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료법학회 20일 추계 공동학술대회 '실손보험 채권자대위권 법적 쟁점' 주목
박영준 교수 "의료기관 부당이득 인정 시 실손보험 채권자대위권 인정해야" 주장
송진성 대법 연구관 "마찰 피하려 수단 활용"...김장한 회장 "실손, 당연지정제 우려"
의료기관이 실손진료비를 잘못 청구, 부당이득을 취했다면 보험사에게 채권자대위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채권자대위권이 보험사의 편의만을 위해 활용하면 안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대한의료법학회는 20일 법원 의료법 분야연구회와 함께 대법원 16층 무궁화홀에서 '실손보험의 채권자대위권 청구와 관련된 법적 쟁점'을 주제로 2021년 추계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영준 단국대학교 교수(법학과)는 '임의비급여 진료행위에 의한 지급보험금에 대한 보험자의 반환청구에 관한 법적 쟁점 연구'를 통해 ▲건강보험 법정 급여분의 실손보험 오청구 ▲건강보험 법정 비급여 분의 실손보험 과다 청구 시 법률관계 ▲건강보험 임의비급여의 실손보험 청구 시 법률관계 등 총 3가지 유형의 판례에 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판례가 각기 채권자대위권 청구가 된다, 안된다 등의 의견이 다른 것 같아 유형별로 나눴다"라며 "총 3가지의 유형으로 보게 되면 판례의 결과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우선, 박 교수는 법원에서 채권자대위권 청구를 인정한 사례로 '건강보험 법정 급여분의 실손보험 오청구'와 '건강보험 법정 비급여 분의 실손보험 과다 청구' 등 두 가지 유형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건강보험 법정 급여분의 실손보험 오청구'와 관련해 대법원이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건강보험 법정급여 상당액을 부당하게 이익을 얻는 것이 된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법정급여 상당액을 환자에게 반환해야 하고, 실손보험 계약의 피보험자인 환자는 지급받은 보험금을 보험자에게 반환해야 하는데 이러한 이중의 반환 절차를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통해 보험자가 직접 의료기관을 상대로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라고 인정한 판례를 예로 들었다.
'건강보험 법정 비급여 분의 실손보험 과다 청구'의 유형과 관련해 박 교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법정 비급여 비용을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신의성실과 형평의 원칙에 반해 과도하게 비용을 산정한다면 그중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를 초과하는 비용은 부당이득이 된다'고 판단한 판례도 소개했다.
박 교수는 "법원에서 법정 비급여는 표준수가 제도로 정해진 게 아니라 의사와 환자 간 정하는 비용이지만 해당 연도 지역에서의 병원비를 평균을 내서 평균의 10배까지는 병원의 자율로 볼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초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라면서 "결론적으로 초과 검사비를 부당이득으로 보고 채권자대위권청구를 인정했다"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건강보험 임의비급여의 실손보험 청구 시 법률관계'와 관련해 '맘모톰 절제술'을 사례로 들며 3가지 유형의 판례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수원지방법원은 맘모톰 절제술이 합법적인 의료기술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환자들은 의료기관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을 가지고, 환자의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을 보험사가 대위권을 행사해 의료기관에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반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맘모톰 절제술을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의료기술이라고 판단했다"라면서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법정 비급여도 과다하게 청구하면 문제가 되지만 과다하게 청구한 경우가 아니라면 실손보험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라고 서로 다른 판결을 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맘모톰 절제술을 법정 비급여로 잘못 기재하고 청구한 사례도 소개했다.
박 교수는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보험자들 개개인을 기준으로 보면 진료비 금액이 많은 금액이 아니고 무자력 또는 집행 곤란의 개연성이 높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라면서 "금융당국의 엄격한 제재 때문에 피보험자들이 아닌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 또한 금융당국의 제재 회피를 위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한다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선고했다"라면서 "항소심 역시 제1심의 결론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기본적으로 채권자대위권청구가 인정되어야 한다. 특히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청구한 진료비가 잘못된 청구여서 의료기관에 부당이득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해당 환자가 그 비용을 실손보험금으로 받은 경우라면 보험자는 해당 환자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가지는 부당이익반환 청구권을 대위 행사하여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보험사가 환자의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지적이 나왔다.
송진성 재판연구관(대법원)은 "채권자대위권의 요건인 무자력 요건을 짚을 필요가 있다"라면서 "채권자대위권은 재산보전 등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 쓰여야 한다. (보험사가) 금융감독원과의 마찰과 민원을 피하고 간편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무자력 요건으로 볼 수 있냐?"라고 반문했다.
한진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대법원은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일 경우,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구하고 있고, 예외적으로 피보전채권과 피대위권리의 밀접한 관련성,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때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지 않는 경우에 한 해 무자력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라면서 "다만, 앞서 '건강보험 법정 비급여 분의 실손보험 과다 청구' 사건에서 채권자대위권 성립 요건을 살펴보면, 피보험자들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진료 계약과 관련된 것이고, 실손 보험사가 주장하는 피보험자들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각 보험계약에 따른 것이어서 법률상·계약상 밀접한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실손보험의 채권대위권 청구를 인정하면 의료기관을 실손보험의 당연지정제로 인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김장한 대한의료법학회장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다른 나라와 달리 당연지정제로 되어 있다. 건강보험은 법에 따라서 인정된다고 해도 실손보험 채권대위권청구를 일방적으로 인정하면 의료기관을 실손보험 당연지정제로 인정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라며서 "또한, 실손 보험사들은 환자와 의료기관 아무와도 컨택하지 않다가 나중에 케이스를 한꺼번에 모아서 대응하고 있다. 마치 의료기관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판단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보험회사에서 소위 사고 친 것이 문제의 시작 아닌가. 왜 뒤치다꺼리를 법원과 의료기관이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박 교수는 "실손보험 제도 자체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체계는 환자는 치료받고 보험금은 공단에 의료기관이 청구한다. 실손보험이 문제없이 자리 잡으려면 실손보험도 법적 성격으로는 재산보험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직접 청구하고 문제 발생 시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