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비용지불 방식, 행위별 수가제→위험반영 수당제로 전환 검토
"호흡클리닉 모형, 문제...일체 논의·참여 중단" 의협 지적사항 반영
정부가 의료계의 호흡기클리닉 운영안 개선 요구를 뒤늦게나마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진료 의사가 환자를 보는 만큼 진료비를 가져가는 모델에서, 해당 의사에 위험수당을 포함한 일정비용을 정액 지급하는 방식으로 의료진 비용 지불 방식이 변경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9일 전문기자협의회의 질의응답에서 "호흡기전담클리닉의 본격 운영에 앞서, 의사 비용 지급방식 등을 변경하는 안을 고민 중"이라며 "(기존에 정한) 행위별 수가 대신 의사에 위험수당을 포함한 일정 비용을 지급하는 식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비책의 하나로, 지난 5월 호흡기전담클리닉 운영계획을 공식화한 바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조기에 발견·치료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동시에 일반 및 중증질환자들은 기존과 같이 안정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마련해 나간다는 것이 큰 그림이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이 중 호흡기·발열환자의 초기진료를 전담하는 기관으로 구상됐다. 기존 국민안심병원과 유사하게 공간을 분리해 호흡기질환자를 전담하며, 각종 진료와 더불어 코로나19 의심환자 선별 등의 역할을 하게 한다는 얘기다.
당초 호흡기전담클리닉 운영안은 대한의사협회가 의병정 협의체를 통해 공식 제안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현실화됐다.
그러나 이후 정부 논의 과정에서, 호흡기 전담클리닉이 비대면 산업(진료) 활성화 이른바 문재인 정부 '한국판 뉴딜'의 핵심사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가 호흡기클리닉 운영안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당초 의료계의 요구와는 다른 그림을 그려 내놓은 것.
구체적으로는 민간 의사 참여 모델의 경우, 클리닉에 지원한 민간 의사가 자신이 진료한 환자의 건보 청구분을 가져가도록 설계하면서 의사 입장에서는 도저히 지원하기 어려운 모델이 됐다. 기존 병원을 전담클리닉으로 아예 전환하는 또 다른 방안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월 24일 전국 시도의사회에 호흡기전담클리닉 제도와 관련된 일체의 논의와 참여를 보류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기존 환자의 성격과 특성이 있는데 하루아침에 환자 전담클리닉으로 전환하는 것은 병원의 운명을 건 모험"이라며 "지원금 1억원을 받기 위해 그런 모험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사 대부분은 돈을 벌려 하기 보다 사회적인 기여를 하기 위해 전담클리닉 진료를 지원하기 때문에 환자 보는 만큼 진료비를 가져가는 모델보다 진료한 의사에게 책정된 '위험수당' 등을 지급하는 방안이 더 이상적"이라고 제안했다.
호흡기전담클리닉 운영 계획은 이후 공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국회에서 500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은 상태로, 10월 제도시행을 공언했던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이에 뒤늦게나마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모양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용 지불방식의 변경에 대한 지자체와 의료계의 요구가 컸다"며 "수당 수준은 선별진료소 의료진 수당과 유사한 금액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