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쉬운 '탈모약' 해외직구, 명백한 '불법' 더 큰 문제는…

너무 쉬운 '탈모약' 해외직구, 명백한 '불법' 더 큰 문제는…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0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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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허가 안 된 '핀페시아' 해외직구 성행…중*나라, 당*마켓까지?
피부과의사회장 "국내 검증절차 거치지 않아, 오·남용·신뢰성 등 우려"

'핀페시아'를 중고거래사이트인 중*나라와 당근마켓에 검색한 결과, 판매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의협신문
'핀페시아'를 중고거래사이트인 중*나라와 당근마켓에 검색한 결과, 판매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의협신문

인터넷 해외 직구를 통한 불법 의약품 구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통방식 자체가 불법이라는 점도 문제지만 전문가들은 약에 대한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작년부터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해외 직구 의약품이 바로 탈모약으로 알려진 '핀페시아'다.

핀페시아는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제네릭 제제다. 오리지널 제제는 MSD의 '프로페시아'로, 2008년 오리지널 특허가 만료되면서 제네릭 제제들이 잇달아 출시됐다. 핀페시아도 그 중 하나다.

현행법상 처방전 없이 해외 직구를 통해 전문의약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약사법 제61조 1에 따라 약국개설자를 통하지 않은 의약품 소매를 알선하거나 광고하는 행위 역시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핀페시아'는 국내에서 아직 허가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불법이라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외 직구를 선택하는 이유는 가격과 편리성에 있다.

병원마다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상적인 절차대로 피부과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은 뒤 약을 구매하려면 처방비 약 2만 원 정도에 더해, 약값으로 1정당 약 2000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불법적 경로인 '직구' 사이트를 이용할 경우 처방 없이 1정당 약 100원∼200원 정도의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거기에 병원을 방문할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소비자가 인터넷으로 주문·입금만 진행하면 집으로 약이 배달, 손 쉽게 진행된다.

관세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불법 전문의약품 해외 직구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현행 관세법에서 150달러 이하, 총 6병 또는 용법상 3개월 복용량의 이른바 '소액·소량'의약품을 자가사용 목적으로 수입하는 경우, 수입신고 및 관세를 면제하고 있다.

분명히 일반의약품의 경우로 한정돼 있지만 판매자들이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둔갑시키거나 가짜 처방전을 동보하는 등 각종 '꼼수'를 통해 통관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검색창 '핀페시아 직구' 검색 결과 ⓒ의협신문
네이버 검색창 '핀페시아 직구' 검색 결과 ⓒ의협신문

[의협신문]은 탈모약 중, 저렴한 가격으로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핀페시아'에 대한 구매를 시도해봤다.

네이버 검색창에 '핀페시아 직구'를 검색하니, 해당 약의 구매 후기부터 직구 방법, 할인 받는 방법 등이 검색됐다.

그 중 '핀페시아 직구' 방법이 포함된 블로그에 접속했다.

핀페이사 제약사가 믿을만한 곳이며 약의 성분이 오리지널 약인 '프로페시아'와 효과가 동일하다는 내용의 광고글이 이어졌다.

구매가 바로 가능한 사이트 주소를 클릭했다.

주문은 6∼8주 정도 걸리며 코로나 영향으로 12주까지 길어질 수 있다는 안내 팝업창이 떴다.

리뷰에는 구매 후 '핀페시아 600정 잘 받았다', '핀페시아 600정 후기' 등의 게시글들이 상당수 올라와 있었다.

핀페시아 해외 직구 사이트. 통관 문제 발생 시, 환불을 해주겠다는 안내글과 함께 다수의 후기글들이 올라와 있다. ⓒ의협신문
핀페시아 해외 직구 사이트. 통관 문제 발생 시, 환불을 해주겠다는 안내글과 함께 다수의 후기글들이 올라와 있다. ⓒ의협신문

핀페시아 600정 구매를 클릭하니 '통관 문제 발생 시 1회 무료 재발송, 2회 전액 환불을 진행해 드린다'는 안내 문구도 확인 가능하다.

