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소 아주의대 교수팀, 베체트병 진단·치료에 활용 가능성
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구성 변화 영향…'Microorganisms'에 발표
최근 신약 개발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이 희귀난치성질환인 베체트병의 진단·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은소 아주의대 교수팀(아주대병원 피부과/김진철 전공의)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베체트병 발생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베체트병 환자군(9명), 재발성 아프타성 궤양 환자군(7명), 각 환자군과 적어도 하루 한 끼 이상 식사를 함께 하는 정상 대조군(16명) 등 총 3개 군의 대변 및 타액을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분석(16S rRNA gene sequencing)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를 분석했다.
베체트병 환자 9명은 비활성기(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기간)가 됐을 때, 대변·타액 샘플을 한 번 더 채취해 마이크로바이옴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질병활성기때 베체트병 환자의 장내 '박테로이데스 유니포르미스(Bacteroides uniformis)'가 비활성기 때와 정상 대조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해 있었으며, 반대로 질병의 활성도(임상 증상 및 혈액 염증 수치)가 감소되면 함께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박테로이데스 유니포르미스는 장내 상재균으로 과거 연구에서 크론병이나 유전적으로 다양한 장기의 암을 유발하는 린치증후군(Lynch syndrome) 등과 연관이 있는 미생물로 알려져 있다.
베체트병은 반복되는 구강궤양, 외음부궤양, 안증상, 피부증상을 주 증상으로 다른 전신 장기에 침범하는 만성 염증성질환으로 호전과 재발을 거듭하는 난치 질환이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으며, 과거에는 바이러스·세균 감염 등이 원인으로 추측됐으나, 최근에는 유전적 인자, 면역학적 이상에 따른 전신 염증질환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구팀은 '면역'과 관련 깊은 마이크로바이오옴의 불균형과 구성의 변화가 베체트병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과 베체트병 간의 연관 기전은 명확치 않지만, 박테로이데스 유니포르미스가 장내에 증가하면서 베체트병 환자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 억제에 관여하는 '단사슬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을 생성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감소 등에 영향을 주면서 전신 염증질환을 유발한다는 것.
이은소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장내 특정 마이크로바이옴이 베체트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마이크로바이옴 조절을 통해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추가적인 동물 혹은 면역학적인 실험연구를 통한 최종 검증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베체트병의 치료제 개발 등에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2021년 7월 SCIE급 국제저널 <Microorganisms>(미생물)에 발표됐다. 논문 제목은 'Alteration of the Fecal but Not Salivary Microbiome in Patients with Behcet's Disease According to Disease Activity Shift(베체트병 환자에서 질병 활성도에 따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