 국민건강을 볼모로 한 몽니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필수의료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의료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가 시켜서나 병원의 방침 때문이 아니라, 의사들 스스로 우리 사회의 버팀목인 필수의료 기능은 설령 우리가 파업에 나서는 순간에도 유지해야만 한다고 누구보다 깊이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의협은 "오늘 젊은 의사들이 비운 자리는 교수와 전임의들이 채우고 있다. 전공의들이 환자와 국민에 대한 송구스러움으로 움츠려들지 않고 당당하게 목소리 낼 수 있도록, 조금의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오늘 하루는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