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가들 "의료법 개정안 3건 조항마다 미흡한 내용 많아" 지적
촬영 의무·정당한 사유 거부 범위 불명확...의료인 권리 침해 고려 안해
국회는 우리나라의 입법부로서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모여 있는 기관이다. 삼권 분립에 의해 국회는 입법을 하는 역할을 한다.
매년 국회에서 소관 위원회별로 국회의원들이 입법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존 법률의 개정안부터 새로운 법률안 제정에 이르기까지 입법활동은 쉼없이 이뤄진다.
그러나 어떤 사회적 이슈가 터지면 국회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과잉 입법을 남발하기 일쑤다. 각 정당별로 비슷한 입법을 한 번 걸러주는 것도 필요하고, 법안의 실효성 및 적절성, 그리고 법안이 제정 또는 개정됐을 때 법리에 맞는지, 그리고 여론을 등에 업고 졸속으로 입법이 추진되는 것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입법과정에서 사회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가 열린다. 하지만, 공청회는 여론을 수렴하는데 많은 한계점을 갖고 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대립하더라도 법률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이 수정·보완보다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밀어부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의료관련 법안은 특히 국민의 건강과 직결돼 법률개정안 각 조항을 신설하거나 삭제할 때 더 신중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다. 의료인에 대한 과잉 처벌만을 강조하는 법안 발의도 마찬가지다.
[의협신문]은 의료관련 법안 중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의료법 개정법률안 3건을 비교하고, 법안을 발의하면서 어떤 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는지를 살펴본다.
김남국·안규백·신현영 의원안, 다른듯 하지만 취지는 같다
21대 국회에서는 수술실 내 CCTV 설치와 관련 의료법 개정법률안이 총 3건이 발의됐다. 현재 이 법안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중이다. 3건은 병합심사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법제사법위원회)은 19대와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내용 중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수술 등에 대한 의무조치'를 제외하고,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의료행위를 하는 장면의 CCTV 촬영 의무화를 입법화해 의료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률안은 '환자와 보호자의 알권리를 확보하고 의료분쟁을 신속·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안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국방위원회)은 21대에 '같은 취지'로 좀 더 내용을 보완해 의료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남국 의원안은 CCTV 촬영의무화 대상을 '모든 의료행위'로 넓게 규정하고 있는 반면, 안규백 의원안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로 한정했다.
안규백 의원안은 영상처리기기로 '촬영'은 물론 '녹음'까지 하는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환자 또는 보호자가 수술 등의 경과를 확인할 목적으로 요청하는 경우, 환자안전활동 수행기관이 업무수행을 위해 요청하는 경우, 범죄의 수사, 공소제기 및 유지,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열람을 허용하도록 해 열람과 관련한 규정이 없는 김남국 의원안과 차이가 있다.
21대 국회에서 가장 늦게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안은 CCTV 설치는 '자율'로 해 '의무'로 규정한 김남국·안규백 의원안과 차이가 있다. 환자와 환자보호자의 요청 및 해당 의료행위에 참여한 의료인의 동의를 구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또 의료기관 내 CCTV 설치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기관의 CCTV 설치비용 일부 지원하도록 하고, CCTV를 설치한 의료기관의 장에게 촬영에 따른 환자와 보호자, 의료기관 종사자의 동의 요건을 명시하고, 촬영한 영상 정보가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목적 외에 사용을 금지토록 했다.
얼핏 보면 의료기관 자율에 따라 CCTV를 설치하고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의 동의를 구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모든 의료행위'를 촬영대상으로 하고 있고, CCTV 촬영 동의를 한 사람(환자·환자 보호자 등)이 삭제를 요청할 때 이를 파기할 수 있는 근거조항은 없다.
법률 전문가들은 법안이 너무 급하게 발의되면서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어떤 법안은 사안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급조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3개의 법안 중 쟁점이 되는 부분을 정리했다.
