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조계 결산 2022년 주목받은 판결 어떤게 있었나?①

2022 법조계 결산 2022년 주목받은 판결 어떤게 있었나?①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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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는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한 의료인의 유죄·무죄를 판단하는 판결이 많았다. 그 중 장정결제를 투여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한 2심 판결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 대한 판결이 관심이 컸다.
장정결제 환자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교수에게는 무죄취지의 판결(원심 파기환송)을 내렸으나, 전공의에게는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1심에 이어 2심도 의료인 7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2월 15일 대법원도 검찰의 상고를 기각, 의료인 모두가 '무죄'가 확정됐다.
특히 실손보험사들의 의료기관에 대한 무차별적인 채권자대위 소송에 대해서도 대법원판결이 나왔는데, 대법원은 "실손보험사가 환자의 동의 없이 환자를 대신해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채권자대위 소송)을 할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 밖에 의료사고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우선 지급하고, 대신 지급한 비용을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부담토록 한 '의료사고 피해규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있었다.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그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해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그리고 환자의 사망원인을 두고 의료감정이 엇갈렸다면 의료감정에 대한 신빙성을 더 적극적으로 따져야 한다며 재판을 다시하라는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 의료법인이 설립한 병원이 다른 의사와 경영위탁계약(명의대여)을 한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경영위탁계약 자체는 유효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도 주목을 받았다.
한의사와 관련한 판결도 여러 건 있었는데, 약침을 투여해 환자가 피해를 입은 사건에 대해 2심 법원은 한의사 및 병원사무장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한의사가 비만치료를 위해 카복시 시술을 한 것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카복시 시술은 서양의학의 이론과 원리에 기초한 것으로, 한의사의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인정했다.
또 한의사가 신바로캡슐을 처방·조제한 것과 관련해 대법원은 "현대의학적(서양의학적) 입장에서 안전성·유효성 심사가 이뤄져 품목허가를 받은 이상 한의사는 처방·조제할 수 없다"고 판결해 한의학적 입장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과 현대의학적 입장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사용 주체가 다르다고 판단했다.
[의협신문]은 올해 법원에서 어떤 주요 판결들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고, 향후 판결 전망도 살펴봤다.

■ 대법원, 장정결제 환자 사망…교수 무죄취지 판결
2016년 82세의 장폐색 환자에게 의료진이 장정결제를 투여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12월 1일 원심(2심)에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교수에게 무죄 취지로 판결(파기환송)했다. 그러나 원심에서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공의는 대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이 적법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1심 법원은 2020년 9월 해당 교수를 법정구속하면서 동료 교수 및 의료계는 "의료 현실과 전문가의 의학적 판단을 무시한 판결"이라며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은 장폐색이 있는 피해자의 치료를 담당했던 대학병원 내과 교수(A교수) 지시로 내과 전공의 2년차(B전공의)가 대장내시경을 위해 투여하는 장정결제를 감량하지 않고 일반적인 용법으로 투여하며 별도로 배변양상을 관찰할 것을 지시하지 않고, 또 관련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업무상과실로 피해자의 장이 파열되고, 결국 사망에 이른 것이 업무상과실치사죄를 구성한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안이다.
대법원은 A교수에 대해서는 수임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위임의사의 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충족 여부에 관한 심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죄(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고, B전공의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해 원심판결(금고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대법원에서는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다른 의사에게 의료행위를 위임했을 때, 위임받은 의사의 과실로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위임한 의사에게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전적으로 위임한 것인지 여부) 및 그 판단기준 ▲전적으로 위임한 경우 위임의사에게 설명의무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특별한 사정 유무를 판단할 때 고려돼야 할 요소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A교수와 관련 "해당 의료행위가 위임을 통해 분담 가능한 내용의 것이고, 실제로도 그에 관한 위임이 있었다면, 그 위임 당시 구체적인 상황 하에서 위임의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고 이를 인식했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위임한 의사는 위임받은 의사의 과실로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교수가 B전공의를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직접 수행하지 않은 장정결제 처방과 장정결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관한 설명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단정한 원심은 의사의 의료행위 분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했다.
