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심의 정무위 법안소위서, 정부 관계자 법안 처리 강하게 요구
"요양기관에 서류전송 의무 강제?" 우려에 "이미 병원의 업무" 주장도
의료기관에 환자들의 실손보험 청구업무를 대신하게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이른바 '실손보험 청구대행법'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일단 해를 넘기게 됐다.
통상 법안소위에서 다뤄지고도 결론이 나지 않은 법안은 사실상 '보류' 딱지가 붙어 서랍 속으로 들어간다. 국회에 접수되는 법안이 워낙 많다보니 재심사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구대행법은 여전히 재논의의 불씨가 살아있는 상태다. 거대여당 형태의 21대 국회에서, 여당을 든든한 뒷배로 둔 금융당국의 의지가 워낙 강한 까닭이다.
[의협신문]은 당시 법안소위 회의록을 바탕으로, 실손보험 청구대행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주장들을 되짚어봤다. 향후 법안의 재심의에 대비해 논점을 재정비하자는 취지다.
실제 청구대행법이 다뤄진 지난 2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금융위원회 소속 당국자는 위원들에 법안처리를 여러차례 강하게 요청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부위원장: 동 법안은 2009년 권익위에서 저희에게 제도개선을 권고한 이후 10년 이상 논의를 하고 해결하지 못한 묵은 과제입니다. 법안에서 담고 있는 내용은 지금 현재 영수증·진단서·진료비 내역서 등 직접 본인이, 보험계약자가 병원에 가서 떼 가지고 그것을 보험회사에 청구하는 방식인데, 그것을 그냥 의료기관에서 바로 보험사로 갈 수 있도록 전자적인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 소액의 경우에는 청구를 잘 안 하고 대부분 다 사장되는데 보험금 청구가 훨씬 원활히 될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손쉽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금융당국은 이날 소위에서 법안에 대한 우려점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요양기관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에는 "이미 병원의 업무"라는 주장을 폈다. 각계의 우려를 반영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의견도, 의료기록의 제3자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는 의료법의 병행 개정이 필요하다는 법제처의 제언도 없는 셈 칠 정도다.
도규상 금융위원회부위원장: 환자의 신청에 따라서 서류를 전송하는 것은 지금 현재 보험계약자가 직접 병원에 가서 각종 서류를 떼서 전달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병원의 업무 중의 하나라고 봐집니다. 지금 복지부도 기본적인 취지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지만 이 서류 전송비용과 관련해서 좀 더 추가 논의를 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다. 의료법과의 관계 또한 저희는 반드시 의료법 개정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다. 법제처 의견 있기는 하지만 현재 저희 법에도 '의료법 제21조에도 불구하고'라는 배제 조항이 있습니다. 있기 때문에 보험법으로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동 개정안과 관련해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민간보험 계약관계에서 제3자에 해당하는 요양기관에게 서류의 전자적 전송 요청을 따라야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은 의무이행 및 수용성 제고를 위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등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법제처는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록의 제3자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개별법에 따른 업무처리를 위해 제3자 제공이 필요한 경우 이를 열거하는 입법체계를 취하고 있으며, 개별법에서 그 특례를 규정한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의료기록 제3자 제공을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는 현행 법체계를 고려할 때, 의료법상 서류전송에 관한 내용이 함께 개정되는 것이 법체계상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청구위탁을 심평원에 맡기면 안전하다는 주장과 함께, 심평원이 지금도 건강보험 자료와 함께 비급여 자료도 함께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의 사실과 다른 이야기도 내놨다.
도규상 금융위원회부위원장: 심평원은 이 실손보험뿐 아니고 현재 급여항목에 대한, 건강보험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다 관리하고 가지고 있는 기관입니다. 따라서 동 기관을 못 믿는다면 대한민국에서 믿을 기관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런 민감정보 유출 부분은 만약에 심평원에서 한다면 충분히 극복되어질 수 있다고 봐집니다.
성일종 위원(국민의힘): 그리고 또 하나, 이 자료가 지금 우리 정부의 입장은 심평원으로 다 보낸다는 거지요, 그렇지요? 전산으로 가기 때문에. 그 이야기인데, 여기 심평원은 의료보험 되는 것만 갈 거예요, 되지 않는 것도 가나요?
도규상 금융위원회부위원장: 되지 않는 것도 갑니다, 예.
금융당국의 이 같은 주장에 당시 소위원들은 여야할 것없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료계와의 협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발의 당사자인 윤창현 의원 조차 의협 등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희곤 의원(국민의 힘): 역으로 저는 이게 10년간이나 논의가 됐다는 것은 그만큼 첨예하게 대립이 되어 있다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좀 더 심도 있게 우리가 논의를 해 볼 필요가 있고 급하게 처리해야 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지금 의료업계 비협조 때문에 잘 안 되고 있다 아니면 보험업계는 빨리 하자 이러는데, 두 조직 사이에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우선 마련해 주고 거기서 사회적인 합의가 될 수 있도록 먼저 한 후에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민형배 위원(더불어민주당): 이것은 일방적으로 보험업계 이해를 만족시키는 쪽으로 진행되는 그런 우려가 있어요. 이것은 근본적으로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보험을 청구하게 하는 행위잖아요. 의료기관이 의료행위를 한 사람들이 보험을 청구하게 하는 행위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것은 국가가 그렇게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서 이것은 사회적인 합의가…… 여기 보건복지부 안이 저는 맞다고 봐요.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법을 강행하는 것은 아마 제가 볼 때는 되게 폭력적인 그런 악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윤창현 위원(국민의 힘/ 대표발의): 우선 보험사, 심평원 그다음에 의협을 같이 얘기 좀 한번 들어 봤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금 뭐가 문제인지 한번 정리를 하고.
결국 금융당국의 막무가내 드라이브는 위원들의 만류에 막혀 멈춰섰다. 정무위 법안소위는 이날 해당 법안의 통과여부를 정하지 않고, 차기에 다시 논의한다는 의미인 '계속 심사' 법안으로 분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