쟁점 1. CCTV 촬영 대상 '의무부과 범위'…지나치게 넓고 불명확
먼저 김남국·안규백 의원안을 보면, CCTV 대상 의무 범위가 분명하지 않다. 법률은 의무부과대상이 명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포괄적 개념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행위와 관련한 의무를 부과할 때에는 법률에서 그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을 해줘야 혼란이 생기지 않는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는 "CCTV 대상 의무 범위와 필요최소한의 원칙이 제대로 설계돼 있지 않아 과도한 CCTV 설치가 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남국 의원은 촬영 대상을 '모든 의료행위'로 정하고, 안규백 의원은 '수술, 수혈, 전신마취'로 정하고 있는데, 만약 촬영 대상을 정한다면 위험정도를 고려한 최소한도로 촬영 대상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한경 변호사(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김남국 의원안의 수술실을 운영하는 병원이 영상정보처리장치를 설치하도록 하고, 해당 의료행위를 촬영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은 의무부과대상이 명확해야 함에도 '해당 의료행위의 범위'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 목적인 대리수술 방지와 성범죄 방지를 위해 수술실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의료행위를 의무 촬영대상으로 할 필요가 있는지, 수단의 적합성 및 최소침해성 원칙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처럼 촬영의무가 부여되는 대상이 지나치게 넓고 불명확하다면, 결과적으로 실제 대리수술 등 문제와는 별론으로, '촬영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해 환자와 병원 사이에 불필요한 분쟁,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 변호사는 "안규백 의원안은 김남국 의원안보다는 의무촬영대상이 비교적 한정돼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그 자체로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혼선과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신현영 의원안은 환자·환자보호자, 그리고 의료인의 동의를 얻어 '수술실 내 의료행위'를 촬영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환자·환자보호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 촬영의무가 부여되는지가 법안상 다소 불명확하다"고 덧붙였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안규백, 신현영 의원안은 종별 제한 없이 CCTV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수술실은 존재하지만 수술건수가 많지 않은 대부분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모두 포함이 되는 것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쟁점 2. '녹음'까지 의무…녹음에 대한 별도 고려는 없어
안규백 의원안의 경우 CCTV 촬영은 물론 녹음까지 하는 것을 의무로 했는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제25조 제5항)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김남국·신현영 의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조항을 이유로 녹음은 '불가하다'고 이유를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안규백 의원안은 녹음까지 포함돼 그 위험도가 상당함에도 녹음에 대한 별다른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으면서 "이 조항(녹음)은 경우에 따라 의료인들에 대한 과도한 근로감시행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도 "국회에서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의료법개정안을 발의할 때 자칫 의료기관 종사자 및 의료인에 대한 감시의 수단 내지 사생활 침해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음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녹음 의무를 부여하는 안규백 의원안은 '초상권' 외에도 '음성권' 침해라는 해로운 법익을 고려해야 하는데, 음성 녹음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다른 분야와 비교해 논란의 여지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의료행위가 진행되는 동안 이를 녹음하는 것은 피촬영자의 대화를 그대로 기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이는 의료행위 중 의료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에 심각한 저해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환자 안전 제고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 3. 생성된 영상·녹음 정보, 정보 주체가 파기를 원한다면?
생성된 정보(CCTV 촬영 영상 또는 녹음)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서도 3건의 법률안은 미흡하다고 법률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다만, 파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진료기록부처럼 파기할 수 없도록 할 것인지 두 의견으로 나뉘었다.
먼저, 환자 및 환자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CCTV 촬영은 물론 녹음까지 하도록 강제 조항을 만든다면, 반대로 환자 및 환자보호자가 촬영된 영상자료(녹음자료 포함)를 원할 경우 파기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생성된 정보이므로,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가 원할 경우 언제든지 파기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필요함에도 파기조항의 근거 역시 존재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진료기록을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폐기하거나 수정할 수 없듯이 CCTV 녹화 영상도 환자의 의사에 따라 폐기나 수정할 수 없게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진석 변호사는 "CCTV가 의료진의 방어나 무과실 주장에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CCTV 녹화를 의무화한다면, 이를 의무기록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말 CCTV를 의무화시킨다면, 의료법의 환자에 관한 기록으로 보아 의무기록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며 "별도로 취급하는 것은 법률의 정합성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쟁점 4. 환자·환자보호자 이익과 무관한 조항 삭제 필요
안규백 의원은 '촬영 및 녹음한 자료를 열람하게 하는 목적'으로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가 수술 등의 경과를 확인할 목적으로 요청하는 경우 ▲환자안전활동 수행기관이 업무수행을 위해서 요청하는 경우 ▲범죄의 수사, 공소제기·유지,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규정했다.
