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의료법이 금지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의 의미

법률칼럼 의료법이 금지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의 의미

  • 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11.17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기관 양수도계약,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일 없도록 유념해야

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A는 200병상 이상을 갖춘 종합병원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병원 재정 상황이 나빠졌다. A는 30억원 이상의 운영자금을 B회사에서 대여받게 되었다.

운영자금을 빌린 A는 B회사와 다소 복잡한 추가 합의를 했다. A는 병원 부지와 건물 및 모든 시설과 운영권을 B회사가 지정하는 자에게 양도하기로 했다. B회사는 C를 지정했다. 그에 따라 A는 C와 자산양수도예약을 체결했다. A는 양도대금을 11억원으로 하여 병원 시설 일체 등을 C에게 양도하기로 예약했다. C가 예약완결 의사표시를 하면 병원 개설자를 A에서 C로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나서 A는 병원 부지와 건물을 B회사의 자회사에 매도했다. 그 자회사는 A의 채무를 대신 변제해 주는 방법으로 매매대금 41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갈음했다. A는 그 자회사에 병원 부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그 후 C는 A에게 자산양수도예약을 완결하는 의사표시를 했다. C는 B회사로부터 양수한 B회사의 A에 대한 11억 원의 대여원리금채권으로 A의 양도대금채권과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이로써 C는 양도대금 11억원을 A에게 지급한 셈이 되었다.

그에 따라 C는 A에게 의료기관개설자 명의변경절차 이행을 구했다. C의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제1심과 제2심법원은 A가 C와 합의한 대로 명의변경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C의 청구가 인용되었다. 당사자들이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당연해 보이는 결론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랐다.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대법원은, 과연 C가 병원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려는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대법원은 왜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을까. 

B회사는 이 병원에 의료기기를 공급하던 회사였다. C는 B회사 대표이사의 자녀였다. B회사가 추천한 사람이 병원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병원의 핵심 자산인 부지와 건물을 매수하여 B회사의 자회사가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한 주체가 누구인지, 병원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주요 직책인 기획실장 자리에 사람을 보낸 주체가 누구인지, 실질에 주목했다. 

C를 실제 병원의 지배·관리자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C는 형식상 명의인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비의료인이 적법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처럼 가장하기 위하여 겉으로 내세우는 명의인에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법원은, 비의료인인 B회사 내지 그 대표이사가 병원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주체라고 볼 여지가 크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은, 병원의 시설과 인력을 충원하고 관리하는 일을 누가 주도적으로 처리하는지, C가 자산양수도예약의 양도대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누가 병원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지, 병원을 운영한 성과는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등까지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원심의 잘못을 짚었다. 이런 연유로 원심판결은 파기되었다. 

대법원이 이처럼 판단한 근원에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이 자리 잡고 있다. 의료인 또는 의료법인 등 비영리법인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이다.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지진 주체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데에 취지가 있다. 법원은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강행법규로 해석한다. 

강행법규에 반하는 합의는 무효가 된다. A와 C의 합의가 강행법규에 반하면, C는 이를 강제할 수 없게 된다. 

이 사건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시설과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 조달, 운영성과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면, 의료법에 반할 수 있다. 

비의료인이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더라도,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개설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었다거나 개설신고 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였다 하여 달리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나아가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 명의변경절차를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역시 의료법이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러한 법리를 감안하여, 의료기관 양수도계약이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일이 없도록 더욱 유념할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