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약가 인상 '급물살' 탔지만...트윈데믹 대비 못해

감기약 약가 인상 '급물살' 탔지만...트윈데믹 대비 못해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2.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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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파워' 아세트아미노펜 급여상한 인상 가능성 커져
약계 관계자 "약평위·건정심 절차 등 내년 2월 이후에나…"
政 "인상 금액 범위, 제약사 제출 원가 자료 토대로 확정"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아세트아미노펜 등 감기약 수급불안 해소를 위한 약가 인상 논의가 국정감사를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약가가 인상되더라도 실제 적용은 내년 2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올해 '트윈데믹' 대비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18일 감기약 수급안정화를 위한 정부 및 산하기관, 유관단체 회의를 진행했다. 국정감사에서 감기약 수급불안 대비책을 요구함에 따라 추진한 '후속 조치' 성격의 회의였다.

회의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련 기관들이 참석했고, 아세트아미노펜 급여상한가격 인상안이 주제로 다뤄졌다.

제약계는 회의에서 '상한금액 조정 신청 후 협상체결'을 아세트아미노펜 등 감기약에도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상한금액 조정 신청 후 협상체결'은 제약사가 정부에 약가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기전. 심평원이 해당 신청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상정해 수용된 경우, 건보공단에서 제약사와의 약가협상을 거쳐 상한금액을 조정하게 된다.

문제는 아세트아미노펜 등 감기약의 경우, 해당 조정신청 평가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현행 제도는 약가 조정신청을 낼 수 있는 대상을 ▲대체약제가 없거나(실질적인 단독공급 고려) ▲진료상 반드시 필요한 약제이거나 ▲대체약제가 있어도 대체약제와 비교해 투약비용이 저렴한 경우(진료상 필요하고, 투여경로와 성분이 동일한 제제 내에서 업체 수가 1곳이어야 함)로 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0월 25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10월 18일 회의에서는 약가조정 제도에 대한 안내가 주를 이뤘다"며 "감기약 인상 검토 단계, 즉 평가까지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우선 국정감사를 계기로 감기약과 관련해 수급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아세트아미노펜 생산 제약사들에 조정신청 제도가 있고, 해당 제도에 따라 업체들이 신청하고 원가 자료 등을 제출하면 신속히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도가 "감기약에 딱 부합하지 않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국정감사 이후, 전향적으로 입장을 변경한 셈이다. 감기약 약가 인상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세트아미노펜 급여제품을 생산하는 30여개 제약사를 대상으로 10월말까지 자료 제출을 하도록 안내했다. 자료를 제출하면 검토 시간이 필요해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인상 금액 범위는 제약사에서 제출한 원가 자료를 토대로 확정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보공단과 제약사가 제약사에서 제출한 원가 자료를 토대로 약가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아직 자료를 제출받고 있는 중이라 구체적 범위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시 기간에 대해서는 "제약사의 자료 제출이 얼마나 빠르냐에 달렸다"면서 "약가 인상이 된다면 기존 약제와 차이가 발생해 반품이나 청구 등 약국 현장 혼란이 생길 수 있어, 약사회와 일정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아세트아미노펜 생산 업체는 31곳으로, 같은 성분의 약제들이 많은 상황. 이에 모든 업체를 상대로 한 협상을 진행하려면 많은 인력과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 관계자는 "심평원이 협상체결 수행기관이므로 절차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협상이 신청한 업체를 기준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기전이기 때문에 신청이 들어오지 않은 곳은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제약계와 지속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제약계가 어떤 방식으로든 잘 신청할 것이라고 보고, 들어오는 대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약가 인상은 시기적으로 올해 '트윈데믹'을 대비한 감기약 수급 안정화 효과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사후 약 방문' 인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약계 관계자는 "절차상 약가 협상 60일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상정 및 심의 기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2개월 반에서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실제 약가 인상은 빨라도 내년 2월정도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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