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서 맞붙은 채권자대위 소송…주요 쟁점은?

대법원서 맞붙은 채권자대위 소송…주요 쟁점은?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2.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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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보험사의 의사 상대 채권자대위 소송 공개변론 실시
채권자대위권 '무자력 요건' 및 '맘모톰 시술 허용' 여부 쟁점
보험사 "임의비급여" vs 의사 "신의료기술평가 늦었을 뿐"

[그래픽=윤세호 기자]ⓒ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의협신문

대법원이 '초음파유도하의 진공보조장치를 이용한 유방양성병변 절제술'(이하 맘모톰 시술)에 대한 실손보험회사들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채권자대위 소송)을 판결하기에 앞서 진행한 공개변론에서 채권자대위권 행사 시 '무자력 요건이 필요한지 여부'와 '맘모톰 시술이 허용되지는 여부' 등에 대해 원고(보험사)와 피고(의사)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3월 17일 오후 3시 맘모톰 시술 관련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와 관련해 H보험사와 S보험사가 각각 요양기관을 운영하는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번 공개변론 대상은 보험회사가 환자(피보험자)를 대신해 임의비급여인 맘모톰 시술로 인해 발생한 진료비는 부당이득금에 해당한다며 피고(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보험회사와 의료실손보험계약을 체결한 환자(피보험자)가 피고(의사)와 진료계약을 체결하고, 맘모톰 시술을 이용한 유방종양절제술을 받은 다음 환자는 피고(의사)에게 맘모톰 시술(임의비급여 진료)에 관해 진료비를 지급했다. 또 의료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은 그 진료 내역서를 보험회사(원고) 측에 제출해 보험금을 받았다.

이에 보험회사(원고)는 맘모톰 시술 등이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법령에 위반(임의비급여에 해당한다는 이유)된다고 주장하면서 의사(피고)를 상대로 진료비의 반환을 청구하는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에서 보험회사(원고)는 "환자와 의사(피고) 사이의 임의비급여 진료, 즉 맘모톰 시술에 관한 진료계약이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반돼 무효이고, 원고가 환자에게 지급한 실손보험금 지급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즉, 환자는 피고에게 맘모톰 시술로 기지급한 진료비에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고, 원고는 환자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권리를 대신 요구할 수 있어 피고 측에 반환을 직접 구한다는 것.

대법원은 이날 공개변론에서 ▲원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서 무자력 요건이 필요한지 여부 ▲맘모톰 시술이 허용되지는 여부(맘모톰 시술에 관한 진료계약이 무효인지 여부) 등을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일반적으로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려면, 환자들(채무자)이 재산이 충분치 않아야 하고(무자력),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통상적으로 해석되는 법리로 이해돼 왔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보험회사는 "이번 사건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개별 환자들이 무자력이 아니고, 그에 대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도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사(피고) 측은 "진료비의 반환 여부는 환자와 의사 사이의 문제이므로 환자가 무자력이라는 증명이 없는데도 보험회사가 환자와 의사 사이에 개입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공개변론에서는 원고의 주장과 피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전문가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목이 집중됐다. 

원고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때 무자력 요건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 여하윤 교수(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와 박수곤 교수(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서로 상반된 의견을 진술했다. 

이날 공개변론에 참석한 법조계 한 관계자는 "(참고인 진술과 관련해) 여하윤 교수는 채권자대위권에서 무자력 요건이 필요한지에 대해 '예외적이지만 사건에 따라 폭넓게 봐야 한다는 입장' 이었고, 반면, 박수곤 교수는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너무 확대하면 채권의 제3자 효력을 너무 넓히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쟁점인 '맘모톰 시술에 관한 진료계약이 무효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원고와 피고 측이 변호인을 통해 각각 의견 진술을 진행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 및 유효성이 확인된 2019년 7월 이전의 맘모톰 시술이 적법한지에 대해서도 다뤘다. 

원고 측 변호인은 "임의비급여인 맘모톰 시술은 받을 수 없는 진료비에 해당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 채권자대위 소송을 하는 이유에 대해 "실손보험은 감시기구도 없고 환수 같은 제재도 없어 보험회사에서 대위 소송을 하는 것"이라며 "환자는 임의 비급여라고 하면 잘 몰라 (보험사가)나서서 규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원고 측 변호인은 의사가 임의비급여 진료를 할 때 생검 검사료, 통원비 정도만 받으면 비용이 얼마 되지 않지만, 수술로 둔갑하는 순간 받을 수 있는 비용이 많아지는 점을 짚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원고 측 변호인은 절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종양도 다수 있지만, 의사가 전부 시술한 행위에 대해 문제라고 주장했다"라며 "의사는 검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한 번에 떼자고 시술해서 과잉진료를 유발한다. 이는 합의한  범위 외의 진료를 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반면, 피고 측 변호인은 "맘모톰 시술이 기존 시술과 본질에서 다르지 않고, 시술 행위가 신의료기술을 인정받기 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을 주장했다. 

피고 측 변호인은 "(맘모톰 시술은)신의료기술 평가가 늦었을 뿐 외국에서 널리 시행되는 시술과 똑같은 시술이었다"라며 "채권자대위권과 관련해서도 과다 본인부담금 확인제도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존재해 환자가 진료비에 대한 의구심이 들면 스스로 권리구제에 나설 수 있다. 이전에도 환자가 본인부담금 확인을 심평원에 한 적이 있고 심평원에서는 답을 준 적이 있다"고 맞섰다. 

이외에도 피고 측 변호인은 원고 측이 주장하는 과잉진료 유발 우려와 관련해 환자 시술의 여부는 실제 진료하는 의사의 판단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강조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원고는 환자들이 임의비급여인지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회사는 충분히 알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한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라며 "대법원은 환자가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을 때 임의비급여 진료를 했다고 그 계약을 무효로 봐야 되는지에 대해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사건이 아닌 소부 사건에 관한 대법원 공개변론은 2020년 5월 28일 이후 두 번째로 시행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등 대법원은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에 부응하고,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존 하급심에서는 보험회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보험회사의 채권자대위 소송은 자격이 없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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