신현영 의원은 ▲중대한 생명, 신체, 재산상의 이익을 위해 요청한 경우 ▲의료사고 종재를 위해 중재원이 요청한 경우 ▲수사 또는 재판과정에서 요청한 경우로 규정했다.
이와 관련 김보라미 변호사는 "촬영·녹음자료의 열람의 목적 중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의 이익'과 무관한 조항은 삭제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쟁점 5. 촬영·녹음자료, '목적외 사용금지 예외' 법률서 정해야
김남국 의원안은 '촬영한 영상자료는 의료분쟁 조정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목적 외에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안규백 의원안도 '촬영·녹음한 자료는 의료분쟁 조정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김보라미 변호사는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녹음한 자료의 목적 외 이용 금지의 예외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위임하기보다는 법률에서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의료행위(특히 수술장면) 촬영자료의 경우 민감정보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내용의 정보에 해당한다"며 "목적외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의료행위에 참여한 의료인의 동의를 촬영의무 발생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면, 수사, 재판 및 공공기관의 이에 준하는 업무 수행을 위한 요청만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쟁점 6. 의료인의 권리침해에 대한 고려 "명백하지 않다"
각 발의된 법안은 근본적으로 의료인들의 권리침해에 대한 고려가 명백히 보이지 않고, 해당 입법들은 그 목적 범위인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의 알권리 확보를 통한 의료분쟁의 신속·공정한 해결'을 위한 최소한도의 범위내에서 CCTV 의무화를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이런 목적을 벗어난 처리를 통해 의료인들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규정했어야 할 필요가 크다"며 발의된 법안들의 미흡함을 꼬집었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도 "김남국, 안규백 의원안은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의 요청이 있으면 CCTV 촬영을 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는 촬영의무 요건을 지나치게 완화해 의료인의 권리침해 가능성을 있음을 고려하지 않아 불균형한 입법"이라고 말했다.
쟁점 7.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거부하지 못한다'…거부 범위 불명확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2021년 2월)는 3개의 개정안은 ▲촬영의 요건과 관련 '환자 측의 요구가 있는 경우 의료인의 동의를 요건으로 할 것인지'(김남국 의원안·안규백 의원안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함) ▲촬영 대상을 수술실 내 모든 의료행위로 할 것인지(김남국 의원안·신현영 의원안), 중대한 의료행위에 한정할 것인지(안규백 의원안) ▲설치가능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한정할 것인지(신현영 의원안), 아니면 네트워크 카메라를 포함할 것인지(김남국 의원안·안규백 의원안은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제7호를 인용함)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한경 변호사는 "김남국 의원안이나 안규백 의원안의 경우 환자보호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 의무적으로 촬영하도록 하면서,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진료거부와 유사하게 규정한 것 같다"며 "정당한 사유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불명확해 이 또한 현장에서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섣불리 넓은 범위의 의료행위를 대상으로 설치운영에 대한 법적인 의무를 바로 부과하는 것보다는 시범사업으로 시행하는 수술을 예시화하고, 의무가 아니라 신현영 의원안처럼 재량으로 두어 필요 비용을 지원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효과가 없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진석 변호사는 "모든 의료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문제, 녹음의무를 부여하는 문제, CCTV 녹화 의무 문제 등 여러 가지 논란이 될 조항들이 많음에도 발의된 3건의 법률개정안은 의료 사안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급조한 듯한 느낌이 든다"고 법안 남발을 지적했다.
이 밖에 보안 조치 규정과 관련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보안 조치와 관련해 보안 조치 의무를 아무리 강도 높게 규정해도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규정된 보안 조치를 이행한 경우 면책 역시 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