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수술 설명 후 동의 여부, 진료기록 아닌 환자가 작성한 수술동의서가 기준" 판단
환자가 작성한 수술동의서에 수술 내용 및 부작용 등의 내용이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다면,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진료기록에는 일반적인 수술 방법에 대한 내용이 기재돼 있더라도 수술 내용과 부작용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동의를 받았는지는 환자가 작성한 수술동의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8월 13일 환자 A씨가 B산부인과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2년 11월 17일 소음순 비대칭 교정을 위해 B의사가 운영하는 산부인과의원에 내원해 소음순성형, 요실금수술, 질성형 등의 수술을 추천받았다.
B의사는 A씨에게 수술을 시행하기 전에 작성한 진료기록에 자신이 그린 해부학 그림과 함께 LCR(음핵성형술), LRL(소음순성형술), ALR(요실금수술), OLR(성감레이저 질성형) MLR(매직레이저 질성형), M-Sling Stem VR(줄기세포 질성형), PHT(음모이식), 질입구 교정술 등의 용어를 기재했다.
A씨는 B의사와 상담을 마친 후 직원 C씨와 함께 수술동의서를 작성했는데, A씨는 '요실금수술', '성감질성형, '소음순성형', '임플란트 질성형', '줄기세포 질성형'의 5가지 수술이 부동문자로 기재된 수술동의서에 '소음순성형'과 '성감질성형'에 동의하는 취지의 체크 표시를 했다.
수술을 받은 후 A씨는 통증을 느껴 다른 병원을 방문해 이유를 알아봤더니 소음순 부분에 궤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B의사를 상대로 의료과실에 대한 책임으로 2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B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과실은 인정하지 않고, 다만,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며 2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도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1심판결과 달리 위자료 200만원을 추가로 인정,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2심판결(원심판결)에도 불복한 A씨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피해를 보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에서는 B의사가 A씨에게 수술 내용 및 부작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고 수술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수술 내용 및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술 동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진료기록에는 소음순성형, 질성형, 음핵성형, 레이저 질성형 등의 수술 용어가 기재돼 있지만, 이는 일반적인 수술 방법에 관해 설명한 것일 뿐, B의사가 A씨에게 수술 내용과 부작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는 수술동의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B의사는 A씨에게 소음순성형술, 음핵성형술, 사마귀제거술, 매직레이저 질성형술, 성감레이저 성형술 등을 각각 시행했는데, 수술동의서에는 '소음순성형'과 '성감질성형'에 동의하는 것만 체크돼 있어 A씨가 모든 수술에 대해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A씨가 작성한 수술동의서 중 '소음순형성' 부분에는 소음순수술과 관련된 내용만 기재돼 있을 뿐, '음핵성형술'과 관련된 아무런 내용도 기재돼 있지 않으므로, B의사가 음핵성형술에 대해서도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A씨가 이에 동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본 것.
대법원은 원심 재판부가 'B의사가 소음순, 음핵 등 해부학적 용어나 수술 명칭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설명했고, A씨가 이런 용어에 익숙하지 않아 음핵성형술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B의사는 A씨의 수술을 시행하기 전에 환자에게 수술 내용과 방법, 후유증 등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봤다.
A씨가 작성한 수술동의서에는 음핵성형술이 기재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B의사가 수술 명칭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A씨에게 설명했다면, B의사가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고, A씨의 이해 부족 등을 탓해서는 안 된다는 것.
대법원은 "원심은 B의사가 A씨에게 음핵성형술에 대해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보아 B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