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발생 빈도 낮은 후유증도 설명해야

수술 후 발생 빈도 낮은 후유증도 설명해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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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이례적인 후유증·합병증, 설명의무 면제 대상 아냐"
대법원 "위험 발생 희소하더라도 의료진 설명의무 다해야"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의료진이 환자에게 설명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11월 26일 S대학병원에서 개흉관상동맥우회로술, 좌측쇄골하동맥우회로술을 받고 사지부전마비 후유장해가 발생한 A환자가 의료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 측 책임이 없다는 1,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경추부의 기왕증이 있는 환자에 대해 기관삽관 방식의 전신마취 및 장시간의 흉부거상·두부하강의 자세로 심장 수술이 행해진 직후 척수병증이 발병돼 사지부전마비의 후유장해가 발생한 사안에서 후유증이 설명의무 대상인지 여부가 문제가 됐다.

A환자는 걸을 때 불편하고 오래 서 있기가 힘들어 2011년 10월 6일 S대학병원에 방문했고, 요추 MRI 검사 결과 요추 제4-5번 심한 척추관협착증, 경추 제5-6번 추간판탈출 및 척수압박 의증, 요추 제3-4번 디스크 팽윤 소견을 보였다.

당시 A환자는 관상동맥이 막혀 있으니 심장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듣고, 2011년 12월 1일 S대학병원에서 개흉관상동맥우회로술과 좌측쇄골하동맥우회로술(이 사건 수술)을 먼저 받은 후 요추협착증에 대한 수술을 받기로 했다.

A환자는 이 사건 수술 직후인 2011년 12월 2일 새벽 1시경부터 양하지를 잘 움직이지 못하고, 상지 어깨는 움직일 수 있으나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펴지 못하는 증상이 발생했다.

S대학병원 신경과·신경외과 협진 결과 경추 제7-8번 이하 척수 경색으로 인한 사지부전마비로 확인됐고, S대학병원은 A환자에게 헤파린요법, 스테로이드 대량 요법, 필라델피아 보조기 유지 등의 치료를 시행했으며, 2011년 12월 5일 경추 제5-6번 전방 경부 감압 유합술(이하 2차 수술)을 시행했다.

A환자는 2차 수술 이후 S대학병원에서 보존적 치료를 받다가, 2012년 2월 29일 퇴원했다.

A환자는 신체 감정 무렵인 2012년 11월 28일 당시 양측 손의 섬세한 기능장애 및 양측 하지의 근력 저하 등의 사지마비, 배뇨 시 잔뇨가 남는 신경인성 방광 등의 후유장해로 이동 동작에 제한을 받고,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며, 개인위생·목욕·용변 등 일상생활에서 1인의 지속적인 도움을 필요로하는 상태이다.

A환자는 소송을 제기하고 "병원 의료진은 기관삽관 과정에서 원고의 목을 과신전(몸이 펼쳐지는 범위가 정상치를 벗어난 경우)하고, 기관삽관 이후에는 약 10시간의 수술 시간 동안 경추부 감압을 위한 자세를 취하지 않아 척수신경 손상을 초래해 경추부 척수병증을 유발했다"며 의료과실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수술 전에 수술과 기관삽관으로 발생 가능한 악결과인 사지마비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고, 치료 방법 및 시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했음에도 이런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재산상·정신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서울서부지방법원)와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는 A환자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1,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병원 의료진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해 기관삽관 시 A환자의 목을 과신전했다거나 수술 도중 A환자에게 부적절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했다는 과실이 있었다거나, 이런 과실로 A환자에게 경추부 척수병증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병원 의료진은 A환자의 경추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는데, 이런 병원 의료진의 판단이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에 미달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수술과 같은 기관삽관 시술 후 경추부 척수증에 의한 사지마비가 발생하는 것은 매우 희귀한 사례이고, 기존에 A환자에게 있었던 경추 제5-6번 추간판탈출증이 그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해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춰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는 없다"며 "의료진은 수술과 관련된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이고, 경추부 척수병증으로 인한 사지마비는 이 사건 수술에서 통상 예견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설명의무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병원 의료진의 의료과실은 없지만, 설명의무는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병원 의료진이 마취 및 수술 과정에서 A환자의 경추부 질환이 악화해 경추부 척수병증 또는 사지마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설명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척수압박이 의심되는 경추 추간판탈출증이 확인된 환자에게 약 10시간 동안 흉부거상 및 두부하강의 자세를 지속시키는 경우 기존의 추간판탈출증이 악화해 추간판이 파열될 가능성이 있고, 파열된 추간판 등은 경부 척수를 압박해 척수병증으로 인한 사지마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경추부 척수병증에 따른 사지마비의 후유증이 발생할 위험은 이 사건 수술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춰 예상되는 것이고, 발생빈도가 낮더라도 발생할 경우 환자에게 중대한 생명·신체·건강의 침해를 줄 수 있다"며 환자 본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 줬어야 할 사항이라고 봤다.

그런데도 "자각증상 없는 경추부 관련 질환 환자에게 경추부 척수병증에 따른 사지마비가 발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A환자의 현 장해 상태는 이 사건 수술에서 통상 예견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므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위법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든 원고의 주관적 증상 또는 후유증 발생 가능성의 희소성 및 이에 따른 피고 병원 의료진의 예견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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