간단한 절차를 통해, 회원 가입 후 구매 버튼을 누르니 48시간 내에 입금하라며 예금주와 계좌번호가 뜬다. 예금주의 성명은 외국어로 돼 있었다.

기본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가입 축하 쿠폰' 등을 활용한 할인까지 받으며 구입에 성공했다. 입금까지 했다면 사무실에는 늦어도 12주 안에 '핀페시아 600정'이 도착했을 것이다.

구매는 해외뿐만 아니라 중고제품 거래 사이트에서도 이뤄지고 있었다. 중*나라와 당*마켓에 각각 '핀페시아', '탈모약'을 검색하자 개인 간 거래 정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심지어 유튜브에서는 '핀페시아' 검색 광고까지 등장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에서 '핀페시아'를 검색하니, '핀페시아 구매대행' 문구가 담긴 사이트가 광고란 상단에 검색됐다. 탈모약 관련 유튜버의 방송에 팝업 형태의 광고가 검색되기도 했다.

유튜브에는 '핀페시아 직구 3개월 복용 후기', '한국보다 훨씬 싼 핀페시아 직구 방법' 등 명백한 불법 행위를 주제로 활동하는 유튜버들도 상당수 있었다.

유튜브 검색 광고에 핀페시아 해외직구 사이트 광고 모습. 유튜브 영상 도중 팝업 형태의 광고도 진행되고 있다. ⓒ의협신문
유튜브 검색 광고에 핀페시아 해외직구 사이트 광고 모습. 유튜브 영상 도중 팝업 형태의 광고도 진행되고 있다. ⓒ의협신문

노윤우 피부과전문의(강남맥스웰피부과 원장)는 '삼탈모 모모코주부'유튜브채널을 통해 "해외 직구를 통한 핀페시아 등의 구입은 유통과정 자체가 불법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제조 과정에서 납중독, 중금속 오염이 된 경우가 많아 상당히 위험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약이라는 것은 들어있는 성분뿐만 아니라 유통과정에 대한 조절과 통제가 필요한 부분이다. 허가를 받은 그 제품 맞는 건지, 이름만 같은 또 다른 제품인지, 효과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엉터리로 만든건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복용하는 약에 납과 같은 중금속이 들어있을 경우 큰일날 수 있다"면서 "납 중독 등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되더라도 이에 대해 하소연할 수 있는 곳도, 책임을 물을 곳도 없다. 이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하는 부분"이라고 경고했다.

오·남용의 위험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계속되자, 온라인에서의 유통 규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거나 구입자에 대한 법적 규제 등의 법안이 작년에도 잇달아 발의됐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기에 신고가 이뤄지더라도 해외 IP를 사용하는 등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준 피부과의사회장(아름다운나라피부과의원)은 [의협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핀페시아를 포함, 상당수의 외국 의약품이 온라인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 이미 몇년 전부터 문제점이 인지되었고 약사회가 실태를 조사해 관계 당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모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이 약은 남성형탈모에 효과가 있는 약"이라면서 "남성형 탈모가 아닌 분들도 탈모약이라는 말에, 이 약을 복용할 가능성이 있다. 해당 약을 오·남용했을 경우, 사정액 감소, 성욕저하, 발기부전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의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도 큰 위험 요소라고 짚었다.

이상준 회장은 "외국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약이더라도 인종적인 차이에 따라 효능과 부작용이 다를 수 있다"며 "이에, 약사법에 따라 일정한 검증과정을 거쳐 국내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의사와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국내에 불법으로 유통되는 탈모치료제는 중국과 인도의 제조 업체를 근간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FDA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국·인도계 원료의약품 제조업체는 제조 공정 관리가 미비해 불순물 노출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해당 약은 제네릭 제재로, 오리지날 약과 비교해 효과의 동등성이 확인된 바 없다"면서 "해당 불법 행위가 알려진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관계 당국이 법과 제도의 미비점을 짚고, 시정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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