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준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장(의협 부회장·서울특별시의사회장)
박홍준 대한의사협회 공중보건의료지원단장(의협 부회장·서울특별시의사회장)이 하던 일을 멈추고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등에 자발적으로 나선 동료 의사의 헌신에 존경을 표했다. 또다시 '토사구팽'이 반복될지 모른다는 내부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선 동료 의사는 국민건강의 수호자이자 진정한 의료 전문가라며 의사의 진정한 헌신에 응원을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의협 출입기자단은 12월 21일 박홍준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 구성 배경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을 들었다.
의협 상임이사회는 지난 7월 의료지원단을 구성하기로 결의했지만 의료계 파업 국면이 이어져 구성을 미루다 11월말 상설 공중보건의료지원단을 출범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의료 인력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은 최근 전국 선별진료소와 의료기관에 지원단에 자원한 의료진을 파견하고 있다.
박홍준 단장은 코로나19 진료에 나선 의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호 조치를 촉구했다. 공중보건의료지원단에 참여한 회원들에게는 연수평점 부여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문일답>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에서 코로나19 재난의료지원팀을 구성한 배경은?
대구지역이 한창 심각했을 코로나19 발생 초기 전국 의사들이 앞다투어 대구로 의료 지원을 나갔던 때부터 지원단 구성을 논의했다. 사스나 메르스 유행 때도 의사들은 자발적으로 현장에 갔고 이번 코로나 초기 때 역시 그랬지만 이왕이면 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의협 차원에서 미리 의료지원자 인력 풀을 갖춰 놓고 의료지원이 필요하면 신속하게 적재적소에 파견하자는 취지다.
지원단은 지난 7월 출범하기로 했지만, 의료계 파업 국면이 이어지다 11월 말이 돼서야 상설 조직으로 전환, 공중보건의료지원단을 구성했다.
진료에 나선 의사의 수당이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있다.
수당의 높고 낮음을 고려했다면 대부분 의료 지원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의사가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거나 의료기관에 고용돼 있어 의료지원에 나설 경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의료진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그래서 보상이나 포상이 아니라 최소한의 보전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의료기관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지원에 참여하려고 진료 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의료지원에 참여하는 의사의 부담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도록 수당이나 지원 대책을 보강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봉사에 참여했던 의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말이 있다.
중수본 업무지침에 따르면 의사는 단 하루만 근무하더라도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지자체나 보건소가 관련 규정을 알지 못하거나 지침을 지키지 않는 상황이다. 오로지 국민 건강을 위해 안전과 생업조차 뒤로 하고 의료지원에 나선 의사에 대한 안전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정부는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파견 의사에 대한 수당 외에 연수 평점 부여 등 인센티브가 필요해 보인다.
재난의료지원팀 지원 의사를 대상으로 일정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연수 평점을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공중보건과 감염 관련 연수교육 평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장에 투입된 시간을 일정 부분 연수평점에 반영하거나 다른 인센티브로 이어질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5000명이 목표라고 했다. 이제 1000명정도 모집했다.
현재까지 모집된 팀원 대부분은 지원사이트 URL(https://forms.gle/ca1giu5RiAr6Vjjz9)을 통해 지원했다. 더 쉽게 가입하고 전체 현황을 볼 수 있도록 지원단 전용 홈페이지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 주에 완료된다. 지원팀은 이번 기회에 코로나19 등 재난발생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중보건 및 재난 전문 의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정기적으로 교육한다. 관련 학회 기존 프로토콜을 참고해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와 지원단의 소통은?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핫라인으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광범위하게 퍼진 코로나19에 대응하려고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도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 중증환자 치료병원에서 진료할 의료인력을 요청하고 있다. 의협은 최선을 다해 의료인력을 매칭 중이다.
동료 의사와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 위기에서 헌신한 의사에게 우리 사회는 '덕분에 챌린지'로 화답했지만 잠시였고, 정부는 곧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을 강행했다. 이를 막기 위해 투쟁을 벌였지만 '영웅'이라던 의사들은 곧 국민건강을 볼모로 삼는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당했다. 의사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개인적인 손해를 감수하며 대구에서 한 달 동안 헌신적으로 일했던 의사가 다시는 정부를 위해 나서지 않겠다고 토로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의 마음을 대변하는 의협이 다시 의료지원에 나서자 내부의 우려와 회의의 목소리가 있었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배신감이 담긴 목소리였다.
반면 당장이라도 어디든 보내 달라는 의사 회원의 자원도 이어졌다. 비록 '토사구팽'이 반복될지 모르지만,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의사가 나서지 않는다면 어떻게 국민건강의 수호자와 의료 전문가를 자처할 수 있겠느냐? '의협이 왜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느냐'며 질타를 하는 의사 회원도 계셨다.
환자를 위해 나서는데 무슨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동료 의료인의 짐을 우리가 아니면 누가 나누어 들 것인가. 국가적 보건의료 위기에 의사가 나서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 의사의 존재 이유이고 전문가로서의 사명이다.
지원단장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의사 회원께 감사드린다. 이런 진심이 국민에게 전해져 국민과 의료계, 그리고 정부 모두 한 마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