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요양급여비용 지급지체로 인한 손해 발생…지연이자 지급 당연" 판단
요양급여비용 원금 갚은날부터 이자 계산 NO…지급보류한 날부터 계산해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보류처분한 것이 위법하다면, 요양급여비용 원금 뿐만 아니라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이자까지 요양기관에 줘야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요양급여비용을 원래 받아야 하는 날에 받지 못하고 지급보류처분 취소판결이 확정된 이후에야 받게 되어서 그 사이 지급지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12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H은행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이자에 대한 지급 청구 소송에서 "건보공단은 H은행에 1억 2600여만원의 요양급여비용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J의사는 A병원을 개설·운영하면서 K의사를 고용하고, K의사는 자신의 명의로 B병원을 개설·운영(2011년 11월 4일∼2015년 4월 30일까지)했다.
K의사는 2013년 12월 3일 B병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가지게 될 진료비(요양급여비용) 등 230억원을 양도하는 채권양도계약을 H은행과 체결했다.
그런데 관할 경찰서는 J의사는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음에도 K의사를 고용한 후 B병원을 K의사 명의로 설립하는 등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건보공단에 통보하고, 검찰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K의사에게 기소유예처분을 했다.
건보공단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서 규정한 의료기관 개설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된다는 이유로 2014년 10월 31일 'K의사에게 B병원 청구진료비(요양급여비용) 지급을 거부한다(60여만원)'는 통보를 했다.(이 사건 지급거부처분)
또 건보공단은 K의사가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2014년 8월경부터 2015년 2월경까지, 2014년 10월경부터 2016년 12월경까지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심사청구를 함)했음에도, 이 사건 지급거부처분을 한 이우로 지급보류처분을 하면서 요양급여비용 결정액 6억 6194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K의사는 이번 소송과는 별도로 건보공단의 지급거부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소송이 진행된 결과 승소했다.
행정소송에 대해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B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으로서 보험급여비용의 수급 자격이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지급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해 2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건보공단은 2019년 6월 19일 본 소송이 진행되는 중 채권양수인인 H은행에게 지급거부액 6억 5254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H은행은 "행정소송에서 이 사건 지급거부처분이 위법해 취소됐으므로, 건보공단은 요양급여비용은 물론 건보공단이 지급보류를 한 다음날부터 민법이 정한 5%의 지연손해금(이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이 2019년 6월 19일 원금(요양급여비용 결정액)을 채권양수인인 H은행에 줬어도, 원래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날짜를 기준으로 이자(손해액)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비록 K의사가 J의사에게 명의를 빌려 B병원을 개설·운영했더라도, K의사는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으로, 요양급여를 실시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봤다
더군다나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 또는 약사법 제20조 제1항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 의료법 제4조 제2항,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을 이유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건보공단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을 이유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없다"며 지급보류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사건 지급보류처분의 하자는 당연무효 사유로 봐야 하므로, 건보공단은 K의사로부터 요양급여비용 채권을 양수받은 H은행에게 요양급여비용 뿐만 아니라 지급보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지급거부처분은 관련 행정소송의 확정 판결로 취소됐고, 이 사건 지급보류처분은 당연무효인 행위이므로 건보공단은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며 "요양급여비용 각 '보류일자'부터 요양급여비용 청구권이 발생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은 각 보류일자보다 월씬 시간이 지난 뒤인 2019년 6월 19일 요양급여비용 원금 상당액을 지급했으므로, 각 보류일자부터 지연손해금(이자)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관련 법령>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요양기관)
① 요양급여(간호와 이송은 제외한다)는 다음 각 호의 요양기관에서 실시한다. 이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은 공익이나 국가정책에 비추어 요양기관으로 적합하지 아니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관 등은 요양기관에서 제외할 수 있다.
1.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요양급여비용의 지급 보류)
① 제47조 제3항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한 요양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 또는 약사법 제20조 제1항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
③ 법원의 무죄 판결이 확정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제1항에 따른 요양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 또는 약사법 제20조 제1항을 위반한 혐의가 입증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공단은 지급 보류된 요양급여비용에 지급 보류된 기간 동안의 이자를 가산하여 해당 요양기관에 지급하여야 한다.
*의료법 제4조(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의 의무)
②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 또는 의료법인 등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의료법 제33조(개설 등)
⑧ 제2항제1호의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