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면역 형성 취약한 고위험군 다수, 도입 필요성 확인"
체내에 항체 직접 주사, 암 및 면역 환자 백신 대체 효과 기대
정부가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 대응 무기들을 추가로 갖춰 나가고 있다.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대체제로 라게브리오 도입을 결정한데 이어, 이번에는 '백신 대체제' 도입 논의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3월 28일 브리핑을 통해 "예방접종을 받더라도 충분하게 면역 형성이 안 되어 고위험군으로 남아있는 분들이 꽤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항체주사제 '이부실드' 도입 계획을 공식화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긴급사용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이부실드 국내 도입이 가시화 될 전망이다.
'이부실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항체복합제다. 백신을 맞아도 면역반응 생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암 환자나 면역억제제 복용 환자의 몸에 항체를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낸다.
'이부실드'는 어떤 약?
이부실드는 두 가지 별도의 장기지속형 항체인 틱사게비맙과 실가비맙이 함께 포장된 복합제 형태다. 틱사게미맙와 실가비맙을 각각 150mg씩 다른 팔에 연이어 근육내(IM) 주사하는 것을 표준 용법으로 한다.
백신이 일반적으로 접종 2주 내 체내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기전을 가지는 반면, 이부실드는 백신 접종을 통해 적절한 항체반응을 기대할 수 없는 면역 저하자나 백신 접종 후 심각한 이상반응을 겪은 사람에 항체를 직접 투여하는 방식이다.
체내에 직접 항체를 넣어, 건강한 사람이 백신 접종 후 항체를 얻는 것과 유사한 형태로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 쓰일까?
이부실드는 현재 미국과 영국 등 10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저질환이나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인해 중등도·중증의 면역 저하가 있으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도 면역력이 적절한 수준에 이르지 못할 수 있는 성인 및 청소년'에 한해 긴급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종합 암 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이부실드 투여 대상을 ▲혈액암 및 고형암 치료 환자 ▲장기이식 및 면역억제제 복용 환자 ▲CAR-T 치료제 또는 조혈모 세포 이식 환자(이식 후 2년 이내 또는 면역억제제 복용) ▲중증도에서 중증의 면역결핍증 보유자 ▲치료중이거나 미치료 상태인 HIV 감염자로 정하고 있다.
혈액암 환자를 우선 사용 대상으로 정한 점도 눈길을 끈다. 약제 공급이 제한적일 경우 고형암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항체 형성에 더 취약한 혈액암 환자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부실드의 국내 용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을 맞지 못했거나 맞았더라도 항체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암 환자나 면역억제제 복용 환자에 이른바 백신 대체제 형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발병 후 위중증으로의 악화를 막는 항체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시험됐는데, 아직 그에 대한 유의미한 임상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 등 외국의 도입 사례에서도 이부실드의 용처를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한정하고 있는 이유다.
이부실드, 효과는?
아스트라제네카에 따르면 5146명이 참가한 3상 임상연구 결과, 이부실드 투약시 유증상 코로나19 발병 위험이 위약군 대비 1차 분석 기준 77%, 중앙값 6개월 분석 기준 83% 등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의 예방 효과는 6개월 이상 지속됐으며, 우수한 내약성을 보였다.
이부실드는 오미크론 등 변이종에 대해서도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 여러 독립연구를 통해 알파, 델타, 감마, 베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화효과를 확인했으며, 최근 미국 워싱턴대와 콜럼비아대학·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 등을 통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화활성 유지를 재확인했다.
한편 이부실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20년 9월 체결한 전략적 생산협력 계약에 따라, 지난 1년간 국내에서 생산해 세계로 공급해왔다. 두 회사는 지난 12월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해 계약 규모를 더욱 확대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