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다수 의료인이 연루된 의료사고, 책임 부담은?

법률칼럼 다수 의료인이 연루된 의료사고, 책임 부담은?

  • 이준석 변호사/의사(법무법인 담헌)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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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특정 못할 때 의료행위에 관여한 의사들 공동불법행위 책임
여러 의료기관 거쳐 의료행위 후 사고 발생...'과실없음' 적극 입증해야

ⓒ의협신문
이준석 변호사/의사(법무법인 담헌)

최근 대장내시경을 주로 시행하는 A원장은 대장내시경 후 사망하였다는 환자 보호자로부터 법무법인을 통해 수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받고 과연 이러한 합의금을 줘야 하는 것인지 필자에게 문의를 한 바 있다.

말씀을 들어보니 대장내시경 후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증상을 확인하고 천공을 의심하여 즉시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하였는데 전원 당시만 하더라도 의식이 명료하고 활력징후가 정상인 상태에서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으나 그로부터 수일 후 환자가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법적 분쟁으로까지 비화되지는 않았으나 환자 보호자가 법무법인을 통해 수억원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이를 거절할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받기 위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개연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이와 같이 다수의 의사가 의료행위에 관여한 경우 그 중 누구의 과실에 의하여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분명하게 특정할 수 없는 때에는 일련의 의료행위에 관여한 의사들 모두에 대하여 민법 제760조 제2항에 따라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4다52576 판결).

즉 A원장은 본인의 면책을 위해서는 대장내시경 시술 시 천공은 과실이 없어도 발생가능한 합병증이고 환자의 증상으로 천공 발생을 의심해서 환자를 대학병원으로 신속히 전원조치했으며, 전원 당시 환자 상태는 위중하지 않았고 사망이라는 악결과까지는 예상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며, 그러한 입증을 못한다면 환자 손해에 대해서는 대학병원과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 A원장과 대학병원은 내부적으로 구상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A원장 입장에서는 환자를 전원받은 대학병원에서 천공 후 생긴 복막염에 대한 처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사망이라는 악결과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한다면 대학병원에 대부분의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

또다른 사안에서는 두통과 구토를 주소로 대학병원에 내원하였으나 특별한 진단을 받지 못한 환자가 B원장이 운영하는 안과에 눈꺼풀 처짐 증상으로 내원하여 안과적 검사상 이상소견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고, 며칠 후 다시 내원하였을 시 B원장은 3차 뇌신경 마비를 의심하여 최초 대학병원으로 전원조치하였으나 환자는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로 장애를 얻게 되자 B원장과 대학병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B안과에 대해서는 안과의사로서 책임을 다했고 과실이 없다는 취지의 감정결과를 얻게 되어 대학병원의 책임 여부와는 무관하게 B원장은 승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일차 의료기관에서 상급 의료기관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의료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같은 의료기관 내에서도 여러 진료과목을 거치는 경우, 같은 의료기관에서 봉직의의 행위에 대해 사용자까지 책임을 묻는 경우 등의 사례에서는 피고가 여러 명인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러한 경우 과연 어떤 의료인이 어느 정도까지의 법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가 실제 소송에서는 쟁점이 될 수 있다. 

실제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측에서는 환자를 진료한 다수 의료인 중 누구에게 과실이 있었는지를 명확하게 특정하기가 쉽지 않고 대법원도 원칙적으로 공동불법행위로 보고 있으며, 실제 승소판결을 받았을 경우 용이한 강제집행을 위해 환자를 일단 진료한 의료인 전부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그러나 설사 누군가에게는 의료상 과실이 있어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할지라도 본인 스스로가 진료상 과실이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과실 있는 다른 의료인의 법적 책임까지 함께 부담해야 할 필요는 없고, 설사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되더라도 나의 과실비율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적극 주장하여 최소한의 구상책임만 부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차 의료기관과 상급 의료기관에 요구하는 주의의무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차 의료기관에게 기대되는 수준의 진료를 충실히 하고 상급 의료기관으로의 전원조치를 신속히 하면 일차 의료기관은 면책이 가능할 것이며, 같은 의료기관 내에서는 본인의 진료과목에 기대되는 진료를 충실히 한 사실이 입증가능하다면 다른 진료과목 의료인의 과실에도 불구하고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의료기관 개설자의 입장에서는 봉직의에게 과실이 있을 경우 형사책임은 행위자인 봉직의 개인이 부담해야 하고 개설자까지 형사책임을 부담하지는 않지만 민법상 사용자 책임에 따라 봉직의와 공동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는데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강제집행이 용이한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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