반면, B전공의와 관련해서는 "B전공의의 제2주의의무(설명의무를 위반한 과실), 제3주의의무(장정결제 투여 과정상의 과실) 위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의료행위에 의한 업무상과실치사죄에 있어서의 업무상과실, 설명의무위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의료인 7명 최종 '무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상고심에서 의료인 7명 모두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12월 15일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기소된 이대목동병원 의료인 7명에게 검찰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2월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을 둘러싼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에서 J교수를 비롯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 7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은 2017년 12월 16일 중환자실에 치료를 받고 있는 환아 4명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사회적 쟁점이 됐다.
형사 재판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렸다. 당시 검찰은 의료진 7명 전원에게 1년 6개월, 2년, 3년의 금고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19년 2월 21일 의료인 7명(조수진 교수와 P·S교수, 수간호사와 간호사 2인, 전공의)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공판이 열리던 도중 코로나19로 인해 1년 반이 지나도록 진행이 되지 않다가 재개됐으며,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16일 의료인 7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은 1심과 마찬가지로 스모프리피드를 분주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로 감염이 발생했는지, 이로 인해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는지가 쟁점이 됐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의 신뢰성 여부도 관심사가 됐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보고서에서 사망원인으로 지질영양 주사제를 분주하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을 지목한 점,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에서 지질영양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균이 감염됐을 것이라고 추정한 점 등을 들어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신생아들이 맞은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의료진들이 분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발생해 신생아들이 사망한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며 업무상 과실치사를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변호인 측은 검찰에서 증거로 제시한 지질영양 주사기가 의료폐기물 함에 있는 다른 오염물질들과 뒤섞여 있어 직접적인 오염 원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같은 준비 과정을 거친 주사제를 투여받은 다른 신생아에게서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의료진의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검사의 공소 사실은 추론에 근거하고 있고, 여러 부분에서 피고인의 유리한 가능성은 배제한 채 불리한 가능성을 채택·조합한 부분이 있다"고 판시한 뒤 "스모프리피드(지질영양 주사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오염 외에 무시할 수 없는 다른 가능성이 존재하며, 설령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됐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분주 지연 투여로 인해 오염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들에게 투여된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됐고, 오염이 이 사건에서 주사제의 분주·지연투여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 대법원 보건복지부 '연좌제' 행정처분 "위법"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그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해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업무정지 처분은 위반 당시 요양기관에 해야 적법한 것이지 폐업했거나 새로 개설해 운영하는 요양기관에 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지난 1월 27일 A의사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문제가 없다"며 보건복지부의 상고를 기각 판결했다.
A원장은 2010년 7월 12일 B원장과 C의료기관을 공동개원했다. 2011년 1월 3일경 B원장 대신 D원장이 합류했다. 2014년 5월 7일경 C의료기관을 폐업한 A원장은 7월 5일경 다른 지역에 E의료기관을 단독으로 개설, 운영하고 있다.
A원장이 법정 투쟁에 나선 것은 2017년 5월 29일 보건복지부가 E 요양기관에 10일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A원장과 D원장이 C의료기관을 공동개원할 당시인 2011년 5∼9월 F실버타운에서 수진자들을 진료하고 진찰료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하고, 원외처방전을 발급해 약국 약제비로 합계 260여만원의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토록 했다며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을 이유로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10일을 내렸다.
A원장은 "문제가 된 D원장의 행위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과거 공동원장이라는 이유로 행정 처벌을 받으라는 것은 부당하다"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A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판결에 불복한 보건복지부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의 법적 성격 및 대상과 관련해 폐업한 요양기관에서 발생한 위반행위를 이유로 그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해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 재판부는 "요양기관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때에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에 의해 받게 되는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의료인 개인의 자격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요양기관의 업무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라고 봤다.
따라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그 요양기관은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그 처분대상도 없어졌으므로 그 요양기관 및 폐업 후 그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해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는 없다"며 업무정지처분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에는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길 수 있고, 이와 같이 요양기관 개설자인 의료인 개인에 대한 제재수단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상, 이 사건과 같은 사안에서 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이유로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의 '요양기관'을 확장 해석할 필요도 없다"며 보건복지부의 상고를 기각했다.

