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방 자보 진료비 1조 3066억원…의과 1조 787억원 앞질러
한의 의료기관 입원 환자 대부분 경증…한의 의료기관 도덕적 해이 심각
국토부에 구체적 대안 마련 즉각 강구 요구…의과 자보진료 포기 등 검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한방분야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지난해 1조 3066억원이라는 통계자료를 공개하자, 대한의사협회가 한의과 자동차보험 진료비 급증에 따른 왜곡된 진료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6월 15일 심사평가원의 2021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발표를 통해 의과 및 한의과 자동차보험 진료 불균형 문제의 심각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한의과 분야 진료비가 2017년 약 5545억원에서 2021년 1조 3066억원으로 4년 만에 2배가 훌쩍 넘게 증가했으며, 지난해의 1조 1238억원과 비교하면 16.26%나 증가했다.
이에 반해, 의과분야는 2017년 1조 2084억원 이었고, 매년 비슷한 수치를 보이다가 2021년에는 1조 787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0.51%나 감소했다.
또 자동차보험 청구기관 총 2만 841곳 중 한방병원과 한의원이 1만 2371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는 전체 의료기관 중 한의과 의료기관 비율을 감안했을 때 기형적인 수치다.
이와 관련 의협 자동차보험위원회는 6월 20일 성명을 내고 "2021년에 처음으로 한의과 진료비가 의과 진료비 규모를 추월해 자보환자에 대한 한의과 진료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급증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의과 의료기관에 입원하는 교통사고 환자 대부분은 경상임에도 진료비가 급증하는 것은 환자 뿐 아니라 한의과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그것을 부추기는 부실한 심사제도가 제일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자동차보험위원회는 현행 자동차보험 수가 기준에서 첩약, 약침술, 추나요법, 한방물리요법 등과 관련한 횟수 제한이나 인정기준이 의과와 달리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기 때문에 경상환자의 과잉진료가 보다 쉽다고 예를 들었다.
또 자동차보험 청구기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의원은 1인실만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으로, 호화로운 상급병실 운영을 통해 과도한 진료비를 청구해온 것이 기형적 진료행태와 진료비 낭비에 따른 보험료 부담을 증가시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자동차보험위원회는 "비록 최근 상급병실료 기준이 개정돼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심사제도의 허점은 아직도 상당부분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자동차보험 진료 심사업무의 심사평가원 위탁 당시, 의협은 공보험인 건강보험의 심사·평가를 위해 설립된 심사평가원에, 목적과 체계가 다른 민간보험인 자동차보험 심사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의료서비스 질 저하 문제 발생 등을 우려해 강력히 반대한 바 있다.
그런데도 심사평가원은 의학적 전문성에 기초한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위해 심사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한의과 분야와 의과분야에 대해 일관적이지 못한 심사로 이중적 잣대를 적용해 한의과의 진료비 급증 문제를 자초했다.
의협 자동차보험위원회는 "이러한 직역 간 심사의 형평성 문제는 의과의 자보환자 진료 기피를 부추겨 의과진료가 필요한 교통사고 중증환자의 피해를 양산할 것이며, 한의과 분야의 경증환자에 대한 과도한 진료비 낭비로 인해 자보 보험료 인상으로 연계돼 결국은 국민건강 및 경제적 피해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 자동차보험위원회는 ▲국토교통부는 자동차보험 관련 국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자보 심사기준에 대한 의과와 한의과간의 형평성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 ▲외래진료시 진료비 선불제를 도입하고, 자동차보험 진료체계를 분리해 의과·치과·한방 등 개별 가입 및 손해액을 개별 계산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 등의 대책 마련을 즉각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의협 자동차보험위원회는 "이런 개선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없을 경우 심사평가원의 자동차보험 위탁심사 철회 요구 및 별도의 심사기구 설립 추진, 의과의 자동차보험 진료 포기, 자동차보험의 한의과 선택가입 검토 등에 나설 것"이라면서 "파행을 초래한 데 따른 모든 책임은 국토교통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