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즈로 피 닦기, 시야확보, 봉합사 커팅 등 "UA가 수행 가능한 업무"
외과학회, 설문조사 2년 지나서 결과 공개…독립 수행 가능성 '경계'
UA 자격 검증·유지보수교육 주체는? 학회와 의료단체 비슷하게 나와
외과 의사들은 진료보조인력(UA)의 수행 가능 영역을 어디까지라고 볼까? 만약 UA 자격 검증을 해야 한다면 어디서 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대한외과학회는 지난 4일 개최한 추계학술대회 '전공의와 진료보조인력의 슬기로운 공존' 정책 세션에서 2019년 3월 대한외과학회 기획위원회에서 진행한 진료보조인력 관련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진료보조인력(Unlicensed Assistant: UA/ Physician Assistant: PA)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당시 밝힐 수 없었던 결과를 2년 만에 공개한 것이다.
설문에는 610명의 외과 의사가 참여했다. 직군별로 교수가 291명(48%)으로 가장 많았으며, 봉직의 132명(21%)·전임의 67명(11%)·전공의 66명(11%)·개원의 54명(9%) 순으로 참여율이 높았다.
설문 결과 '외과 UA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답변 비율이 75%를 기록했다. 설문에 참여한 교수 직군 10명 중 9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고, '전혀 필요하지 않다'라고 답한 외과 의사 절반 이상이 개원의인 것으로 나타나, 개원의와 교수 간 큰 인식 차를 확인했다(관련기사:'판도라 상자' 연 외과학회, 설문 공개…교수 10명 중 9명 "외과 UA 꼭 필요").
해당 설문에서는 '찬,반'논의 외에 외과 UA의 구체적 수행 가능 영역에 대한 질의도 함께 진행, 주목받았다.
질문은 '다음 업무 중 우리나라에서 진료보조인력이 수행 가능한 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였다. 현장에서 이뤄질 수 있는 수행 업무를 나열한 뒤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모두 선택하는 방식이다. '모든 업무는 의사의 지휘 감독하에 이뤄진다고 가정하라'는 단서도 달았다.
조사 결과, 많은 외과 의사가 '가능하다'고 꼽은 업무는 의사의 집도 중 또는 직후 이뤄진다는 특성이 있었다.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은 '거즈로 피 닦기, 시야 확보 또는 봉합사 커팅 등 시술에 있어서 의사의 단순 보조'였다.
610명 중 무려 548명(89.8%)이 해당 업무를 UA가 '수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많은 선택을 받은 수행 업무는 '수술 중 시야 확보 보조'였다. 535명(87.7%)이 답했다. 이는 개복수술 중 리트렉션, 피 닦기, 석션 또는 복강경 수술 중 텔레스코피 조작, 그라스퍼로 조직 붙잡기, 석션 등이다.
이외 수술환자의 피부 소독 및 드랩 528명(86.6%), 수술 종료 후 드레싱 514명(84.3%), 수술 후 환자의 환부 드레싱 470명(77.0%) 순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가장 선택을 적게 받은 업무는 '전공의 역할을 대신하는 야간 당직 업무'였다. 610명 중 89명(14.6%)만이 선택했다.
다음으로는 '수술 및 시술 동의서의 직접 설명 및 받기' 105명(17.2%), 수술 중 각종 스테이플 장치 조작 194명(31.8%), 환자의 통상적인 처방의 직접 입력 202명(33.1%) 순으로 적게 선택했다.
많은 선택을 받은 업무의 특성은 누가 봐도 '의사 근처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설문에서 이미 '모든 업무는 의사의 지휘 감독하에 이뤄진다고 가정하라'고 명시했지만, UA가 독립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큰 업무에 대해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외과 의사들은 '기타의견'을 통해 "모든 조치는 의사 지시에 따른 것에 한해야 한다", "모든 행위는 의사 지시 혹은 감독하에 해야 한다" , "의사 설명 또는 지시 내용에 대해서면 시행해야 한다" 등 의견을 냈다. 단서에서 언급한 내용을 굳이 다시 상기한 것이다.
구체적인 '진료보조인력 자격 부여' 방식에 대해서도 물었다.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은 '간호사 면허소지자에게만 독립적 교육과정과 자격시험을 시행한 후 부여'다. 총 301명(49.3%)이 선택했다.
다음으로는 '간호사,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등 의료계 면허소지자에게 독립적 교육과정과 자격시험을 시행한 후 부여'가 176명(28.9%)으로 많았다.
일정한 자격을 가진 의료인에게 특정 교육과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둘 중 하나의 요건이라도 없었던 '간호사 면허소지자에게 기타 교육과정 없이 부여', '배경에 상관없이, 독립적인 교육과정 수료 후 자격시험을 통과한 자에게 부여', '간호사,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등 의료계 면허소지자에게 기타 교육과정 없이 부여'의 경우 비율 산정 시 한 자릿수에 그쳤다.
외과 의사들이 UA 자격 부과 시, '간호사'라는 자격 요건에 더해, 특정 교육과정 이수를 추가 조건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일단 보건복지부는 진료보조인력 논의와 관련 '간호사'로 인력을 확정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양정석 간호정책과장은 "아직 진료지원인력을 확정한 상태는 아니다. 연구에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연구에서 간호사 외 의료기사나 응급구조사를 포괄하고 있다"라며 "다만, 의료행위 특성상 진료지원인력 90%이상이 간호사라는 것은 파악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진료보조인력 자격 검증 및 유지보수교육을 위한 제도가 필요할 경우 '어느 기관이 주체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해당 설문이 2년 전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UA 찬반'에서 나아가 진료보조인력의 구체적 요건, 그리고 이를 관리할 주체 기관 논의까지, 속도는 예상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가 UA 불법 진료 합법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원칙적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제도적 지원을 통한 문제 해결방안을 제안하는 한편 '구체적 관리체계' 논의가 진행될 경우를 함께 감안해야 할 지점이다.
설문 결과, 자격 검증 및 유지보수교육 주체는 '대한외과학회 등 각 학회'라는 답이 214명(35%)으로 가장 많았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의학회 등 의사·병원 관련 단체가 207명(33.9%)으로 비슷하게 나왔다. 보건복지부 등 정부라는 답변은 128명(21%)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