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켜진 동래문화회관 공연장으로
파란 드레스를 입은 여자 바이올린 연주자가
바이올린 케이스안에 아기 천사를 넣어 왔다.
여자 연주자가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자
아기 천사는 날아가
꽃이 되었고 미풍微風이 되었고 안개가 되었다.
공연장에는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고
많은 꽃들이 미풍에 흔들리다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음악 선율이 문장이 되고 문장이 춤을 춘다.
힘든 인생일지라도
한번 살아볼 가치는 있다는 문장이
울다가 춤추고 웃다가 엄숙한 표정을 짓는다
연주는 끝났고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앙코르encore를 외치고
아기 천사는 관객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바이올린 케이스 안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아
파란 드레스를 입은 여자 바이올린 연주자는
아기 천사를 재우지 위해 바이올린으로 앙코르 곡을 연주한다.
낯선 구름이 흘러나오고 서서히 드러나는 정체는
문을 두드리는 순간을 즐기지만
아기 천사는 비엔나커피 속 왕관으로 남기를 원한다.
바닥에 떨어져 냄새를 남기는 커피의 흔적으로 남으려고 한다.
나의 이름은 천국 문을 가리고 있는 구름이고
당신에게 건네는 편지입니다.
천국에는 가진 것이 없는 것이 행복한 것이므로
천사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가진 것을 자꾸 버리기만 합니다.
오늘 밤 당신이 나와 함께 있는다면
나는 행복을 위해
당신의 등 뒤에 서있는 다정한 얼굴이 되겠습니다.
▶ 부산 김경수내과의원장/<현대시> 등단(1993)/시집 <하얀 욕망이 눈부시다> <다른 시각에서 보다>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 <달리의 추억> <산 속 찻집 카페에 안개가 산다>/<시와사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