■ 환자 사망원인 의료감정 엇갈렸다면...대법 "재판 다시해야"
실신 및 가슴 답답함 등으로 진료를 받던 환자의 사망 원인을 놓고 병원의 의료과실 여부를 따지는 재판에서 상반된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면, 그 신빙성을 적극적이고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감정의사들이 좀 더 정확한 의견을 밝히도록 재판부가 추가적인 심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지난 7월 28일 유족이 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유족 측 패소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 환송하고 사건을 다시 심시하라고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했다.
불안정성협심증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다가 급성심장사로 사망한 환자의 사망 원인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상반된 감정의견을 냈는데, 원심이 상반되는 감정의견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병원 측 손을 들어준 것은 잘못됐다는 판단이다.
1심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줘 의료과실을 인정했지만,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과정에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소속 감정의는 망인이 가슴 답답함, 실신 증상이 시술후에도 계속됐고, 심전도 이상, 심근효소 증가 소견, 심부전 표지자 증가 소견이 있었으므로, 기립성저혈압의 원인으로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관상동맥조영술, 심장초음파 검사 등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했는데,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감정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소속 감정의는 제1심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서, 응급실 방문 당시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했다면, 사인 규명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망인의 심전도에는 변화가 없고, 혈액검사에서 심근효소의 변화도 없어 추가검사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또 심부전 약물 치료만으로도 실신이 발생할 수 있어 약물을 조절하면서 경과를 관찰한 것은 일반적인 접근과정이라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원심은 두 감정의견을 기초로 ▲F대학병원 의료진의 2015년 7월 28일 의료행위와 관련된 과실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고 ▲망인의 심근효소 수치가 참고치에 가까워지는 추세로 감소하는 등 망인이 풍선혈관성형술을 받은 후 계속 호전되고 있었으므로, 8월 20일 심근효소 측정치에 이상 소견이 있었더라도 추가적인 검사나 조치가 필요했다고 보기 어려워 8월 20일 의료행위에 관한 과실도 인정하기 어려우며 ▲설령 F대학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은 의료감정이 다른 여러 사정을 살펴보거나 심리하지 않은 채 망인의 2015년 8월 20일 입원과 관련된 F대학병원 의료진의 과실 및 사망과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했다"라며 "원심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키로 했다"고 판결했다.

■ 의료법인이 다른 의사와 체결한 경영위탁계약은 "유효"
의료법인이 설립한 병원(법인)이 다른 의사와 경영위탁계약(명의대여)을 한 것은 의료법위반에 해당하지만, 경영위탁계약 자체는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료법인등이 다른 의료인에게 명의를 대여해 법을 위반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인이 병원을 운영하고 질병 치료를 위한 진료행위를 한다는 사실에서 정상적인 의료기관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경영위탁계약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7월 28일 B법인(피고)과 경영위탁계약을 체결한 A의사(원고)가 '경영위탁계약은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한 소송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 경영위탁계약이 유효하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의사는 B법인과 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에 관한 경영위탁계약을 체결하고 10년간 병원을 운영한 C씨와 2018년 11월 5일 경영권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했다. 또 2018년 12월 13일 B법인과 경영위탁계약을 순차로 체결하고 2019년 1월 2일경부터 병원을 운영했다.
그런데 B법인이 갑자기 경영위탁계약을 해지하자 A의사는 경영위탁계약이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법원(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명의대여(경영위탁계약)는 의료법 제33조 제10항에 위반되더라도 이를 무효라고 볼 수 없고, 이를 전제로 한 경영권 양도·양수계약도 무효가 아니다"라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A의사는 대법원까지 문을 두드렸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법률에서 해당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라고 정하고 있거나 해당 규정이 효력규정이나 강행규정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면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이지만, 이와 달리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해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여러가지 제반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법인등은 다른 자(비의료인, 의료인)에게 그 법인의 명의를 빌려줘서는 안 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경영위탁계약은 그 실질이 의료법인이 다른 의료인에게 명의를 대여한 것으로서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하지만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을 위반해 의료법인이 다른 의료인에게 명의를 대여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인이 병원을 운영하고 질병 치료를 위한 진료행위를 한다는 사실에서 정상적인 의료기관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B법인이 A의사에게 명의를 대여한 행위가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해야 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을 지닌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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