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의사회장 인터뷰] 이우석 경상북도의사회장

[전국 시도의사회장 인터뷰] 이우석 경상북도의사회장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1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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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피로누적 불인정하는 방역 당국은 탁상행정의 표본" 강력 비판
공공의료·공공병원 설립으로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 안돼…재정 투입 우선
다가올 대선에 의협 정치적 중립 자세 유지…의료계 정책제안 전달 기대

대한의사협회 제41대 집행부와 함께 올해 전국 16개 시도의사회도 3년 간 새로운 임기를 시작했다.
의료계는 의사면허 취소법(의료법 개정안),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 실손보험 청구 대행 의무화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의협 출입기자단은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들이 어떤 회무 철학으로 의사회를 이끌어 갈 것인지, 그리고 의협과 어떻게 협력하면서 회무를 추진할 것인지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 기획을 마련했다.

[사진=의협 출입기자단 제공] ⓒ의협신문
이우석 경상북도의사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인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음에도 방역 당국은 '핑계' 정도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의협 출입기자단 제공] ⓒ의협신문

지난해 대구·경북지역은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우석 경상북도의사회장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의료현장이 또 다시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을 우려했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병상 배정 과정에서 '의료인의 피로 누적 및 인력 부족'을 핑계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에 대해 "대표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공공의료·공공병원을 설립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공공의료·공공병원을 설립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의료기관에 대한 정당한 수가와 인력·장비·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무장병원 및 불법 건강검진, 과대광고 등에 대해서는 도의사회 자율정화위원회에서 제보를 받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고, 불법 대리수술  은 자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13만 의사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해 의료계의 정책 제안을 제대로 전하기를 기대했다.

원격의료와 관련해서는 비대면진료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과 책임 소재, 정당한 수가 협의를 통해 의료전달체계에 긍정적인 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Q. 회장으로 당선된 지 반 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행한 회무와 앞으로의 과제가 있다면?
코로나19 확산 2년 차에 임기를 시작하며 많은 제약이 뒤따랐지만, '모두 함께 행복한 의사회로'를 기치로 회무를 추진하고 있다.
의사회 전통과 위상 강화, 회원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의사회,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회, 회원들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품격있는 의사회, 행복한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회원권익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회원은 물론 시군의사회와 대면할 기회가 현저하게 줄었지만, 의협의 활동에 맞춰 회원권익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원들의 문의가 가장 많은 현지조사, 법률문제, 의료사고, 세무, 노무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3300여명의 회원 중 3분의 1인 1200여명이 참여한 온라인 종합학술대회(2021년 5월 29∼30일 개최)는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11월 7일에는 회원 및 가족 등반대회를 개최했다.

Q. 지난해 '신천지' 사태로 인해 대구·경북지역 의료기관의 어려움이 컸으리라 생각한다. 당시 회원들의 고충과 의사회 차원의 활동이 궁금하다.
신천지발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많은 회원들이 본업을 뒤로하고 의료봉사를 해줬다. 감염의 위험 속에서도 의사의 소명의식으로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
대구경북 지역이 함께 어려움에 처했음에도 경북은 물품이나 인력 지원 부족 등 외면당한 측면이 있다. 당시 경북의사회 부회장 겸 코로나19 대책위원장으로서 부족한 물자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적십자 또는 도청 등 유관기관을 찾아가 후원을 요청할 때가 힘들고 어려웠다.

정부와 지역 보건소 등 실무자 간의 통일되지 못한 지침으로 혼선이 잦아 일선 의료기관의 어려움 역시 컸다. 그런데도 회원들의 일치단결과 도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보건 당국과의 긴밀한 협의 등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Q. 경북의사회는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등 도민과 적극 소통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의사회가 펼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소개해달라.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경북의사회는 75년 전 의사회 설립 순간부터 지금까지 진료의 업(業)과 더불어 공동체적 삶의 가치 실현을 위해 힘썼다.
캄보디아 해외 의료봉사는 물론 코로나19 방역 및 의료물품 지원, 그리고 사회취약계층에게 희망나눔 쌀과 도시락을 준비해 따뜻한 한 끼를 전하고 있다.

또 국가 재난사태에 의료봉사를 지원하고, 미래의 의료인을 위한 장학 사업과 지역인재 발굴을 위한 학술상 및 자랑스러운 의사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런 활동에 대한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체계적인 관리와 시행을 위해 지난 2019년 12월 7일 (사)경북의사회 사회공헌사업단을 발족했다.
앞으로도 경북의사회와 (사)경북의사회 사회공헌사업단은 경북도민의 보건 향상과 더불어 '행복한 경상북도 만들기'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Q. 코로나19의 확산세는 여전하다. 정부는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의료체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위드 코로나 이후 수도권은 확진자와 중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경북지역 상황이 궁금하다.
위드 코로나로 인해 수도권 발생률이 전체 확진자 수 대비 3분의 2이상을 차지하면서 의료시스템에 부담이 되고 있다.
경북은 지난해 급격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혹독한 시간을 보낸 만큼 당시의 노하우를 통해 보건당국 및 유관기관과 협력하고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경상북도포항의료원, 경상북도김천의료원, 경상북도안동의료원과 동국대학교경주병원, 영주적십자병원을, 생활치료센터로 구미농협교육원과 문경 STX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경북지역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 가동률이 80%에 가깝고, 민간병원 예비병상 운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11월 30일 현재, 경상북도에 따르면 포항의료원 등 지역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 5곳의 병상 가동률이 76.9%로 나타났다.
특히 포항의료원과 동국대경주병원 병상 가동률은 각각 96.4%, 93.3%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감염병 전담병원별로 추가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

얼마전 확인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한다면 의료 현장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병상은 물론 인적·물적 자원 모두 부족함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코로나19의 확산 저지를 위해 함께 방역수칙을 지켜나가며,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정부는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전문가와 상의해 지침을 발표하고 현 상황을 타개해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병상 배정과 관련 '의료인의 피로누적 및 인력 부족'을 '핑계' 정도로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의료현장을 무시한 대표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제발 의료인의 사기를 꺾지 않았으면 한다.

