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유보' 의료법 개정안 대거 재심사 예고...'환자안전 3법' 중점
고영인 의원 '퇴출범위 확대' 발의...곽상도 의원 '조민 면허박탈법' 변수
설 연휴가 끝나는 2월 중순 이후 열리는 국회에서 의사면허 취소와 재교부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들을 재심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명 '환자 안전 3법'으로 불리는 해당 개정안들은 ▲의사면허 취소와 재교부 요건 강화 외에 ▲의료인 성범죄 이력 공개 ▲수술실 등 의료기관 내 CCTV 설치 의무화·영상 저장·수사기관 제공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 법안은 지난해 마지막으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한 차례 다뤘지만,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 위원들의 이의제기로 '계속 심사' 즉 심사 보류 결정이 났다.
그러나 이미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 상정돼 있는 만큼 여야 합의에 의해 언제든지 재심사가 가능하다.
여야, 보건복지위 법안소위 18일·19일, 24일·25일 개최 '4일 일정' 합의
5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보건복지위 간사는 설 연휴 이후 법안심사 일정에 어렵게 합의했다.
여야 간사는 법안소위를 놓고 줄다리기 끝에 오는 17일 법안 상정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기로 합의하고, 18일(1소위)과 19일(2소위) 그리고 24일(2소위)와 25일(1소위)에 법안소위를 열기로 합의했다.
법안소위 중간인 19일에는 한 차례 전체회의를 열어 그때까지 심사가 끝난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법안심사 일정을 최대한 길게 잡으려는 여당과 짧게 잡으려는 국민의힘과 줄다리기가 있었다.
여당 관계자는 "야당과 법안소위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여당은 처리할 법안이 많다고 판단해 일정을 최대한 길게 잡으려 했는데 야당은 일정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야당은 법안소위 일정은 이틀로 하자고 주장했지만, 여당이 4일 일정을 관철시켰다"고 말했다.
여당, 의사 처벌 강화 등 '환자안전 3법' 심사·의결 의지 강해
여당 측은 일명 환자안전 3법에 대한 재심사 및 의결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환자안전 3법의 경우 이미 법안소위에 상정돼 있는 상태로 지난 법안소위에서도 계속해 심사하기로 했다"며 "법안소위가 열리면 당연히 심사하게 될 것"이라며 "환자안전 3법은 야당도 확실한 반대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부 세부 사항에 신중론을 제기하며 심사를 미루고 있다. 여당은 해당 법안들의 심사와 의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의료인 결격사유·면허 재교부 요건 강화' 신규 의료법 개정안도 발의돼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 상정돼 있는 의료법 개정안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의 신규 개정안 발의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환자안전 3법 중 CCTV 설치 의무화를 제외한, 의료인 결결 사유와 의사면허 재교부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개정안이 발의됐다. 대표발의자는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다.
고 의원 개정안의 골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하면 면허 취소 ▲미성년자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성폭력범죄 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저질러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그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사람은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하면 그 면허를 취소하며, 영구적으로 면허 재교부 금지 등이다.
특히 면허를 재교부 받은 의료인이 면허정지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면허를 취소하고 5년간 재교부를 금지하며,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고 의원은 "의료인은 면허를 취소받은 경우에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면허를 재교부 받을 수 있고, 면허를 재교부받은 자가 다시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특별히 제재를 가중하지 않고 있다"면서 "의료인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강화된 자질 관리가 필요함에도 오히려 상대적으로 완화된 결격사유를 적용하고, 위반행위를 한 자도 면허를 재교부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곽상도 의원 '조민 면허박탈법', 의료법 의결 '촉매제' 가능성?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운영위원회)이 발의한 '거짓·부정 의사면허 취득 시 면허 영구취소'와 '개정안 국회 통과 시 이전 사례 소급 적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여야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에서 부산대의학전문대학원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결한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 씨의 의사면허 박탈을 겨냥한 법안으로, 일명 '조민 방지법' 또는 '조민 의사면허 박탈법' 등으로 불리고 있다.
개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졸업과 학위를 취득 등 의사면허를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의사면허 취득한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도 금지토록 했다.
특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기 전이라도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의사면허 발급 요건을 취득하거나 국가시험에 합격한 경우에도 소급해 적용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 소급 적용 조항은 조민 씨의 의사면허 박탈을 염두에 둔 조항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이 개정안이 환자안전 3법 심사와 의결을 추동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여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A 여당 관계자에 따르면 여당 일각에서는 조민 씨의 의사면허 취득 자격요건에 중요한 하자가 발생했다면 면허취소와 재교부 금지가 당연하며, 곽 의원 개정안의 입법취지 역시 타당하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민 의사면허 박탈법' 역시 의사 부적격자에 대한 면허취소 및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인 만큼 현재 법안소위에 상정돼 있는 비도덕·비윤리적 의사 등에 대한 면허 제재 개정안들과 함께 병합해 심사해야 한다는 것. 곽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이 의사 면허취소 및 재교부 금지 개정안 심사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곽 의원이 그간 의사 면허취소 및 재교부 금지 개정안에 미온적인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점에서 여당이 해당 개정안과 관련 개정안의 병합심사를 요구할 경우 반대할 명분이 적다는 분석에 기반한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