[사진=의협출입기자단 제공] ⓒ의협신문
[사진=의협출입기자단 제공] ⓒ의협신문

Q. 코로나19로 공공의료, 공공병원 설립에 대한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취약지 공공병원 추가 설립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야만 하는 공공의료, 공공병원 설립이 과연 의료취약지 해결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운영이 어려운 공공의료, 공공병원은 결국 수도권 의료기관 쏠림 현상 때문에 도태될 수밖에 없으며, 환자들의 선택에서 외면 받을 것이다.
또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이미 공공의료를 담당하며 정부의 지침과 행정명령을 따르고 있다.
의료취약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에 정당한 수가와 장비·인력·재정을 투입해 지속적인 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최근 공공의료기관인 울릉군보건의료원에서 공중보건의 배정에서 필수진료과인 내과, 외과, 산부인과 및 정형외과 의사가 배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울릉군보건의료원에서 별도로 세 번에 걸친 모집 공고를 했음에도 인력을 구할 수가 없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는 공공의료, 공공병원 설립으로 의료취약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반증이기도 하다.

Q. 불법 대리 수술 사건, 수술실 성추행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율정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자율정화 강화 방안에 대한 견해가 있다면?
의협의 자율정화위원회 구성에 발맞춰 경북의사회 역시 자체적인 자율정화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사무장병원 및 불법 건강검진, 과대광고 등에 대한 제보를 비공개로 받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극소수의 잘못된 행위로 인해 진료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많은 회원의 명예까지 실추되고 있는 실정이고, 이는 환자와 신뢰 관계가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각심을 갖고 자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회원들에게도 이를 인식시켜 대외적인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앞장서겠다.

Q. 시도의사회와 의협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그간 의료계는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정부나 타 단체에 의견 피력이 부족했다. 중앙회와 시도의사회는 다른 단체가 아니라 하나의 단체라고 생각해야 한다. 또 의협의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일치된 의견으로 따라야 한다.

경북의사회는 의협 산하 지부로서 의협 회무에 협조하며 회원 단합과 정책제안, 회비 납부율, 궐기 대회 참가율 등 다방면의 평가에서 모범을 보여 총 10회의 모범지부 표창을 수상했다.
중앙회보다 시도의사회가 회원들의 의견을 더 가까이에서 듣고 있는 만큼 의협 집행부의 회무 방향과 시도의사회의 방향에 다소 이견이 발생한다면 서로 의견을 조율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Q. 현 의협 집행부는 투쟁과 협상의 균형을 강조하면서 국회 등 대외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균형은 매우 중요하고, 그만큼 힘들다. 지난 의협 집행부는 회원의 투표 결과에 따라 투쟁에 중점을 뒀으나 결과적으로는 실이 많았다고 평가되고 있다.
현 의협 집행부는 13만 의사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것이며, 대통령 선거가 목전인 시점에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대화와 협상을 하되, 필요 시 투쟁을 불사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Q. 여야 대선 후보들이 확정됐다. 각 후보들이 제시한 보건의료관련 정책 공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또 지역의사회에서는 대선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대구경북 권역은 보수가 다수인 만큼 해당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 여당의 대선후보의 고향이 대구경북이고, 같은 의료인인 후보도 있다.
의료계는 물론 지역적으로 연관된 후보가 많으며, 의협에서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의사회 역시 중립을 유지하면서 협조하고 있다.
특히, 각 후보들의 보건의료 정책 공약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사전에 파악해 올바른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Q.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보건의료 분야 정책제안서'를 마련했다. 어떻게 활용되길 바라나?
다양한 의견을 가진 직역에서 의견을 취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책제안서의 의견 취합 과정이 짧았고 많은 분야의 의견을 모으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이번 대선뿐 아니라 앞으로도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각종 정책제안서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시도의사회와 공유해 지역 국회의원과 교류하는데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Q. 원격의료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현재 서울시의사회 산하 원격의료연구회 TF 활동 등의 결과를 지켜보면서 미래 의료를 준비해야하는 데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일방적인 대형병원 쏠림을 야기하는 원격의료 모델에는 반대한다.
시대적 변화는 우리가 막을 수도 없으며, 막아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화로 원격의료에 상응하는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비대면이 당연시된 지금, 덮어놓고 저지하고 반대하기보다 비대면 진료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과 책임 소재, 정당한 수가 협의를 통해 의료전달 체계에 긍정적인 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로 경영악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들이 많다. 그럼에도 진료실을 지키고 환자를 위해 활동하는 회원들이 있기에 우리가 이렇게 건강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코로나19의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줬고, 지금도 질병과의 사투에 열정을 바치는 회원들이 자랑스럽다.
경북의사회 제45대 집행부는 회원 권익보호를 위해 진심을 다할 것이다. 의사회가 가는 방향을 잘 살펴봐 주고 응원과 조언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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